‘대통령 측근비리’에 관련돼 기소된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 김성래 썬앤문그룹 전 부회장이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특히 이 전 실장과 김 전 부회장 간에 ‘5백만원 수수’를 둘러싸고 완전 상반된 주장을 펼치며 치열한 공방을 벌여 ‘진실게임’을 방불케 했다.
***김성래 “5백만원 줬다” vs 이광재 “5백만원 안 받았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김병운 재판장)의 심리로 26일 열린 속행공판에서 김 전 부회장은 “모 은행 간부 김모씨의 소개로 12월 중순경 63빌딩 스카이뷰 커피숍에서 이광재 전 실장을 만나 ‘선거비용’ 명목으로 5백만원을 건넸다”라고 주장했다.
이 전 실장은 그러나 “당시 김씨의 부탁으로 김 전 부회장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김 전 부회장이 지갑에서 흰 봉투를 꺼내려는 것 같아 황급히 자리를 떠 사무실로 돌아왔다”라고 자신의 5백만원 수수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이 전 실장은 특히 ‘김 전 부회장이 (자신을) 측근비리에 의도적으로 연루시켜 수사강도를 약화시키고 지연시키려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만약 이회창 후보가 당선됐으면 ‘김성래 녹취록’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김 전 부회장의 ‘음모’를 부각하기도 했다.
이는 녹취록에 김 전 부회장이 “이광재 실장에게 준 1천만원 수표의 사본이 있다”라고 녹음된 부분에 대한 것으로 김 전 부회장이 1천만원을 준 사실도 없고 수표 사본도 없으면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전 부회장은 그러나 “김씨가 ‘이 전 실장을 잘 아는데 참신하고 젊은 사람이 열심히 일한다’고 칭찬해 당시 선거운동으로 돈 쓸 곳이 많을 것 같아 돈을 줬다”라며 “당초 1천만원을 주려 했으나 이 사실을 문 회장에게 말하니까 문 회장이 ‘한꺼번에 많이 주는 것보다 조금씩 자주 주는 것이 좋다’라고 말해 5백만원을 빼고 5백만원만 건네게 됐다”라고 주장했다. 문 회장은 그러나 김 전 부회장의 이러한 진술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 전 부회장은 당시의 상황에 대해 “‘고맙습니다’라며 받아 넣지 않았습니까? 깨끗하게 인정하시라”라고 이 전 실장을 압박했고, 이 전 실장은 “거짓말하지 말라”라고 강하게 대응하며 뜨거운 공방을 펼쳤다.
***주선자 김모씨 “이 전 실장 거부해 따라나가 건넸다”**
한편 당시 김 전 부회장과 이 전 실장의 만남을 주선한 모은행 간부 김모씨는 검찰에서 “김 전 부회장이 이 전 실장에게 돈을 주려 했으나 이 전 실장이 거절해 자신이 이 전 실장을 따라나가 대신 5백만원을 전달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당사자들과의 진술과 엇갈리고 있다.
따라서 김씨의 진술이 김 전 부회장 주장의 신빙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고, 이 전 실장의 수수사실을 확인시킬 수도 있는 애매한 상황이기 때문에 ‘5백만원’을 둘러싼 진실은 쉽게 밝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이 전 실장은 자신의 국감 허의 증언 부분에 대해 “당시 자신의 썬앤문 수수의혹을 제기한 녹취록과 언론 보도가 김성래 전 부회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에 ‘썬앤문’하면 ‘김성래’를 떠올렸다”라며 자신은 허위증언할 의도가 없었음을 항변했다.
이 전 실장은 ‘대선전 문병욱 회장에게 1억원을 받는 등 이미 문 회장을 잘 알고 있던 상황에서 문 회장이 썬앤문그룹 회장임을 몰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도 “문병욱 회장은 빅토리아 호텔 사장으로 알고 있었지 썬앤문그룹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이 전 실장은 다만 “청와대를 나온 뒤 시사저널 기사를 보고 빅토리아가 썬앤문그룹 소유라는 것을 알게되는 등 사건의 전모를 알게 돼 소를 포기했다”라며 “도덕적 책임을 충분히 통감하며 대통령에게 누가 돼 죄송하다.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깨끗하고 분명하게 처벌 받겠다”라고 말했다.
이 전 실장은 특히 변호인 신문을 통해 87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초를 당한 경력을 소개하고 88년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게 된 인연과 정치적 역정을 함께 했다는 이력과 함께 지난 대선 당시의 어려웠던 순간들을 회고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김성래 전 부회장은 자신의 농협 사기대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데다, 서청원 의원에게 전달해 달라는 홍기훈 한국넬슨 회장에게 명목으로 2억원을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홍 회장이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어 ‘대통령 측근비리’ 관련 법정공방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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