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인선에 대한 불만으로 이틀간 당무를 거부했던 추미애 상임중앙위원이 24일 당무복귀 일성으로 ‘호남 물갈이론’을 들고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총선 공천작업이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인위적 인적쇄신’에 반대하는 조순형 대표 및 동교동계 중진들에 대한 소장파의 선전포고이기 때문이다.
***“호남 의원들이 솔선수범 보여야” **
추 의원은 이날 중앙위원회의에서 "광주와 전남. 북 등 호남에서 솔선수범을 보였으면 좋겠다"며 호남 중진들의 기득권 포기를 주장했다.
추 의원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선거 전략에서 민주당을 `호남 자민련' 되라고 주술처럼 방방곡곡 외치고 다닐 것"이라며 "개혁은 민주당 몫이며, 갈등을 덮고 공천 등에서 당직 가진 사람들이 기득권을 주장하지 않고 견마지로의 자세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경선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에게 "호남에서 솔선수범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경선을 흔쾌히 받아들일 것"이라며 “참신하고 경쟁력 있는 후보에 대해 배려하기 위해사심을 버리고 공천혁명을 위해 앞장설 것”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김경재 상임중앙위원도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호남 물갈이는 몇 명을 교체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를 교체하느냐라는 질의 문제”라고 말했다. 동교동계 중진들을 타깃으로 한 발언이다.
김영환 상임중앙위원 등 중도-소장파도 “호남에서 전문성을 갖춘 참신한 인물을 내세우지 않으면 수도권에서 표를 달라고 할 명분이 없다”며 ‘호남 물갈이’에 적극적이다.
***조순형, “누가 누구에게 잣대를 들이대나”**
그러나 조순형 대표가 ‘호남 물갈이’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우선 지난 전당대회에서 한화갑 박상천 의원 등 범동교동계의 광범위한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는 점이 호남 중진들을 내치기 어려운 걸림돌이다.
게다가 열린우리당과의 분당과정에서 동교동계 중진들이 탈당파에 맞서 당을 사수한 일등 공신이라는 점도 조 대표의 발목을 잡는다.
이에 따라 조 대표는 최근 “누가 어떤 잣대를 누구에게 어떻게 들이대겠느냐”며 “인위적 쇄신은 맞지 않고 공정한 경선의 룰을 만들어 당원과 유권자가 선택하는 방식으로 하면 호남지역에서도 자연스럽게 걸러낼 수 있다”고 ‘물갈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표경선 과정에서도 조 대표는 ‘인위적 인적쇄신 반대’를 천명한 바 있어 추 위원과의 공천 갈등은 향후 민주당 내분의 핵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 “당직인선 화합에만 집착” **
이 같은 조 대표와 추 위원 사이의 ‘물갈이’ 갈등은 당직인선에 대한 불협화음을 통해서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추 위원은 "당직 인선이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화합의 원칙에만 집착했다"고 주장했다. 정책위의장, 특보단장 등 당내 요직에 장성원, 김옥두 의원 등 구주류 인사들이 임명된 데 대한 직접적인 불만이다.
추 의원은 “상임중앙위원회에서 합의된 사항이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번복된 게 있었다”고도 말했다. 상임중앙위원회에서 전갑길 의원을 단독으로 조직위원장으로 내정했음에도, 24일 발표에선 김종배 전 의원이 공동 조직위원장에 포함된 점을 겨냥한 발언이다.
박종우 의원도 "만약 공동 위원장을 선임할 것이면 호남. 수도권에서 각각 1명씩 해야지 수도권을 빼고 한쪽으로 편중된 인사를 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렇게 된다면 보이지 않는 지역정당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가세했다.
이에 대해 조순형 대표는 "그렇게 각각 논의하면 되는 일이 없다"며 달갑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 대표는 "최근 당내 문제를 놓고 내분이 있는 것처럼 비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중앙위원들이 민생안정을 해야 될 일로 생각하고 단합해 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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