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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치권, 정개협안 무조건 수용하라”

정개협-시민단체 맹성토, 한나라-우리당 대립 계속

23일 오후 열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전체회의가 여야간 이견으로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정개협)과 시민단체, 민주노동당 등이 정개특위의 ‘정치개악’ 중단과 정개협 안의 무조건적 수용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개협 “정개협안 받는 것이 가장 빨라” **

정개협은 이날 전체 모임 후 국회 중앙기자실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개협 정치개혁안의 전면수용을 정치권에 촉구했다.

정개협은 “국민의 뜻에 따라 철저한 정치개혁을 이뤄나가겠다는 당초의 약속과는 달리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논의과정은 상당히 왜곡돼 가고 있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국민들은 국회 정개특위가 정치권에 불리한 조항은 외면해 결국 개혁과는 동떨어진 개악된 정치관계법이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개협은 “국회가 정치개혁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후원금 영수증 선관위 제출 의무화 ▲돈 들어가는 당원행사나 당원에 대한 금품제공 방지제도 ▲선관위 조사권 강화, 선거부정 내부 고발자 보호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은 유권자에 대한 처벌 강화 ▲ 전문 정책능력과 직능 대표성이 있는 인재들의 정치참여를 확대하는 비례대표 확대 등 정치개혁을 위한 실효성 있는 개혁과제들을 일관되게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개협 위원인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정개협 안은 위원들이 입술이 부르트도록 열심히 일해 만든 안”이라며 “정치권은 시간이 많지 않아 선거법만 통과시킨다고 하는데 정개협이 만들어 놓은 안을 그대로 받는 것이 가장 빠르고 가장 바람직하게 정치개혁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개협 위원인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은 “여러 위원회 활동을 했지만 자문기구 중 이렇게 열심히 회의해 본 적이 없다”며 “정개협의 안은 당리당략이 아니라 진정 한국정치 발전을 위해 만든 개혁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개특위가 묵살할 것이라면 애당초 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냐”며 반문한 뒤 “정개특위가 정개협의 안을 전향적으로 수용하고 특히 정치자금 투명성을 보장하고 돈 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안들이 그대로 통과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국민적 행동에 나설 것”**

정치개혁시민연대, 반부패국민연대 등 시민단체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개특위의 정치개악 중단과 정치관계법 개선”을 촉구했다.

여성연합 정현백 대표는 “비례대표 1백명의 함의는 현재 지역정치 구도, 부패정치 구도를 깨기 위해 지역구를 줄이고 정당정치의 틀을 확립하기 위해 정치 소외계층이었던 청년이나 여성의 비율을 높이자는 것”이라며 “그러나 정치권은 이러한 정개협의 의도는 전혀 무시하고 지역구를 늘리고 보자는 식”이라고 비난했다.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정개협 안을 국회가 그대로 받아달라는 것이 우리의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수용을 촉구했다.

이들은 “만약 정치권이 부패 추방과 정치개혁을 위한 근본적인 변화의 모습을 즉각 보이지 않는다면 국민적 분노를 끌어안고 부패정치 척결과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적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노당 “국회의장이 정개협안 직권상정해야”**

이에 앞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도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개협의 정치개혁안을 국회의장 직권으로 상정할 것”을 주장했다.

권 대표는 “우리 정치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국회가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다”며 “정치개혁 논의가 각 당의 기득권 사수와 현역 의원들의 밥그릇 지키기 싸움으로 완전히 만신창이가 됐다”고 주장했다.

권 대표는 또 “정개협에서 비례대표 확대와 정치자금 투명화를 골자로 한 정치개혁안을 제출했지만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은 오히려 지역구를 늘이고 비례대표는 축소시키는 등 정치개혁안을 변질, 왜곡시키기 여념이 없다”며 야 3당을 전면 비판했다.

이어 권 대표는 “정개특위는 정치개혁과 관련한 모든 논의를 당장 중단하고 정개협이 제출한 정치개혁안을 국회의장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하며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요구가 최대한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며 정치개혁안 의장 직권 상정을 촉구했다.

민노당 당원 30여명은 ‘밀실야합 중당, 정치개혁 실현’을 외치며 국회까지 행진을 시도했으나 전경 20여명이 저지해 행진은 하지 못하고 노상 연좌농성을 벌였다.

***한나라-우리 절충안 제시**

이처럼 시민단체의 비난 여론이 드높은 가운데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전 국회의원 정수와 관련해 기존 당론을 재검토한 절충안을 제시했으나,핵심쟁점에 대해선 여전히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기존 2백73석 의원 정수 유지 당론을 바꿔 2백90명으로 증원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운영위에서 “당초 지역구 의원 수 증가만큼 줄이기로 했던 비례대표를 현행대로 46명을 유지, 지역구의원수가 늘어난 만큼 전체 의원을 늘리기로 했다”고 배용수 부대변인이 전했다.

한나라당의 수정안에 따르면,소선거구제하에서 인구 상하한선을 10만~30만명으로 적용할 경우 국회의원정수는 지역구 의원은 현재보다 17명 늘어난 2백44명, 비례대표 의원은 46명 등 2백90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는 당초 당론대로 비례대표를 현재 46명에서 30명으로 줄일 경우 여성의 정계진출 확대욕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등 여성계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당초 의석을 3백40석 규모로 대폭 늘리자던 당론을 바꿔 현행대로 의원정수 2백73석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우리당은 “야3당의 합의로 비례대표 의원의 증원이 관철되지 않는다면 전체 의석수를 현재 2백73석으로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당의 입장 변경에는 지역구 숫자를 묶어둠으로써 인구상하한선을 11만~33만명으로 올려 영남과 호남지역을 텃밭으로 가진 한나라당과 민주당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어 야권의 수용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처럼 양측이 비례대표 정수 문제에 대해선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핵심쟁점인 지역구 의원수 증원과 선거구 인구상하한선 등에 대해선 여전히 대립하고 있어 막판 타결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야 3당은 본회의 직후 열리는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표결처리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이어서 합의처리를 주장하는 우리당과 물리적 충돌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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