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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정개협 정치개혁안 '난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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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정개협 정치개혁안 '난도질'

언제 정치개혁 외쳤나 의구심 들 정도로 '후퇴'

"남들이 보고 있으면 할 말도 못한다. 격론이 벌어질 수도 있는데, 엉뚱한 말이 나올 수도 있지 않나."

12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 회의 후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의 말이다.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이하 정개협)이 발표한 정치개혁안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국회 정개특위는 소위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의 의결에 따라 전면 비공개로 진행됐다. 선관위 등 관련부처 관계자들의 참석도 허락되지 않았다.

'고양이가 제 목에 방울을 달겠느냐'는 여론의 비등한 불신 속에도, 정치개혁 법제화는 누구의 감시도 없이 여야 의원들의 손에 맡겨진 셈이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손익계산에 몰두해 있는 정치권이 자당의 이해관계로, 혹은 수의 논리로 개혁입법에 잣대를 들이대는 형국이기도 하다.

***'간담회 담합'에 정치개혁 후퇴**

12일 정개특위 소위 회의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회의가 끝난 뒤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의 짧은 브리핑을 통해서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6명의 소속 의원 중 3명만이 참석해 개회조차 못하고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소위의 발표사항 대부분은 정개협이 제출한 안을 기존 정치인에 유리하도록 '후퇴'시킨 내용이었다.

우선,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징역을 선고 받을 경우 10년간 공무담임권을 제한하자는 정개협 안은 '5년간 제한'으로 줄어들었다. "5년간 제한해도 국회의원 선거를 두 번이나 놓치니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후원금 수수시 영수증 1매를 선관위에 제출토록 한 정개협 안은 "선관위에 후원금 내역을 전부 제출하면 야당 정치인을 후원하는 사람들은 세무서나 검찰 등에 대해 공포심을 가지게 된다"는 반발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정치신인에게 입문기회를 넓히기 위해 마련된 '예비후보자제도' 역시 "국회의원들은 내년 2월에도 국회에 나와 있어야하는데 정치 신인들은 2월부터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을 하도록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로 기각될 위기에 처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자 처벌 강화, 후원자 명단 선관위 제출, 예비후보자제도 등 정개협측 정치개혁안의 골자가 의원 3명의 '간담회 담합'으로 폐기 직전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다.

이날 회의에는 목요상 정개특위위원장, 한나라당 박종희, 열린우리당 천정배 의원 3명만이 참석했다. 민주당 함승희 의원은 "예정된 지역구 모임"을, 같은 당 황창주 의원은 "개인적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은 국회조사단 자격으로 부안 방문중이었다.

***시간은 없고, 내용도 부실하고**

정개특위 각 소위는 15일 회의를 열어 미뤄왔던 과제들을 논의키로 했다. 16일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소위에서 진전된 논의들을 합의하고 늦어도 17일까지는 선거구 획정 위원회에 결과를 넘기기로 계획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원정수, 선거구 획정, 후원회 폐지, 후원자 명단 공개 등 각 당의 이해관계가 엇갈린 문제를 이틀 내에 합의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목요상 위원장은 "합의가 안 된 부분은 16일 전체회의에서 표결처리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에 떠밀려 제대로 된 논의조차 거치지 않은 채 정치개혁안이 표결로 처리될 경우 개혁 취지와는 전혀 다른 내용의 정치개혁안이 탄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수적으로 따지면 정개특위 소속의원 20명 중 10명은 한나라당이 차지하고 있다.

목 위원장은 또 "정개특위에서 합의를 보지 못한 부분은 국회의장, 4당 총무, 정책위의장 연석회의로 넘겨 해결을 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 대표들끼리 해결을 보는 것은 관례에도 없고 국회 입법권을 포기한다는 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이 심하다.

이에 따라 17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개혁의 적기'라며 요란하게 시작한 정개특위는 각 당의 이해관계에 발목이 잡혀 시간도 넘기고, 내용도 부실해질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이러다보니 국민들에게는 '개혁 피로감'만 쌓여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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