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비자금'과 '대북송금'으로 구속기소된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 대해 징역 12년 및 추징금 1백47억5천2백여만원의 중형이 선고됐다.
***박지원 전 장관, 징역 12년, 추징금 1백47억여원**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김상균 부장판사)는 12일 오후 열린 선고공판에서 박 전 장관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대북송금 과정의 직권남용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의 공소내용에 대해 유죄가 인정된다며 위와 같은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이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과 남북정상회담의 특사로 활동하는 등 정권의 실세로서 지위를 이용해 카지노 허가 및 대북사업을 부탁하고자 하는 정몽헌 회장이 1백50억원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시장의 신뢰를 잃은 현대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했음에도 산업은행 등을 통해 지원을 요청해 산업은행, 현대 계열사들, 국민경제 모두에게 많은 피해를 발생시켰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특가법상 법정 형량이 10년 이상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언급하며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뇌물수수가 밝혀짐에 따라 국민적 충격을 줬고, 피고인이 혐의 사실을 줄곧 부인해와 엄정한 형사적 처벌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중형을 내리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 "중형내려 마땅하지만 피고인의 역사적 소명의식 인정"**
재판부는 그러나 "1백50억원을 수수한 것은 비난을 받아 마땅하지만 나머지(대북송금)는 역사적 소명의식에 의한 것이고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아직 남아 있고, 뇌물을 수수해 '기자 회식' 등 업무와 관련해 사용했다는 것이 인정된다"라며 "피고인의 사회 기여 정도 등 제반 약력을 참고해 고심 끝에 판결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당초 징역 20년을 구형했었다.
박 전 장관에 대한 공판은 검찰과 변호인이 이익치씨 진술 신빙성과 해외 체류중인 김영완씨 진술서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로 치열한 공방을 펼쳤지만 이날 재판부는 이익치 진술의 신빙성, 김영완씨가 제출한 자술서의 증거 능력과 신빙성을 모두 인정함으로써 유죄판결을 내리게 됐다.
***재판부, 연극관람 사진 재변론 요청 거부**
이날 재판부가 판결을 내리기 전 박 전 장관의 변호인측은 박 전 장관이 2000년 4월14일 연극 '세자매'를 관람한 뒤 찍은 사진을 재판부에 제출하며 '알리바이를 입증'을 위한 변론을 재개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공소장에 밝혀진 돈을 건넨 시점이 4월 중순으로 14일에 특정해 볼 수 없다"며 "사안의 실제에 대한 판단이 섰기 때문에 심사숙고 끝에 변론 재개 요청을 거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1백여석의 방청석을 가득 메운 취재진 및 박 전 장관의 지인들은 재판부의 판결문 낭독을 숨을 죽이고 지켜봤고, 박 전 장관은 재판부의 유죄 판결에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재판장을 빠져나갔다.
박 전장관은 1심 선고결과에 불복, 곧 항소키로 했다.
***이익치에게도 유죄판결**
한편 이날 법원은 박지원씨 1백50억 수수설을 폭로해 박씨 중형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이익치 전 현대증권회장에 대해서도 유죄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유지담 대법관)는 이날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으로 기소된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이씨의 상고를 기각,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씨는 지난 98년 5∼11월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 자금 2천134억원을 모은 뒤 시세조종을 통해 현대전자 주가를 주당 1만4천8백원에서 최고 3만4천원선으로 끌어올린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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