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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 나흘 앞두고 엎어져…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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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 나흘 앞두고 엎어져…왜 이러나

정부 "우리 국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반인륜적 행위"

오는 25일로 예정됐던 이산가족 상봉을 나흘 앞둔 21일, 북한이 돌연 이산가족 상봉을 연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북한은 남한이 "북남관계를 적대관계로 삼고 있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개성공단이 재가동되고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도 목전에 두는 등 최근 남북관계가 적대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 북한의 이번 발표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일각에서는 북한 내부에서 지금까지 박근혜정부에 끌려다녔던 남북관계 판을 흔들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이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조선보수패당이 북남관계를 적대관계로 삼고 모든 대화와 협상을 대결수단으로 악용하고있는 한 초보적인 인도주의문제도 옳바로 해결될수 없다"며 이산가족 상봉 연기와 더불어 남한이 오는 10월 2일 열자고 제안한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 북한의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21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은 조평통 성명을 통해 남한이 여러 측면에서 대결소동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우선 남북관계의 개선은 자신들이 노력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남한에서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결과》니, 《원칙있는 대북정책》이 누구를 《견인》하고있다느니"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우리의 성의있는 노력에 의하여 이루어진 북남관계의 진전을 저들의 《원칙론》의 결과로 광고하는것이야말로 파렴치한 날강도행위"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남한 일각의 평가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성명은 "민족공동의 사업인 금강산관광에 대해서 (남한이) 그 누구의 《돈줄》이니 뭐니"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최근 북한에서 열렸던 2013 아시안컵 및 아시아클럽역도선수권에서 태극기를 게양하고 남한의 애국가가 연주된 것 등을 두고 북한이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해괴한 나발을 불어대고 있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이날 성명에서는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성명은 남한이 "우리와 억지로 련결시켜 북남사이의 화해와 단합과 통일을 주장하는 모든 진보민주인사들을 《용공》, 《종북》으로 몰아 탄압하는 일대 《마녀사냥극》을 미친듯이 벌리고 있다"며 "전쟁연습소동과 무력증강책동에 광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내란음모사건 언급한 북측의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날 오후 성명을 발표하고 북한의 이번 조치가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김의도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북한의 행태에 대해 "며칠 후면 헤어졌던 가족을 만난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200여 이산가족들의 설렘과 소망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린 것"이라며 "모든 이산가족들과 우리 국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반인륜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정부는 "인도주의적인 문제인 이산가족 상봉을 정치적 이유를 들어 연기시킨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북한이 이석기 의원 사태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북측이 '내란음모사건'을 언급하며 이를 이산가족 상봉행사 연기의 이유로 말하고 있는바, 우리의 헌법을 무시한 반국가적 행위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사건마저 남북관계와 연결시키는 북측의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북측이 '통일애국인사'에 대한 탄압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것은 소위 애국인사를 남한에 두고 지령을 주면서 조종한다는 뜻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우리 정부와 국민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단호하고 강력한 대응 조치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 김 대변인은 "또 다른 무력도발을 하겠다는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그런 행위는 우리의 단호한 응징과 국제적 제재만을 강화시킬 뿐"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족의 아픔과 상처를 실질적으로 치유할 수 있도록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조속히 응해야 한다"고 북측에 촉구했다.

판 엎은 북한, 왜 이러나?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연기한 이유로 남한의 '대결적 소동'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월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계속됐던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이 지난 8월 14일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 이후 개선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어 북한의 이러한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군다나 이산가족 상봉 명단까지 교환하고 상봉 일자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북한이 '상봉 연기'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북한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해 경남대 김근식 교수는 "당황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면서 "북한 내부에서 대남 전술의 변화를 시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개성공단 정상화 이후 북한 내부에서 남한에 지나치게 양보했다는, 즉 박근혜정부에 '끌려다녔다'는 내부적 문제제기가 있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김정은 체제 들어와서 북한의 대남 메시지가 진폭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김정일 정권 때와는 달리 김정은 정권에서의 대남 기조가 납득할 만한 이유나 상황의 변화 없이 갑작스럽게 변한다"며 "내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대남 전략이 확고하게 정립이 안 된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북한의 이번 조치가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상봉 연기를 결정한 배경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는데 (금강산)관광 회담과도 관련이 있지 않겠냐고 생각한다"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에서 성과를 기대하기가 (불투명한) 그런 상황이 되지 않았나"고 답했다. 북한이 애초에 이산가족 상봉을 인도적 차원이 아닌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활용한 측면이 있는 상황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의 성과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이산가족 상봉도 연기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한편 오는 25일로 예정됐던 이산가족 상봉은 성사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상봉 준비를 위해 금강산에 체류하고 있던 남측 인원이 철수 준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에 추가적으로 상봉과 관련한 제의는 하지 않은 채 반응을 기다리는 것이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답해 이산가족 상봉이 빠른 시일 내에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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