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서울시장이 한 조찬강연회에서 지하철 파업시 소방관을 투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지하철 기관사 자리가 얼마나 쉬운 자리인지 모른다. 이 점이 드러날까봐 (노조는) 파업도 못할 것”이라고 기관사 및 도시철도 노조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 “지하철 파업 대비 소방관 지하철 운행교육”**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 시장은 28일 오전 한국표준협회 주최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조찬강연회에서 “지하철 노조 파업에 대비, 취임후 일부 소방관들과 지하철 퇴직자들에게 지하철 운행교육을 시켜 파업이 일어나도 두 달간 운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하철 기관사 자리가 얼마나 쉬운 자리인지 모른다"며 "이 점이 드러날까봐 (노조는) 파업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철도노조, "서울시, 대테러 인력 양성한다더니..." 비난**
이같은 이 시장의 발언은 당연히 기관사 및 노조의 강한 반발을 낳고 있다.
이 시장의 발언은 다음달초 파업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는 서울도시철도공사 노동조합(5~8호선)을 겨냥한 발언으로, 이는 파업시 소방관 등을 ‘대체근로 인력’으로 운영, 파업에 대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1~4호선을 운행하는 서울지하철공사노조는 현재 파업계획이 없다.
도시철도 노조 유하선 사무처장은 이 시장 발언과 관련,“지난 2월18일부터 서울시 소방방제본부 주관으로 ‘대테러 인력 양성’이라는 명분으로 소방관의 지하철 운행교육 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이 시장의 이번 발언을 통해 지하철 운행교육이 ‘대테러’가 아닌 지하철 파업에 ‘대체근로 인력’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스스로 밝힌 셈이 됐다”라고 말했다.
유 사무처장은 이어“노조는 이미 서울시의 이러한 대체근로 인력 양성 의도를 파악해 마지막 실승 교육을 저지했다”라며 “현재 대체근로인력으로 투입될 수 있는 소방관은 없다”라고 반박했다.
***"이 시장, 내일 당장 기관차 핸들 잡아보라"**
노조는 "지하철 기관사 자리가 얼마나 쉬운 자리인지 모른다"는 이 시장 발언에 대해서도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발언을 접한 한 기관사는 "이 시장 발언은 자신이 하고 있는 '시장 일'은 엘리트들이나 해야 할 중차대한 일이고, 블루 칼라 등 기관사들이 하는 일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천박한 일이라는 전형적 우월주의적 발상"이라며 "그렇게 쉬운 일이라면 이 시장은 내일 당장 기관차 핸들을 잡아보라"고 분노를 참지 못했다.
서울지하철공사노동조합(1~4호선) 김찬호 교선실장도 “대체근로 인력 투입으로 안전사고가 난 사례가 있는 등 지하철 운행을 기관사 혼자 해서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라며 “출퇴근시간 최대 3천명씩 승객을 싣고 운행하는 지하철 기관사는 적성검사를 통해 적어도 6개월 이상의 교육을 받아야 하고 끊임없는 현장 교육을 통해 안전하게 승객 운송을 할 수 있는 경험이 축적돼야 한다”라고 이 시장 발언을 비판했다.
김 교선실장은 또 “지금도 소방관 인력이 모자란 상태에서 소방관을 지하철 운행에 이용하겠다는 이 시장의 발상은 5, 6공시대의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선실장은 이 시장 발언이 도시철도노조의 파업을 앞두고 나온 점에 주목하며 “이 시장은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본질적 문제에 대해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며 “파업해결을 위한 모색 없이 기다렸다는 듯이 파업을 하면 대체근로인력을 투입해 파업을 무력화시키겠다고 공식석상에서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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