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치정국 해법을 논의키 위해 소집된 민주당 긴급의원총회가 22명만이 참석,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원내 제2당, 민주당의 부끄러운 현주소다.
***박상천 대표체제 ‘레임덕’ 결정판**
오후 2시로 예정됐던 긴급의총은 25분이 넘도록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결국 의결권한 없는 ‘간담회’로 전락했다.
정균환 총무는 회의를 시작하며 의원들 보다 수가 많은 기자들은 의식한 듯 “긴급의총이라 다른 일정이 있는 의원들이 많았다”고 난감함과 궁색함이 뒤섞인 변명을 했다.
그러나 이날 의총은 하루전인 25일 오전 노 대통령의 특검안 거부가 알려진 직후 소집된 것이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당일 의총을 열어 대책을 논의한 것과 비교하면 ‘긴급’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조차 무색했다.
‘김 빠진’ 간담회는 정치권 대치정국에 대한 어떠한 책임있는 논의 없이 “특검 재의결을 추진하되, 불가능하면 새 특검법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기존 당론을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끝났다.
박상천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노 대통령은 거부할 명분이 없으며 한나라당의 대응도 현명치 못하다”고 말했다. 정 총무도 “한나라당과 노 대통령이 발을 잘 맞춰 부패 의혹을 비껴나가기 위한 짜고 치는 고스톱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양비론’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당론인 ‘재의결 추진’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조차 나오지 않았다. 새 지도부 선출을 이틀 앞두고 박상천 대표 체제 ‘레임덕’의 결정판이었다.
***盧 TV토론 일정 트집, 방송사 항의방문**
특검대치로 인한 정국파탄을 타개를 위한 노력은 굼뜬 민주당이 자당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는 민첩했다.
회의에서 참석 의원들은 노 대통령의 SBS 대담이 전당대회와 같은 날인 28일로 잡힌 데 격분, SBS를 항의방문하고 청와대에 전화를 걸기로 ‘신속히’ 결정했다.
정 총무는 “전당대회 다음날 신문, 방송에 전당대회 보도는 안 나가고 대통령 담화만 나올 것”이라며 “하고 많은 날들 중에 28일을 날로 잡은 것은 민주당 행사에 물타기를 하자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간담회 직후 김옥두, 배기운, 심재권, 윤철상, 안상현 등 5명으로 항의방문단을 구성해 이날 저녁 SBS를 방문키로 했다. 이와 함께 정 총무와 김성순 대변인은 청와대 비서실에 대통령 TV 토론회 일정을 연기해 줄 것을 요구하는 전화를 걸기로 했다.
***대표경선 후보들도 무더기 불참**
현 지도부의 지도력 한계는 그렇다 쳐도, 이날 의총에는 대표경선에 뛰어든 8명의 후보 가운데 이협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7명도 무더기로 불참, 저마다 내건 민주당의 환골탈태 구호를 무색케 했다.
선거일정과 겹쳤다는 핑계는 대지 못할 듯하다. 이날 민주당 경선후보 사이버 토론회는 오전 11~1시, 오후 3시~5시로 예정돼, 2시 의총과는 겹치지 않았다. 더욱이 오후 토론회를 앞둔 이협 의원의 참석 자체가 타 후보들의 불참을 ‘성의부족’으로밖에 볼 수 없는 이유가 된다.
거대 야당의 덩치에 밀리고, 소수 여당의 기민함에도 밀리는 원내 제2당, 민주당의 현재를 대표가 되겠다는 후보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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