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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렬 단식과 '역대 정치인' 단식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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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렬 단식과 '역대 정치인' 단식의 차이

<기자의 눈> 민생현안 뒷전, 국민 지지 받을 수 없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26일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비리 특별검사제 도입 거부에 반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최 대표의 '단식투쟁'이 정국 주도권 싸움에서 가질 파급력과 함께 언제까지 단식농성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화 투쟁정치인 단식, YS 23일, DJ 64세에 13일 동안**

단식은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정치인들의 주요한 정치투쟁 수단중 하나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전두환 군부에 의해 자택 연금중이던 지난 83년 5.18 3주년을 맞아 민주화를 요구하며 56세의 나이로 23일간 단식농성을 벌여 국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며, 전두환 철권통치에 타격을 가한 바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군사정권에 항거해 지난 78년 두 번, 80년 한 번 단식농성을 벌였으며, 3당 합당 직후인 90년에도 지방자치제 실시 및 내각제 포기를 요구하며 13일간 단식농성을 벌여 합당세력의 내각제 개헌 음모를 좌초시킨 바 있다. 90년 단식 때 DJ의 나이 64세였다.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도 범국민적 저항운동이 불붙은 86년 직선제 개헌쟁취와 4.13 호헌조치 철회를 요구하며 17일간 단식농성을 한 바 있다.

험악한 군부독재 시절에 행해진 이들의 '단식'은 한국사회의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다.

***전두환도 "5공 정통성 지키겠다"며 단식**

군부독재 시대가 끝나고 문민시대가 들어서면서는 단식의 의미가 상당부분 변했다.

이와는 달리 전두환 전 대통령은 천문학적 뇌물 수뢰로 구속된 후인 95년 "5공의 정통성을 지키겠다"며 안양교도소에서 64세의 나이로 28일간 단식농성을 벌여, 국민들의 비아냥을 산 바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민주당 김상현 의원이 지난 2000년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에 항의하며 3일간 단식농성을 벌였으며, YS 대변인 격인 박종웅 한나라당 의원도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 '언론사 사주 구속'에 항의해 2001년 20일간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올해에는 김근태 현 열린우리당 원내총무가 지난 9월 "민주당 분당사태에 석고대죄한다"며 사흘간 단식농성을 벌인 뒤 우리당에 합류했고, 지난달에는 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이 이라크 전투병 파병에 반대하며 13일간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어 이번에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노 대통령의 특검법 거부를 이유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그러나 최대표의 단식 명분과 정치적 파급력에 대해선 논란은 분분하다. 최 대표의 단식 기간에 따라 '단식투쟁'이 일회적 정치적 쇼에 불과한 것인지, 정국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사생결단'이라는 강한 의지의 표현인지 여부가 드러나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단식, 그 뿌리는 종교적 수행과 타애(他愛)의 수단**

최 대표의 단식에 대한 의미를 해석하기에 앞서 '단식'에 대해 사회적 의미를 좀 더 깊게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단식은 원래 종교적 수행의 의미로 생겨났다.

가톨릭에서는 예수가 40일간 단식했다 해서 부활절을 앞둔 40일간을 사순절(四旬節)로 정해 극기.수양의 목적으로 단식을 하고 있다. 또한 완전 단식은 아니지만 이슬람에서도 제9월인 라마단(금식월)이 되면 한 달 동안 해가 떠 있는 동안 물도 한 모금 마시지 않는다. 이슬람 지역의 기후를 고려했을 때 이는 상당한 극기의 정신을 필요로 한다.

불교와 힌두교에서도 단식은 주요한 수행의 방법 중 하나이다. 힌두교에서는 극기단련과 선행의 의미로 단식을 중하게 여기고, 불교에서도 석가모니가 6년동안 수행을 하며 1주일에 한 끼 정도 소량을 섭취했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의 선술에서도 단식을 벽곡(辟穀) 또는 단곡(斷穀)이라며 선인이 되기 위한 필수 수행과제로 여기고, 도교에서도 장자는 이슬만 마시며 선인의 기풍을 지니면 비룡을 움직인다 해 식음에 연연하지 않는 탈속(脫俗)을 강조했다.

이러한 종교적 신념과 수행의 일환으로서의 단식은 현대사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 문규현 신부는 부안 핵폐기장을 반대하며 13일이 넘도록 단식중이며, 최근 지율스님은 부산 고속철의 천정산 관통을 반대하며 목숨을 걸고 45일간 단식을 하기도 했다.

이들의 단식이 빛을 발하는 것은 비록 세속적 사회의 요구를 나타내기 위한 측면이 강함에도 불구, 성직자로서 자신의 고행을 통해 '인간의 탐욕에 생명을 잃어 가고 있는 뭇 생명들에 대해 사죄하겠다'는 의미와 더불어 자신도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실천적 수행을 한다는데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약자'의 단식**

단식은 갈 곳 없이 막판에 몰린 사회적 약자들의 항거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삼성그룹 해고자들이 링거를 맞아가며 지금 43일째 단식을 벌이고 있고, 조선족 교포들이 한국국적 취득을 요구하며 보름이 넘게 단식을 하고 있기도 하다. 벌써 수십명의 조선족 동포들이 탈진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다. 그러나 그들은 생명을 건 싸움을 중단하지 않겠다 한다. 막다른 길에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민생 현안 외면한 단식이 국민적 지지를 얻을지 미지수**

그러나 정작 이들 사회적 약자의 '목숨을 건 투쟁'에는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던 정치권, 특히 한나라당이 '단식'을 통해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막다른 처지'를 호소하겠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

한나라당이 마지막 정기국회 회기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태에서 민생현안에 대한 법률 처리를 제쳐둔 채 정치적 투쟁으로 일관한다면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2004년 예산안을 비롯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양도세율 개정을 포함한 소득세법과 주택거래 신고제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 등 민생 법안을 포함, 처리해야 할 1천2백여건의 법안들이 상정돼 있다.

또한 계층간 첨예한 사회적 갈등을 빚고 있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동의안을 비롯 국민연금 개혁안 등 국회에서 사회적 논의를 모아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시점이다.

민생 현안을 돌봐야 할 국회의 기능마비를 볼모로 단식농성을 통해 실시하는 장외투쟁이 과연 어떤 효과를 나타낼지, 이를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볼 지, 현 시점에서 한나라당이 '단식투쟁'이라는 수단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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