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 직전 민주당을 탈당한 김민석 전 의원이 4일 오후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 입당 신청서를 중앙당에 제출했다.
더욱이 민주당 내 김 전의원의 복당을 꺼리는 분위기가 예상보다 강해 김 전의원의 복당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탈당은 누군가 맡아야 할 악역이었다”**
김 전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출했다 돌아온 아들의 심정”이라며 자신의 소회를 밝히고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지난해 탈당은 무리가 많은 결정이었지만 누군가는 맡아야 할 악역이었다”며 “민주당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마음은 떠나면서부터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복당을 본격적으로 결심한 것은 10월 중순부터였다”며 “탈당한지 1년 후 복당원서만 제출하고 복당한 과거 사례가 중진들 중에 있기 때문에 당헌당규 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서 ‘지지자들에 대한 사죄’ 요구에 대해선 “1백퍼센트 충분한 게 어디 있겠냐마는 1년 이상 되돌아 봤으니 이제는 집나간 아들이 돌아와서 집안일도 좀 하고 싶다”며 비껴갔다.
김 의원은 또 “추미애 의원을 비롯한 당 선배들에게 충분한 동의를 구하지 못하고 탈당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평화세력 대 단결’이라는 대 전제에서 봐주면 좋겠다”며 탈당을 감행했던 자신의 ‘충정’을 알아주기를 부탁했다.
김 전의원은 “당에 돌아왔으면 민주당 승리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역구 여론에 따를 것이지만 개인적으로 총선 출마를 희망한다”며 공식적으로 총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28일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중앙 상임위원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선 “백의종군할 것이고 약간의 정치 경험과 젊음을 바탕으로 민주당에 새로운 참여 세력을 영입하는데 개인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부인했다.
***“‘배신의 정치’ 받아들일 수 없다”**
하지만 김 전의원의 복당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열린우리당의 분당,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으로 여권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민주당에게 ‘분열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김 전의원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김영환 정책위의장은 이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어떻게 노(노 대통령)에게 분노하는데 김(김민석)에게 온정적일 수 있겠냐”며 김 전의원의 복당을 반대했다.
김 의장은 “김민석의 탈당은 민주당을 분열시키고 민주당 지지자들을 실망시킨 충격적이 사건이었다”며 “느닷없이 들어오는 것보다는 당원들의 양해를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고 또 (복당을) 서두르지 않는 게 좋겠다고 권고도 했었다”며 ‘적당한 시기’가 아님을 강조했다.
정범구 의원은 “당헌당규에 따른 절차도 절차지만 정치적 신의를 중요시 여기는 사람으로서 ‘배신의 정치’ 행태를 받아들일 수가 없다”며 김 전의원의 복당이 거론되는 것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정 의원은 김 전의원의 복당을 반기는 일부 의원들에 대해서도 “같이 당을 하는 이유가 뭔가 하는 회의가 들 정도”라며 “복당안이 당무회의에 올라올 경우 부결을 시켜서라도 김 전의원의 복당만은 막겠다”고 말했다.
장전형 부대변인은 사견을 전제로 “복당 하고 말고는 본인이 판단할 사항이지만 시기적으로 꼭 ‘지금’이여야 하는지는 여러모로 생각했어야 할 문제였다”며 “자질은 아깝지만 대국민 이미지도 중요한데 신당과 개혁 경쟁 중인 민주당으로서는 난감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 전의원이 ‘정치적 고향’이라고 주장하는 영등포을 지구당 내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영등포을 지구에서 민주당 공천을 준비 중이던 박금자 당무위원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자기 이익을 좇아 마음대로 떠나고 마음대로 들어온다면 누가 당을 지키고 헌신하겠느냐”며 복당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박 위원은 지난 10월30일 비상대책위 회의에서도 “비대위에서 큰 줄기를 잡지 않고 세부사항을 논의할 동안 김민석 의원 복당이 기정사실화 돼 버렸다”고 비판했었다.
김 전의원의 복당 가능성에 불안을 감추지 않았었다. 또 박 위원은 “김민석 복당은 국민들에게 ‘개혁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구나’ 하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민주당에 폐가 될 것”이라며 김 전의원 복당 반대에 의원들이 나서주기를 바랐었다.
***“당 혼란 틈타 복당이 기정사실화됐다”**
이 같은 정서적 반감 외에도 김 전의원의 복당 절차도 매끄럽지 않아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지난해 10월17일 탈당한 김 전의원은 ‘탈당후 1년이 넘으면 지구당 심사를 거쳐 복당할 수 있다’는 당헌당규에 따라 원칙적으로 복당 신청은 가능하다.
하지만 영등포을 지구당이 위원장 궐석으로 현재 사고지구로 분류돼 있고, 상위 지부인 서울시지부 역시 이해찬 전 지부장의 탈당으로 사고 상태이므로 지구당 심사가 불가능하다는 데 일차적인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김 전의원의 복당 여부를 중앙당에서 최종 결정키로 한 상태다.
그러나 구체적인 심사 기준 등 중앙당의 심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 지에 대해서선 정해진바가 전무하다. 따라서 우리당과의 분당 이후 체제정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주당의 혼란을 틈타 복당을 꾀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금자 위원이 “비대위의 혼란을 틈타 복당이 기정사실화됐다”고 지적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복당 신청서 제출 시 1주일동안 심사를 거치게 되고 20일내에 입당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중앙당이 김 전 의원의 복당을 허락할 경우 당내에 ‘괴씸죄’ 여론이 드높은 상황에서 김 전 의원은 다시한번 민주당 분란의 씨앗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