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가 귀국 한 달 만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로써 독일로 유학을 떠난지 37년만에 자진 귀국했던 송 교수는 13여 차례에 걸친 국가정보원과 검찰 조사를 거친 끝에 영어의 몸이 됐다.
<사진> 송두율 교수
***송두율 교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수감**
서울지법은 22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고 높은 처단형이 예상되며, 범죄 소명이 충분하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이날 밤 10시경 송 교수에 대한 영장을 집행, 서울구치소에 수감했다. 이날 송 교수는 초췌한 모습으로 구치소 호송 차량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나중에... 나중에...”라며 착잡한 심경을 나타냈고, 영장실질심사 전에는 “담담하다. 긴 호흡과 안목으로 민족사를 보겠다. 한국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송 교수가 받고 있는 혐의는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가입, 특수탈출 및 회합통신 등으로, 검찰은 앞으로 최대 30일 간 송 교수를 구속한 상태에서 보강조사를 통해 송 교수의 전향의지 및 반성 여부를 고려해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 된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과 송 교수측은 후보위원 선임 부분과 해외 학술회의 개최 배경, 각종 저서와 기고문의 이적성 문제, 북측 지령 수임 부분 등을 둘러싸고 한 때 검찰과 변호인 측의 고성이 법정 밖으로 들릴 정도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송 교수측은 “후보위원급 대우를 받은 적은 있지만 후보위원으로 선임돼 활동한 적은 없으며, 학술회의도 남측의 제의에 따라 북측 학자들을 참석시키기 위해 북한 당국과 협의를 벌였을 뿐 북측 지령에 따른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변, “송 교수 구속은 ‘전향’ 강제하기 위한 것”**
송교수 구속 소식을 접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회장 최병모)은 이날 성명을 통해 “송 교수가 이미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에서 구속을 무릎쓰고 귀국했다는 점, 국정원이나 검찰에서 이뤄진 소환에 한 번도 응하지 않은 적이 없고, 자진 출두해 적극적으로 조사해 왔다”며 구속 사유인 도주의 우려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민변은 또 “이미 10차례가 넘는 소환조사를 통해 증거 수집에 필요한 충분한 기회를 가졌고, 이를 통해 송 교수의 과거 행적에 관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해 놓은 상태로 증거인명의 우려가 전혀 없다”며 “형사소송법 상 불구속 수사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변은 검찰의 구속 방침에 대해 “검찰의 이번 구속영장 청구가 인신구속의 불이익 처분으로 ‘전향’과 ‘자백’을 강제하겠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단협, 민교협 등 학술 교수 단체들도 성명을 내고 “송두율 교수 사건은 한국사회가 분단과 냉전의 퇴영적 과거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화해와 통합의 밝은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민국의 선택을 종용하는 역사적 분수령”이라며 검찰의 구속방침에 유감의 뜻을 내는 등 송 교수 문제로 인한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