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비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 수감중인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 대한 법정공방이 공판이 거듭될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권 전 고문의 변호인측은 현대비자금이 권 전 고문이 아닌 다른 여.야 정치인들에게 광범위하게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현대비자금 2백억원, 여야정치인에게 광범위하게 분배된 것 아니냐”**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참석해 많은 관심 속에 21일 서울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서 변호인측은 “4~5차례 돈을 전달한 계열사 전모사장은 매번 전달할 때만다 돈을 건네준 사람이 일치하지 않았으며, 40대 초반의 정장차림으로 국회의원 비서관인줄 알았다”라고 김영완씨에게 돈이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변호인측은 이어 “정몽헌 회장 지시로 전 사장에게 돈을 받아 여.야 정치인들에게 분배 해주고 (대북송금) 특검에서 2백억 지출 사실이 드러나자 권 전 고문에게 뒤집어씌우는 것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변호인측은 또한 권 전 고문이 2백억원을 수수했다는 증언을 한 시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변호인측은 “이 전 회장이 처음에는 2백억원의 행방에 대해 ‘민주당’이라고만 얘기하고 권 전 고문에 대한 언급이 없다가 정 회장이 모두 진술하자 이 전 회장이 어쩔 수 없이 모든 것을 밝힌 것으로 말했다”며 “그러나 이 전 회장이 진술한 것은 25일이고, 당시 정 회장은 대북사업으로 김윤규 사장과 방북했다 25일 돌아와 26일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는데 이 전 회장이 먼저 권 전 고문을 지목해 진술한 것 아니냐”고 강하게 추궁했다.
***사라진 3천만 달러와 2백억원, 누구에게 갔나**
일단 관련자들의 진술과 밝혀진 사실들로 볼 때, 현대가 2000년 당시 분식회계 등을 통해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 중 일부가 대북송금에 사용되고, 일부는 정치권으로 유입된 것은 사실로 보인다.
당시 현대는 대북사업 적자로 매일 3억원씩의 적자를 기록하며 유동성에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었고,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금강산 관광선의 카지노 및 면세점 허가가 절실했기 때문에 정치권에 전방위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러나 위의 권 전 고문 변호인측의 주장과 같이 이 돈이 과연 어디로 흘러들어갔느냐에 대한 점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현재 정몽헌 회장이 자살을 해 더 이상 추가 진술이 나올 수 없는 상황으로 정 회장 진술의 신빙성 검증 절차가 불가능한 상태로 돈 전달 과정의 핵심 관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이 전 회장과 김영완씨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이다.
그런데 돈의 전달 과정에서의 계열사 전 사장과 김영완씨의 기사 등 관련자들 진술이 엇갈리고 있고, 거액의 비자금 전달 과정 치고는 허술한 점이 눈에 많기 때문이다.
***“엄청난 금액 전달과정이 너무 허술하다”**
첫 번째 의혹은 이익치 전 회장이 신라호텔 커피숍에서 권 전 고문과 정몽헌 회장, 김영완 등 네 사람이 5차례에 걸쳐 만나 카지노 및 면세점 청탁과 정치자금 요구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권 전 고문측은 과연 경쟁그룹이 운영하는 호텔에서 보안유지가 필요한 만남을 가졌겠느냐는 것이다.
두 번째 의혹은 2백억원이 현찰로 전달됐는데, 그 과정이 너무 허술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에게 “엄청난 돈인데 전달과정이 너무 허술하다”며 “중간에 빼가도 모를 지경이다. 현대는 원래 그렇게 일하나?”라고 이 전 회장에게 질문했다.
이에 이 전 회장은 “몇 사람 거쳐서 보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관련된 사람을 연결 관계를 맺어 놓으니까 완벽하게 심부름이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요구액수가 분명하기 때문에 전달 후 확인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빼돌리기 힘들다. 현대는 절대왕권이다.시키는대로 할 뿐이다”라고 답변했다.
게다가 3천만달러 해외계좌 입금 관련, 정 회장이 이를 김영완씨로부터 직접 받지 않고 이 전 회장을 통해서 받게 한 것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김영완, 현대비자금 어디까지 개입돼 있나**
따라서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핵심 열쇠는 미국에 체류중인 김영완씨에게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역시 현대 비자금 1백50억원 수수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지원 전 장관도 현대와의 연결고리는 김영완씨였다.
김씨는 현재 정재계 및 언론계의 광범위한 인맥을 통해 정재계 인사들을 연결시켜 주고 중간에서 자금 전달과 돈세탁 역할을 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김씨가 미국에서 서면으로 진술서를 보내오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관련된 혐의 부분에 대해 왜곡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히려 권 전 고문측의 변호인은 “김씨가 권 전 고문을 등에 업고 돈을 빼돌린 것 아니냐”는 ‘배달사고’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3천만달러의 해외 유출 및 뉴욕에서의 부동산 투자 의혹의 당사자가 김씨라는 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병문안 가긴 갔었나?”**
또한 이익치 전 회장과 정몽헌 회장이 검찰에서 진술한 권 전 고문에 대한 병문안 시점도 공판에서 주요하게 다뤄졌다. 이 전 회장은 98년 4월 권 전 고문을 처음 만난 후 98년에 병문안을 갔었다고 진술했고, 정 회장도 98년 12월 병문안을 갔었던 것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권 전 고문의 변호인측은 “권 전 고문이 98년에 입원한 것은 3월달로 처음 만난 4월과는 맞지 않고, 12월에는 권 전 고문이 일본에 있었던 시점으로 정 회장의 진술과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는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로 변호인측은 이 부분에 대해 앞으로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익치와 정몽준 사이에는 무슨 일 있었나?**
대학을 졸업해 현대에 입사한 후 현대그룹의 ‘가신’으로 맹활약해 온 이 전 회장은 정몽헌 회장에 대한 진술을 할 때마다 수차례 눈물을 흘리기도 해 오히려 변호인측으로부터 ‘의도적’인 것 아니냐는 질문을 들을 정도였다.
그러나 자신의 주가조작사건으로 현대그룹에 악감정을 품은 것 아니냐는 변호인측의 질문에 대해서는 “정씨 일가가 시켜서 허위 진술한 것이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나중에 명예회복을 시켜 준다고 약속했었다”라고 단호하게 혐의 사실을 부인했고, 정몽준 현대중공업 회장에 대해서는 “정몽준 회장이 대통령까지 나오겠다 하는데 가까이 근무해 본 사람은 부정적인 생각하고 있다”며 “주가조작 사건에서 정몽준 회장이 대신 네가 고생하라 해서 대신 했는데 돌아오는 것 보니 이사들에게 허위 증언 시키고 민사소송으로 살 수 없게 만드는 것보고 지도자 자격 안된다 생각해 국민들이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기자회견까지 했던 것”이라고 서운한 감정 이상을 나타냈다.
현재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중으로 이 전 회장은 자녀의 카투사 병역청탁 등의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1천5백만원의 벌금을 판정받은 바 있다.
***“김영완씨 방에 수표다발 굴러다녀”**
한편 김영완씨 자택의 가정부로 근무했던 우모씨는 “다른 가정부로부터 김씨 방을 청소하다 1백만원짜리 수표나 현금다발이 화장대 같은 곳에 굴러다녀 가슴이 뛰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으나 “집에서 돈 상자를 보지는 못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날 공판은 오전 10에 개정돼 오후 9시 30분까지 두 차례 휴정을 포함해 12시간가량 진행 됐으며 다음 공판은 28일 열리며, 신라호텔에서 현장검증이 실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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