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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실례'프로세스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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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실례'프로세스 될라"

[30대 전문가들이 바라본 남북관계 현주소] <2>

이명박 정부 5년간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 이산가족 상봉 재개 등을 시작으로 조금씩 풀릴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여전히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반북 정서는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2008년 박왕자 씨 피살 사건,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건, 2013년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혐의를 비롯해 북한 정권의 3대 세습, 3차 핵실험까지 최근 5년간 일어난 일련의 사태들은 젊은 세대들이 북한 혐오를 넘어 무관심으로까지 이어지게 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2013년 지금 이 순간에도 학교에서, NGO 단체에서, 언론에서 북한을 연구하고 들여다보는 30대 젊은 전문가들이 있다. 제도권 내에서 북한을 처음으로 '공부'한 이들 30대 전문가들은 현재의 남북관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프레시안>과 코리아연구원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30대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남북관계 현주소'라는 주제로 모인 6명의 젊은 북한 전문가들은 자신들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 북한 체제와 김정은에 대한 평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향후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해 자신들의 생각을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이번 좌담회에서 사회를 맡은 팟캐스트 <남북상열지사>의 진행자인 정대진 씨는 현시대에서 시민들이 요구하는 남북관계와 북한 문제에 대해 함께 호흡하면서 통일의 기반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10일 여의도에 위치한 코리아연구원 사무실에서 진행된 좌담회에는 <통일코리아> 김성옥 기자, 연세대학교 통일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박일수 씨,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박사과정에 있는 탁용달·이갑준 씨, 북한통일학대학원연구협의회 최순미 공동대표가 참여했다. 다음은 좌담회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지난 6월 9일 남북은 장관급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을 장장 17시간 동안 진행했지만 합의를 내지 못했고 결국 회담은 열리지 못했다. 사진은 당시 실무접촉 수석대표인 남측 천해성(왼쪽) 수석대표와 북측 김성혜 수석대표가 악수하는 모습 ⓒ통일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실례'프로세스 되지 않으려면

정대진 :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평가해보자. 이제 6개월 좀 넘었는데, 한때 이명박 정부의 최대 업적이 금강산 폐쇄고 박근혜 정부의 최대 업적이 개성공단 폐쇄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기도 했었다. 올해 상반기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남북 장관급회담의 격(格) 문제부터 신뢰프로세스까지,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었나?

탁용달 : 격 문제는 남한 정부의 몽니였다고 본다. 격 문제가 국제적 기준, 관례라는 말도 안 되는 수사로 몽니를 부렸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회담하기 싫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 본다. 이번 정권 혹은 대북 컨트롤타워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의 안보실 라인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생각이 격 논쟁으로 촉발된 것이라고 본다. 그들에게 '그렇게 북한과 대화하기 싫으냐' 라고 되묻고 싶다.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며칠 전 지인들과 술자리에서 '실례'프로세스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는데.(웃음) 남북관계 잘하고 있다고 하는데 뭘 잘하고 있는지 실체가 없다. 일단 개성공단 닫혔다. 7번 회담했지만 당장 재가동하는 것도 아니다. 북핵문제도 해결 안 됐다. 8.15 경축사에서 박 대통령은 비핵화해야 신뢰프로세스 가동될 수 있다는 조건을 달기도 했다.

박 정부의 대북정책 지지율이 높다고 하는데 남북관계 별로 안해서 65~70% 지지율 나온 것이라고 본다. 뭔가 사업을 하면 반드시 지지율 까먹을 정부가 이 정부인데, 전략이 뭔지 모르겠다. 정말 통일을 원하는 것인지. 이럴 거면 개헌논의 할 때 한반도 평화통일 조항을 빼버리자는 주장을 하고 싶을 정도다.

개성공단 실무회담 같은 경우 6차에서 북한이 거의 다 포기하고 나왔음에도 7차까지 끌고 가서 항복 선언까지 받아내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개성공단도 하루라도 빨리 가동해야 여러 문제가 해결 될텐데 그것도 위원회에서 피해액을 산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니, 이 정부가 개성공단 정상화에 의지가 있는지, 남북관계 정상화의 의지, 실체가 있는지 싶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총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실례' 프로세스 아닌가 싶다.

정대진 :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의 실체는 무엇인가? 북한이 항복한 듯한 모습에 국민들이 시원하게 느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지지를 받을 만한 알맹이가 있던 것인지?

김성옥 : 이명박 효과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 정부에서 뭔가 평가를 할 만한 대북 정책이 없었다. 그런 세월을 5년 지나고 나서 보니까 잘하고 있다고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실제로 정부가 북한과 대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진행되는 추이를 보면 회담에 나오라고 해놓고 하루 주고 결정하라고 통보한다든지. 북한이 대화 의지가 있었음에도 중간에 구실을 만들어서 안 하려고 하는 느낌도 받았다.

그런데 8월7일, 경협보험금 지급한다고 했을 때 북한에서 대화제의하고, 이걸 통일부가 받아들이면서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걸 보면서 이런 표현 좀 죄송하지만 얻어걸린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북한이 그렇게 말했는데 싫다고 하면 개성공단 문 닫은 책임이, 물론 북한에도 있지만, 남한에 넘어오지 않나. 그랬을 때 감당이 안 되는 것까지 계산해서 수락한 것 같다. 정책적으로 철학을 갖고 쭉 이어왔다는 것보다 상황에 끌려가는 것 같은 느낌? 주도적으로 우리 정부가 대북 정책을 했다기보다는 상황에 대응하는 측면만 있었던 것 같아서 아쉬움이 크다

최순미 : 한편으로 박근혜 정부가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매우 좋다는 생각이 든다. 박근혜 정부의 장점은 대통령 개인의 경험으로 보자면 계속 정치권에서 자라났으니까 이러한 원리들이 눈에 잘 보이는 것이다. 격 논쟁 이후에 이것을 잘했다고 보는 국민이 70% 이상이었다. 근데 사실 제대로 보면 보수 쪽에서만 그랬고 진보 쪽에서는 반반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잘한 것은 언론이 어떻게 기사를 내고 어떻게 입장 표명을 했을 때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대북정책에서는 긍정적이지 않은 것 같다. 뚜렷한 대북정책이 없다면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 일텐데.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커뮤니케이션이 원천이다. 대북전략이 뚜렷한 것은 아니다. 포장을 잘했다.

탁용달 : 일단 미디어 환경이 기본적으로 좋다. 실제로 모든 정책에 대한 지지율이 52%+α 이다. 대선 때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52%는 박 대통령이 뭘 해도 좋아한다. 그게 지난 대선에 우리 사회가 이념적, 세대적으로 갈라진 양상이다. 그런데 67%가 지지한다고 가정해보면, 예를 들면 문재인 지지자의 10% 정도가 빠져나간 것이다. 이렇게 보면, 만약에 정말 많이 지지한다면 지지도가 90%가 넘어야 한다. 계산이 틀렸다.

▲ 연세대학교 통일학 박사수료 박일수 씨 ⓒ프레시안(최형락)
박일수 :
최근에 통일부에서 신뢰프로세스의 내용을 구체화해서 자료로 만들었다. 눈에 띄었던 것이 정치·군사적 신뢰 구축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나름의 고민이 있었던 것 같다. DJ-노무현 정부 때 정경분리를 통해 남북관계에서 경제적 분야가 진전되면 정치·군사적 부분까지 파급될 것이라는 것이 기본 전제였다. 그런데 10년 동안 해본 결과 경제적으로 개성공단 열고 금강산 관광 하더라도 정치·군사적인 부분은 진전이 안됐고 신뢰가 생기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을 신뢰프로세스가 지적하는 것 같다.

그동안 우리가 선이후난(先易後難), 그러니까 비교적 쉬운 것인 경제적 협력부터 먼저 시작해서 신뢰가 형성되면 어려운 것을 풀겠다는 정책을 폈는데 신뢰프로세스는 이것과 반대로 선난후이(先難後易)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본다.

어려운 것을 푸는 것이 어렵게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특정한 통 안에 큰 돌, 중간 돌, 모래를 채울 때 어떤 것을 먼저 넣어야 할지 생각해보면 큰 돌부터 넣고 중간 돌을 넣고 마지막에 모래를 넣어야 채울 수 있다. 물론 이 정부가 이런 부분을 생각하고 있다면 다행이다.(웃음) 실제로 그런 의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려운 문제를 먼저 풀기는 굉장히 힘든데, 일반적인 관례를 깨고 선난후이를 취했다. 얼마 전 군 통신선 재개한 것처럼 남북관계의 큰 바탕에 좋은 전제조건들을 만들어 나간다면 오히려 그 위에서 남북교류와 경제협력도 잘 돌아갈 수 있다고 본다.

탁용달 : 그래서 안 된다는 것이다.(웃음) 의지가 없다.

이갑준 :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가장 큰 수혜자가 박근혜 대통령 아닌가 싶다. 신뢰 프로세스라는 것을 통해 통일 정책의 어느 정도 설계를 그리지 않았나? 이명박 정부와 다르게 단계적인 정책을 그렸다. 그런 면에서 이명박 정부와는 다른 남북관계의 사고가 있다는 것이다.

출범한 지 이제 6개월 됐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더 기대할 것이 많다. 남북관계가 지금보다 활성화됐을 때도 초기에는 꼬인 적도 있다. 6개월 지났는데 이럴 때일수록 남북관계 진전을 바라는 사람들이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북정책을 폈을 때 일단 보수 세력들의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굉장한 장점이다. 또 10년 동안 남북관계 활성화되면서 쌓여진 데이터도 있고 잠재력도 있다. 이것들이 폭발할 수 있을 때가 지금이다. 이때 진보세력도 정부를 서슴없이 도와줘서 남북관계가 2년 안에 뭔가 이뤄진 다음에 그 후에 박근혜 정부의 통일 정책을 평가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그러려면 예전 정부에 참여했던 분들의 조언을 박근혜 정부가 좀 끌어들여야 한다.

현재 대화국면 잘 이어가야

정대진 : 현재 남북관계에 개성공단,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등 여러 현안이 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기대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우려가 있긴 하지만, 앞으로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으로 보나?

탁용달 : 남북 간 화해나 관계개선의 여지는 충분히 존재하고 불씨는 살아있다고 본다. 다만 내년 지방선거까지 종북논쟁이 이어지면 남북관계 나빠질 수 있다. 이석기 의원 사태와 관련해 한쪽에서는 구속시키고 한쪽에서는 개성공단 재가동에 합의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한국사회의 모순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올 연말과 내년 초까지 박근혜 정부가 현재 남아있는 남북관계의 불씨를 살려낼 수 있느냐의 여부가 중요하다.

박일수 : 대통령 되기 전에 북한의 최고 지도자를 만난 경험이 있던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이다. 본인이 직접 경험을 했기 때문에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벼랑 끝 협상에서 개성공단이 재가동된 측면은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도 안 받겠다고 하지는 않은 상태고. 물론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연계하지 않을 것이고 회담 일자도 10월로 미뤄두긴 했지만 금강산 관광 재개를 완전히 버리진 않았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의 대화 국면이 잘 이어져갔으면 좋겠다.

정권 초기에 지금처럼 남북관계에 포커스가 집중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DJ 정부 때도 많은 성과를 냈지만 IMF 때문에 정권 후반에 넘어와서야 남북관계 문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했다. 남북관계 문제가 너무 후퇴됐던 지난 정권의 역효과가 있어서, 국내 정치적인 요인과는 별개로 지금이 오히려 적기인 것 같다. 박근혜 정권에서는 후반기로 넘어 갈수록 추진력이 떨어질 것 같고, 지금 북한도 대화국면에 나선 상황이라 우리가 이 시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싶다.

▲ 북한통일학대학원연구협의회 최순미 공동대표 ⓒ프레시안(최형락)
최순미 :
팟캐스트 방송을 하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문제를 많이 다뤘었다. 박근혜 정부가 원하는 것은 현상유지일 것 같다. 우리 입장에서야 남북관계를 정책순위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문제로 생각하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끼겠지만. 어쨌든 이것만 놓고 봤을 때는 앞으로의 방향성도 결코 긍정적이지 않을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적어도 이 문제를 정치에는 이용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어느 정권이나 통일을 당장 자신의 임기 때 하겠다고 바라는 정권은 없을 것이다.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북한의 상황개선에 대해서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는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김성옥 : 일단 북한과 대화를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반갑다. 만나서 싸우더라도 어쨌든 자꾸 만나서 접촉하는 과정 속에서 관계의 발전이 있을 거라고 본다. 문제는 현재 상황을 모두가 다 반가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를 지지했던 분들이 남북대화나 협상, 경제교류에 대해 반가워하지 않고 오히려 싫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북한 붕괴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반갑지 않을 것이고.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도 잘돼도 문제고 안 돼도 문제일 것 같다. 이런 박근혜 지지 세력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갈 것인가가 지금 정부의 과제라고 본다.

지금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문제, 이산가족 상봉 등의 문제를 대화로 풀고 있는 것은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것들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서 말한 것처럼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아가고 결국엔 북핵 폐기까지 가겠다는 목적으로 어떻게 잘 끌고 갈 것인가가 과제가 될 것으로 본다.

이갑준 : 남북문제는 민족과 경제가 같이 움직이는 현실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전에는 감성에 호소했다면 이제는 감성과 이성에 동시에 움직일 때다. 지금 남북관계의 중심은 현대아산, 금강산, 개성, 남북경협이다. 현대 아산 CEO, 개성공단 사업자들을 '종북'으로 분류시킬 수 있나?(웃음) 이제 현실적으로 봤을 때도 거기에서 자유로운 남북관계에 다다랐다.

일단, 북한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다

정대진 : 우리 사회의 건강한 통일 논의 저변을 확산시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박일수 : 시민사회에서의 통일 논의가 더 재밌어야 한다고 본다. 남북관계가 발전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시민들의 상상력은 이미 충분히 자극되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철도를 타고 시베리아 거쳐 유럽을 가는 것이 현실적으로도 가능하다고 인지하고 있지 않나.

최근에 <남북상열지사>라는 팟캐스트를 하고 있는데(☞바로가기) 시작하게 된 계기는 간단하다. 주변에 있는 가족들 또는 친구들이 별로 관심이 없는데 이야기해보면 남북관계 이야기가 접근하기 힘들고 이념 논쟁에 끌려다니기 싫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남북관계에 대해 좀 재미있고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말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하게 됐다. 남북관계에 대해 여러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정책적으로 끌고 나간다고 해서 통일이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지지와 참여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통일 담론은 '왼발잡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동안 통일에 대한 지적인 자극들, 정책적인 실현들을 통해 상상력의 지평을 넓혀줬는데, 자꾸 왼발만 앞으로 나가면 가랑이가 찢어지지 않나? 이것이 남남갈등이라고 보는데 이제는 오른발이 움직여줘서 양발로 나가야 한다고 본다.

최순미 : 항상 하는 기도가 있다. 진보·보수의 구분이 아닌 선과 악의 구별만 하는 구식의 사고방식을 가진 크리스천이 되길 꿈꾼다는 것이다. 전공을 북한학으로 결정하고 나서부터 항상 받아왔던 압박은 '너의 정치성향은 무엇이냐'는 질문이었다. 남북관계가 정치 성향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어느 곳에나 정치적 성향은 있을 수 있고 있어야만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남북관계 문제를 바라볼 때, 특히 젊은 세대가 남북관계 문제를 바라볼 때 스스로 사유하고 팩트도 좀 확인하고, 문제의식을 좀 가진 후에 주장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가장 우선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옥 : 지금 30대를 포함해서 다 같이 겪는 문제가 갈수록 먹고 살기 힘들어진다는 것 아닌가? 경기침체의 가장 좋은 타개책 중 하나가 남북교류인 것 같다. 근데 이것이 왜 그런지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없다. 이에 대해서는 우리의 책임도 있다고 본다. 그 부분에 대한 논의의 확산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통일이 가깝다고 보는데, 그런 의미에서 우리 세대, 특히 30대 이하의 젊은 세대들이 통일 세대가 될 수밖에 없다. 통일 세대들이 통일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젊은 사람들을 상대로 이야기할 때가 있다. 그 때 저는 상대방을 더 알아가자고 이야기한다. 앞으로 같이 살아야 하는 사람들인데, 서로가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접촉했을 때 벌어질 문제들을 미연에 방지하고, 싸우거나 실수하지 않게 가기 위함이다.

그런 이야기 할 때마다 살짝 불안하긴 하다. 북한을 알아가자, 혹은 북한 사람을 알아가자는 말 자체가 지금 분위기에서 좀 무서운 이야기가 되는 상황이라서(웃음). 국정원 사찰당하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좀 있다. (웃음)이것도 저희 과제가 아닐까 싶다. 이걸 극복하고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 동국대학교 박사과정 이갑준 씨 ⓒ프레시안(최형락)
이갑준 :
예전에 지리산에서 빨치산 토벌대와 무장공비였던 사람들이 50년 만에 만나서 악수하는 행사가 있었다. 굉장히 감동했다. 그분들이 화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한번은 통일교육 참여하면서 비무장지대(DMZ) 견학 갔다 와서 소감문을 쓰는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거기서 한 학생이 쓴 글을 읽어보니 "결론적으로 우리를 지켜준 그분들에게 감사한다. 우리가 그분들에게 보답하는 것은 계속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이 지켜준 대한민국을 더욱 발전시켜서 남북의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썼다. 이게 보수인가 진보인가?

이러한 갈등을 넘어서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 가장 희망을 걸 수 있는 세대는 바로 젊은 세대들이다. 그 세대들에게 객관적인 통일교육과 평화교육을 해야 하지 않나. 남북관계 악화된 것은 우리가 풀고, 이를 발전시키는 것은 10대들이 준비할 수 있게 우리가 여건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다.

더불어 남북 두 지도자에게 꼭 부탁하고 싶은 것 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다. 남북 이산가족들이 60년 동안 몇 번 만나지도 못하고 있다. 두 지도자는 무엇보다 이제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고 또 두 지도자야말로 가족의 그리움이 뭔지 아는 사람들이라고 본다. 부모의 품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이다 누구보다. 그분들이 이산가족 상봉에는 정치적 이성보다 이런 감정을 더 발휘해주기를 간절히 부탁한다.

탁용달 : 다른 분들은 밝은 전망을 내놓으셨지만 현재는 좀 어둡다고 본다. 시민사회 진영이나 연구자들 보면 어려운 시기를 돌파하려고 한다. 기본적으로 북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라고 생각한다. '종북'이 아니라 실제로 북한이라고 하는 내 몸의 한 부분 중 아픈 부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철학적 사유를 바탕에 둬야 힘이 빠지지 않을 거라고 본다. 통일운동 오래 하셨던 선배분들도 많지만 가장 쉽지 않은 일인 거 같기도 하다. 스펙에 전혀 도움이 안 되고 물질적으로 도움도 안 되고(웃음). 아무런 도움도 안 되지만 실제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96년도에 모 선배가 그랬다. 통일이 돼서 뭘 할지를 고민하고 있으면 지금 분야에 있어서 통일 문제는 아주 중요한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북한 분야든 아니든, 예를 들어 은행원이라면 '통일되면 평양지점에 가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대중 속으로 파고들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 관점들을 많이 녹여낼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본다.

정대진 : 겸손한 선구자의 역할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이석기 의원 사태 때문에 사람들이 진보에 대해 많이 실망했다고들 한다. 진보는 변화와 혁신을 전제로 해야 하는데 그 그룹이 이야기하는 것은 변화와 혁신과는 상관없이 자신들의 이념과 주의만을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변화와 혁신의 시대에서 사람들이 남북관계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 있다. 연구하는 우리가 앞에서 이끌어 가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교조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구자 역할로서 문제의식은 가지되 현실감각도 갖고 사람들과 호흡하면서 통일 기반을 만들어나가는 데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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