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는 최근 정부의 현금카드 규제 완화 방침이 큰 논란을 빚고 있고, 투신사들에 대한 추가 공적자금 조성 문제 등 여러 현안이 걸려있어 심도깊은 감사가 이루질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당초 대통령측근 및 친인척 비리 조사를 위해 증인으로 신청한 노무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와 측근인 안희정씨 등 핵심증인 11명이 참석하지 않음에 따라 오후가 돼서야 비로소 질의가 시작되는 등 파행을 거듭했다.
이날 국감은 오전에 파행을 거듭하다 오후 2시 속개될 예정이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30여분 늦게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속개 이전에도 질의 순서를 두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통합신당이 신경전을 벌이느라 오후 3시가 거의 다 돼서야 속개될 수 있었다.
***"일반 기업서 이런 식으로 하면 모두 파면"**
특히 대통령 친인척 비리의혹 관련 증인으로 참석한 노대통령의 지인 강금원 창신섬유 대표가 이 광경을 지켜보다 흥분한 듯 “이런 식으로 하니까 개혁하자는 거다. 증인을 불러두고 6시간 동안 뭐하는 겁니까”라고 따지며 “국회가 아니라 코메디”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이에 임진출 한나라당 의원과 이재창 정무위원장이 강씨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하자, 강씨는 “바쁜 데도 불구하고 국감에서 불러 나왔는데 6시간 동안 한 게 아무 것도 없다”라며 “일반 기업에서 이런 식으로 하면 전부 파면감”이라고 비난의 고삐를 늦추지 않아 순간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강씨는 곧 “무식해서 말을 잘못했다. 죄송하다”라며 사과해 국감이 속개될 수 있었다.
***신용카드 규제완화 대책 맹성토**
지난 27일 발표된 정부의 신용카드 규제 완화 대책과 대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외환은행의 외국자본에의 매각 등이 도마에 올랐다.
통합신당 김부겸 의원은 “투자확대가 수반되지 않은 상태에서 카드사를 통한 소비진작은 국민을 더 큰 빚쟁이로 모는 정책”이라며 “카드사의 가계 대출을 확대하는 정책은 우리 경제를 더 큰 나락으로 빠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고, 같은 당 박병석 위원도 “카드사 경영 부실의 일차적 원인은 땜질식, 냉온탕식, 비일관적인 정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정재 금감위원장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카드 사용액이 평균 10% 정도 늘어난다는 가정하에 카드사의 현금 대출 비중을 내년까지 50대 50으로 낮추기로 했지만 올 2.4분기 카드 사용액은 18%나 줄었다”고 해명했다.
이 위원장은 또 “카드사들이 내년까지 현금 대출 비중을 50%로 낮추려면 현금 대출을 25조원 이상 감축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3년 정도의 시간을 더 주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에 투입된 공적자금에 비해 자구 노력이 부족한 데 여기에 또다시 추가로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된 데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은 “97년이후 한국투자증권과 대한투자증권에 투입된 공적자금규모는 9조4천억원에 이른다”며 “1차 투입때는 정부의 출자를 위해 관련법을 고쳤으며 2차 투입때는 투신사가 예금자보호법 적용을 받을 수 없자 증권사로 전환한 뒤 예금보험공사가 부실을 메워주는 무리수를 뒀다”고 따졌다.
통합신당 박병석 의원도 “한투와 대투의 MOU(경영이행각서) 미이행률이 42.9%에 이른다”며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없었던 만큼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정재 금감위원장은 “한투.대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공적자금 투입을 시사하면서도 “관계기관간 더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노무현 대통령 친인척 비리 의혹 추궁에 집중**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과 이성헌 의원 등은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 관련 비리를 캐내는 데 더욱 열중했다.
이날 차트를 준비하는 등 상당한 의혹거리를 준비해온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과 이성헌 의원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강금원 창신섬유 대표, 김보근 오아시스 대표, 홍경태 전 노무현 의원 후원회 사무국장, 민경찬 푸른솔병원 원장, 장재철 한국리스 대표, 박성태, 김효근씨를 대상으로 장수천과 오아시스 워터의 연관관계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그러나 핵심인물들이 대거 국감에 출석하지 않은 관계로 의혹을 추궁하기에는 미진한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대통령 비리 의혹 추궁을 하는 동안 금감위, 금감원 관계자들은 잠깐씩 ‘청중’이 되기도 하는 모습을 연출하곤 했다.
***노건평, 안희정씨등 10월 10일 재출석 요구. 불응때는 동행명령**
한편 이날 정무위 국감 속개와 함께 증인의 재출석 요구와 관련, 한나라당과 통합신당 사이에 한바탕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은 “10월 10일 국정감사에 노건평, 안희정 씨등 6명의 재출석을 요구하고 다시 출석에 불응할 경우 당일 조건부 동행명령을 하는 것을 의결하고자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통합신당 김부겸 의원은 “이는 3당 간사 합의 사항이 아니다”라며 “재출석을 요구할 수 있지만 어떠한 상황을 가정해 동행명령을 요구하는 것은 국회법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입법 사무처의 유권해석을 요구한다”고 반대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밝혀내기 위해 증인들을 출석시켜야 하는데, 현재 국회법은 미비한 점이 있다”며 “정무위 의결로 결정할 것”을 제안했고, 정무위 한나라당 의원 11명 전원의 찬성으로 가결돼 이날 참석하지 않은 노건평, 안희정씨 등은 다음달 10일 정무위 국정감사에 재출석 요구를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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