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 요구대로 이라크에 파병해 다국적군 형태의 '폴란드형 사단'을 지휘할 경우 한국군 지휘안에 들어오는 다른 나라 군대의 비용까지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져, 큰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파병시 1만명 규모로 구성될 이른바 '코리아형 사단'의 연간 비용은 국방부 추산으로만 최소한 연간 7천억원이상이 소요되고, 인명 손실등이 발생할 경우 그 비용은 조단위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국적군 참여국 비용은 사후정산"**
조영길 국방장관은 23일 밤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현재 폴란드군이 다른 나라의 주둔비용을 부담한 후에 사후에 정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해 한국도 그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조 장관이 말한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란 다국적군 참여국에서 사후 정산을 하지 않는다거나 무한정 미뤄 지휘국이 사실상 사단 전체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정산 문제로 외교적 마찰까지 빚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조 장관은 이라크에 1개여단이 가면 비용이 얼마나 드느냐는 국방위원들의 질문에 "이라크에 1개여단 3천여명을 1년간 파병할 때 2천억원 규모가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군만의 주둔 비용을 계산한 결과이며, 이마저도 "인건비뿐 아니라 급식비 등을 전반적으로 계산해야 되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다"고 전제한 것이어서 더 많은 비용이 들 수 있음을 내비쳤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파병 규모와 상관없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의 주둔비까지 부담한다면 그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국방부 추산치로만 따져도 1만여명의 사단을 책임맡게 될 경우 부담액은 7천억원대가 되고, 전투 발발에 따른 인적-물적 피해까지 발생할 경우 실제로 들어가는 비용은 연간 조단위를 넘어설 전망이다.
미국은 현재 13만명에 달하는 이라크 주둔미군 유지를 위해 매달 40억달러를 사용하고 있어, 미군 기준으로 1만명의 주둔비를 따질 경우 월3억달러, 연간으로는 36억달러(우리돈 4조원)의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특히 '코리아형 사단'에는 파키스탄 등 빈국의 군대가 배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비용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조 장관은 그러나 다른 나라 주둔비를 포함한 비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파병시 내년도 적자예산 불가피**
조 장관은 이날 "만일 파병하게 되면 우리 정부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내년 국방예산에 파병비용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정부 예비비나 별도의 예산을 편성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여 내년도 추경예산 편성과 이에 따른 적자재정이 불가피함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부는 23일 국무회의를 열어 올해 예산(추경예산 포함)보다 2.1% 늘어난 1백17조여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이라크 파병시 들어갈 비용이 산정돼 있지 않아, 파병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며 그 결과 내년도 예산은 정부의 '균형예산' 주장과는 달리 적자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며 경제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폴란드 사단에게는 미국 2억달러 지원**
'폴란드형 사단'이란 폴란드 자체 파병군인 3천명을 포함해 스페인 우크라이나 헝가리 등 총 19개국 8천2백명~1만여명 규모의 다국적군을 일컫는다. 폴란드 사단은 나자프를 중심으로 한 이라크 중남부 지역에 주둔하고 있다.
폴란드 사단에는 현재 우크라이나 여단 2천4백명, 스페인 여단 2천1백명을 포함, 헝가리군 5백명,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군 8백명 등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 비용 모두를 일단 폴란드가 지불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폴란드형 사단의 구성단계에 이들을 이라크로 호송하는 항공료 3천만~4천만달러를 포함해 식량, 의료시설 지원등의 비용으로 2억달러를 지원한 뒤, 그후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모두 폴란드가 부담토록 하고 있다.
폴란드는 이같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이미 짜놓은 국방예산의 항목까지도 바꿔가며 무리하게 예산을 편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폴란드는 더위에 적당한 군복을 구입키 위해 방한 군복 구입비를 전용(轉用)해야 했다.
폴란드 국방장관은 "우리는 열대기후용 군복과 모자, 속옷, 선글라스, 선크림까지 새로 사야 했다"고 파병의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미국, "한국형 사단에는 일절 지원 없다"**
미국방부의 도브 S. 자크하임 회계감사는 폴란드형 사단 파병을 돕기 위해 연방정부에 2억달러의 지원을 요청하면서 지난 7월29일 워싱턴포스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폴란드형 사단 파병에만 항공료 등의 지원을 할 뿐 앞으로 구성될 다국적군에게는 일절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미국 입장을 밝혔다.
자크하임은 "폴란드에 이어 영국이 지휘하게 될 제2차 다국적 사단은 물론, 현재 미 101 공중강습사단이 맡고 있는 북부 이라크를 대신 맡게될 제3차 다국적 사단에 대해서도 일절의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크하임이 언급한 제3차 다국적 사단은 다름아닌 '코리아형 사단'을 일컫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현재 이라크 무장세력이 운집해 있어 사실상 '무정부 상태'인 북부 이라크에서 가장 많은 인명손실과 물적 피해가 발생하자, 이를 한국의 특전사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특전사가 파병돼 미군 지휘를 받아 산악지대인 이 곳에서 단순한 방어활동이 아니라 이라크 무장세력 토벌작전을 전개할 경우 엄청난 인명손실과 물적 피해가 발생하며, 이에 따른 전비 부담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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