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광주전남지역 언론사 합동기자회견에서 밝힌 사실상의 신당 지지선언과 관련, 잔류 중도파와 구주류 등 ‘당 사수파’는 18일 일제히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 지지자들에 대한 배반”이라며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잔류 중도파, “신당은 노무현 당”**
‘통합모임’ 소속 조순형 추미애 김경재 김영환 정범구 의원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노 대통령은 탈당을 개혁이라고 미화하고 지지함으로써 당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신당을 지지함으로써 신당 개입을 사실상 시인했다”며 “민주당에 남은 사람을 반개혁주의자로 매도한 노 대통령의 왜곡된 현실인식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특히 “민주당이 만든 국민참여경선제로 대통령 후보가 되고 민주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대통령이 된 노 대통령이 ‘민주당을 버리는 것이 개혁’이라고 말하는 그 자체가 민주당과 지지자들에 대한 배반”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탈당을 개혁이라고 미화해 지지함으로써 분열을 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며 “당내 통합도 못하면서 어떻게 국민통합을 할 수 있고 어떻게 전국정당화를 할 수 있단 말이냐”고 반박했다.
이어 이들은 “국민통합을 외쳤던 대통령이 국민통합과 당내 통합을 위해 나선 의원들을 반개혁이라 하고 분열과 혼란을 조장하는 것을 개혁이라 강변할 수는 없다”며 “민주당 당원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고 국민통합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신당파에 대해서도 “신당을 한다고 탈당하는 집단은 개혁세력이 아니라 이 땅의 개혁세력을 분열시키는 분열주의자”라고 맹공했다.
기자회견후 조순형 의원은 “이미 개혁특위를 구성해서 개혁방안이 완성됐는데, 무슨 개혁, 반개혁파가 갈라섰다고 하느냐”며 “(노 대통령이)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말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경재 의원은 “자신이 기반으로 삼아서 당선된 정당을 깼기 때문에 노 대통령은 자기의 정체성을 부정했다”며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했다.
김영환 의원은 “당정분리라는 대통령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며 “신당은 노무현의, 노무현을 위한, 노무현에 의한 신당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구주류, “이렇게 잔인하게 추진된 신당은 없었다”**
구주류 ‘정통모임’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을 깨고 만드는 신당이 대통령의 권력을 배경으로 만들어지는 ‘노무현 신당’, ‘대통령의 당’, ‘어용정당’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개혁을 내세운 노 대통령도 ‘노무현 신당’을 만드는 구태정치를 반복하고 있음에 통탄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노 대통령이) 그동안 고생한 조강지처를 버리고 새장가를 가는 격인데 배신이 아니고 무엇이냐”며 “더구나 조강지처가 자녀들과 살고있는 집인 민주당까지 기어이 허물려고 하는데, 일찍이 이렇게 잔인하게 추진된 신당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당을 떠날 것인지, 함께 할 것인지 지금 결단하라”고 압박했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의 탈당을 요청한 것이냐”는 질문에 박상천 최고위원은 “더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결정을 빨리하라는 것이지 떠나라는 뜻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박상천 최고 대표직 승계 둘러싸고 여전히 신경전**
한편 신당주비위가 이날 오후 조직개편과 인선을 발표키로 하는 등 사실상 새로운 당으로서의 활동에 착수함에 따라, 당 사수파의 체제정비 내용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통합모임’과 ‘정통모임’이 박상천 최고위원의 대표직 승계 문제를 둘러싸고 보이는 미묘한 신경전이 관심의 초점이다.
통합모임측은 지도체제 구성 문제에 대해선 가급적 말을 아끼면서 당분간 정대철 대표체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구주류측과의 ‘내분’ 양상으로 비쳐지는데 대한 경계로 해석된다.
조순형 의원은 “이 시점에서 정 대표 사티 이후의 지도체제 방안에 대해선 생각도 않고 있다”며 “정대철 대표의 사퇴를 기정사실화 하고 싶지 않고 정 대표 중심성은 지금도 변함없다”고 말했다.
김경재 의원도 “어제(17일) 저녁 ‘통합모임’ 11명의 의원들이 정 대표를 만나 현시점에서 사퇴할 이유가 없다는데 의견을 모았다”며 “국정감사까지는 민주당 대표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추미애 의원은 박 최고위원의 대표직 승계 문제에 대해 “당헌상 자동적이라는 점에 의미부여를 하는데, 그것이 중요한지 정치적 결단이 중요한지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박 최고위원의 ‘2선 후퇴’를 재차 압박했다.
이에 대해 박 최고위원은 “‘정치적 결단’이라는 것은 민주당을 지키는 이상 다 같이 중요한 직책을 맡아서 총선승리를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비껴갔다.
박 최고위원은 “우리가 대표직을 차지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당헌에 자동승계가 규정돼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며 “우리도 정 대표가 당에 남아 민주당을 지킨다면, 정 대표의 유임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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