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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뜻 헛되게 하지 않을 것"

故 이경해씨 유해 국내 도착

제5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리는 멕시코 칸쿤 현지에서 농업협상에 반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이경해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협회(한농연) 전 회장의 유해가 18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에 도착했다.

<사진1>유해 운구

***WTO반대 할복자살 故 이경해씨 유해 도착**

이씨의 유해는 당초 새벽 6시45분 도착예정이었으나 현지 공항 사정으로 1시간 30분가량 늦은 8시5분 LA발 제미나 항공의 화물기를 통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날 인천공항에서는 이씨의 셋째딸 지혜씨와 여동생 이영신씨 등의 유족과 서정의 한농연 회장, 농민연대 단체 대표 등 관계자 5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추모제가 열렸다.

한농연 서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농민운동가 이경해 열사의 죽음은 단지 한사람의 한국 농민의 죽음이 아니라 벼랑끝에 몰린 한국농업의 현실을 보여준 것이고, 자유무역이라는 시장경제에 의해 희생돼온 전세계 농민의 고통을 대변한 것"이라며 "정부는 세계무역기구와 강대국의 부당한 농업개방 압력에 굴복하지 말고 4백만 농민을 위해 대변하라"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또 "각료회의는 불발했지만 합의되지 못한 선언문을 토대로 재논의할 수 있어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어, WTO농업협상안에 약소국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다면 WTO 회의에 정부가 참가를 거부해야 한다"며 "정부는 농촌의 현실을 직시하고 농업과 농촌을 회생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딸 지혜씨는 "아버지의 유해를 보고 하나님께 기도했고 아버지가 선택한 죽음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빌었다"며 "아버지는 한국농업을 살리려고 돌아가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2> 오열하는 유가족

***서울아산병원에 빈소 마련, 20일 세계농민장으로 영결식**

이씨의 유해는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영안실에 마련됐으며, 19일 밤부터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앞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비롯한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리고 영결식은 오는 20일 서울 올림픽 공원에서 세계 농민장으로 치를 예정이다.

한편 WTO 각료회의 저지를 위해 멕시코로 출국했던 한국투쟁단(단장 정광훈 전국민중연대 상임대표)도 이날 새벽 귀국해 "WTO 각료회의 저지는 한국투쟁단이 앞장선 세계 사회운동의 승리로 칸쿤 투쟁의 성과를 국내 투쟁으로 이어갈 것"이라며 "故 이경해 열사의 뜻을 국내에서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농민단체들은 가을 수확기에 냉해와 병충해에 태풍피해까지 겹쳐 일손을 놓을 겨를이 없는 상태로 11월 19일 전국농민대회를 개최하는 등 농번기 이후부터 다음 WTO회의가 열리는 12월 15일 전에 집중적으로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는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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