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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웬수, 여름 한 달동안 열흘 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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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웬수, 여름 한 달동안 열흘 일해"

건설일용직 위기, 건설노조 '악천후 수당' 제도 신설 요구

올여름 유난히 자주 많이 내린 비로 인해 농가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비로 인한 피해로 인한 생계 유지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또 다른 직업군이 있으니 바로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이다.

<사진>기자회견

***“비만 오면 실업자, 악천후 수당제도 실시하라”**

경기도 건설산업 노동조합은 8일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개월 동안 60일 가까이 비가 내려 건설현장 노동자들의 월평균 근로일수가 10일을 넘지 못했다”라며 “건설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한 악천후 수당제도를 즉각적으로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건설노조는 “건설업이 특성상 옥외작업이 대부분이라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라며 “독일 같은 나라가 건설현장 노동자들의 이러한 특성을 감안해 ‘악천후 수당’제도를 둬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건설산업의 최대 피해자가 건설 노동자라면 최대 수혜자는 국가와 발주처 그리고 원청회사”라며 “택지 개발로 인한 순 이익이 수조원대에 이르고 이를 도급 받아 시공하는 건설사들은 매년 수백억씩 이익을 남기고 있다”고 건설노동자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건설업체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독일의 악천후수당제도는 악천후 기간에 작업을 못하는 시간 중 30시간까지는 평소에 초과 근무한 것으로부터 지급하고, 31~1백시간에 대해서는 건설사업주의 이윤으로 조성한 기금으로부터 지급하고, 1백1시간 이상에 대해서는 노동청에서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한다.

즉 건설산업일용직 노동자들에게도 일종의 실업급여를 지급하자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볼 수 있다.

***“올 추석엔 송편도 못 빚을 판”**

경기도 의왕 현장에서 만난 일용직 노동자 김상태(56)씨는 여름에는 장마철이 있어 “우리는 장마철에 휴가를 다녀오는데, 이번 여름은 여름 내내 불안한 휴가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히려 장마철에는 비가 많이 안왔고 태풍도 별로 안와 올 여름에는 고생 좀 하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려 밤마다 일기예보 기다리고 아침마다 ‘오야지’(작업반장) 전화 기다리느라 흰머리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같은 작업조에서 일하는 이종현(52)씨도 “마누라가 식당일이라도 하기에 망정이지, 올 여름에는 집에 1백만원도 채 갖다 주지 못했다”며 “올 추석엔 송편도 빚지 못할 판”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또 “우리가 일당 10만원, 15만원 받는다고 사람들은 우리가 보통 한 달에 3백만원 넘게 버는 줄로 알고 있는데, 그건 꼬박 30일 일을 했을 때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처지에 올 여름에는 최악이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래도 오야지를 잘 만나면 실내 공사 같은 거 잘 물어와 꾸준히 벌수도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건설 일용직 인력 구조의 근본적 개혁 시급**

하지만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낙후된 건설근로 현장의 인력 수급 시스템을 개선해 고용안정을 이루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건설일용노동자의 경우 공사가 중단되는 여름에는 장마철과 공사 물량 자체가 줄어드는 겨울에 실업자가 되는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즉, 일할 수 있을 때 많이 벌어놔야 겨울을 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력 공급도 대부분 ‘오야지’, ‘십장’으로 불리는 작업조장이 건설 하청업체와의 ‘관계’를 통해 이뤄지며, 일용직 노동자는 오야지 밑에 소속돼 있지 않으면 일을 얻기 조차 힘이 든 구조로 이뤄져 있다.

***“해뜨면 시작해서 해지면 끝난다”**

건설일용직 노동자의 노동시간 또한 ‘해뜨면 시작해서 해지면 끝난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가히 살인적이라고 할 수 있다. 건설일용노동자의 주당 노동시간은 건설산업노동조합에 의하면 2000년 기준 70.3시간이고,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에서도 1999년 기준 68.6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비해 월평균 임금은 1백83만원 수준(노동부 ‘매월노동통계조사보고서’ 2001년 기준)인 것으로 나타나 노동시간과 노동강도에 비해 결코 많은 임금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각종 사회안전망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4대보험에 건설일용노동자에 대한 4대 보험 적용제외 규정을 두고 있어 노동자로서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김씨의 경우 “한 달에 건강보험 등 보험료로 얼마가 나가는지도 잘 모른다”라며 “국민연금은 그냥 안 냈으면 좋겠다”라고 말할 정도로 사회보험에 무관심 했고, 대부분 지역 가입자로 돼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5일 근무나 연월차 등의 일반적으로 노동조건과 관련된 사회적 논의는 관심 밖일 수 밖에 없다.

이씨는 “월차? 비오면 월차고 장마면 연차지”라며 “불만도 많고 노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실적 여건이 그런 것까지 관심을 갖고 살아가기 어렵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씨는 오히려 “근로 계약서라도 제대로 쓰고 일을 했으면 좋겠다”라며 근본적인 모순구조부터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공사가 끝난 뒤 임금 계산하기로 한 회사가 부도가 났는데 근로 계약서가 없어 짧게는 보름 정도에서 길게는 석달 정도의 일당을 받지 못한 경우가 수차례 있었다”고 말했다.

***일용직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냉대**

김씨는 “사람들이 ‘노가다’라고 하면 인생 포기하고 마지막에 최후의 수단으로 택하는 직업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이 바닥에서도 오래 못버틴다”라며 “그래도 오래 일하는 사람들은 자기 기술을 가지고 자기가 짓는 건물이 차곡 차곡 올라가는 보람을 느끼며 산다”라며 일반인들의 부정적인 시각을 못마땅해 했다.

김씨는 또 “사회에서 그런 부정적인 시각 때문에 청년 실업이 난리인데도 건설현장에는 절은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라며 “요즘은 오히려 젊고 힘 좋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들어와 나같은 늙은이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최근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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