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북한과 덴마크의 남자배구 경기를 보기 위해 대구실내체육관을 찾은 대구시민들과 서포터즈들의 반응은 대구지역의 극심한 경기침체와 지하철, 열차사고의 상처를 이번 대회가 깨끗이 씻어 주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것이었다.
비록 북한이 덴마크와 접전끝에 세트스코어 2-3으로 패배했지만 북한 응원단과 대구시민들은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열띤 응원전을 펼쳐 지난해 부산아시안게임의 응원 열기를 재연했다.
***남북 응원단, "우리는 하나다"**
<사진: 북한응원단>
3백3명의 대학생과 취주악단으로 구성된 북한 응원단은 21일 오전 북한남자배구팀과 덴마크의 예선라운드 첫 경기가 벌어진 대구체육관에 도착, 관중과 언론들의 스폿라이트를 받았다.
붉은 색 티셔츠와 모자, 베이지색 바지로 입은 이들은 스탠드 상단에 자리잡고 분홍색 짝짝이 응원도구를 동원, 경기가 벌어지던 3시간 동안 "우리는 하나다"와 "조국통일"을 잇따라 외치며 경기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특히 이들은 북한 선수들의 공격이 성공했을 때에는 일제히 일어나 손뼉이나 짝짝이를 치고 껑충껑충 뛰며 즐거워했다.
단원들은 북한이 1세트 초반 덴마크에 앞서 나가자 열렬한 함성을 올렸으며 세트 중반 덴마크가 따라붙으며 몇차례 계속 실점을 허용하자 응원단 곳곳에서 아쉬움의 탄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역전극이 벌어진 4세트에서 응원전의 열기는 극에 달했다. 20-23으로 덴마크에 뒤지던 북한팀이 접전 끝에 26대24로 뒤집는 과정에서 응원단은 일구일구에 열광했고, 북한팀이 선전하자 지휘자의 손짓에 맞춰 '옹헤야'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단원 10여명이 앞으로 나오고 자리에서 일어나 흥겨운 춤사위를 벌였다.
응원과정에 북한 응원단과 남측 서포터즈도 하나가 됐다. 북한 응원단이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를 짝짝이에 맞춰 수차례 반복하자, 우리의 북한 서포터즈들도 북측이 "우리는"이라며 운을 떼면 곧바로 "하나다"라고 화답했다. 또 남북 응원단이 하나가 돼 파도타기를 하면, 덴마크 응원단까지 참가해 모든 관중이 파도타기 응원을 펼치면서 하나가 됐다.
북한 응원단은 아쉽게 세트 스코어 2-3으로 북한팀이 패하자 안타까워 하면서도, 뒤이은 경기인 한국의 세르비아몬테네그전에 앞서 전열을 정비하고 "반갑습니다" 등 여러 곡의 노래를 부르며 한국선수들을 맞은 뒤 경기가 시작되자 퇴장했다.
***'이젠 소외감 같은 건 생각 안할 겁니다"**
<사진: 한국응원단>
경기장에서 만난 대구시민들은 한결같이 우여곡절끝에 북한이 참가한 만큼 유니버시아드가 침체된 대구의 분위기를 살려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이 지역 국회의원인 한나라당의 김만제 의원이 '노대통령의 유감표명'과 이에 따른 '북한의 대회참가 결정'에 대해 "노대통령이 모처럼 일을 잘 처리했다"고 격찬한 데에서도 읽을 수 있듯, 한나라당 중앙당의 분위기와는 달리 대구지역 민심 및 이에 따른 대구 지구당의 분위기는 북한의 대회 참가를 반기는 쪽이다.
북한팀 서포터즈 '달성사랑모임'의 한 일원은 "인공기 소각사건으로 북한이 불참통보를 했을 때는 암담했다"며 "연속되는 사고와 대구지역의 경기침체를 겪으며 대구시민들은 TK(대구경북) 세력이 집권하지 못한 뒤 심리적 소외감을 갖고 있었는데 북한마저 안왔으면 힘이 더욱 빠졌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선수단과 응원단이 도착돼 대회가 활기를 띔에 따라 이젠 소외감 같은 건 생각 안할 겁니다"라고 밝혔다.
***"보수진영 대구에서 펼쳐지는 대회의 북한참가는 더욱 의미 크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대구경북연합의 김혜경 사무국장은 "북한이 참가한 이번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보수성향이 짙은 대구에서 펼쳐지는 만큼 그 의미는 지난 부산 아시안게임 때와는 또 다르다"라고 언급했다.
김 사무국장은 "일부 비판이 있었지만 북한이 반드시 와야 한다는 게 대구의 여론이었다"며 "20일 북한 선수단 및 응원단의 입국으로 시민들의 참여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녀는 "21일에는 경북대학교 대강당 앞 광장에서 북측선수단,응원단 환영 통일음악회를 개최할 예정이고 24일 북한여자축구팀의 경기에는 전국시민단체와 연합해 7천여명가량의 응원단이 참가할 것이다 "라고 향후 일정을 소개했다.
김 사무국장은 "지난 15일 서울에서 발생했던 보혁(保革)갈등이 이번 대구 유니버시아드에서 나타날 가능성도 있지 않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고 남북화해와 교류협력이라는 측면에서 남북간 긴장과 갈등을 조장할 소지가 있는 시위나 집회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비록 유니버시아드가 11일의 짧은 기간이지만 수십년간 단절됐던 남북의 '골'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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