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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마이너리티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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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마이너리티 리포트’

[신간] 강명관 교수의 <조선의 뒷골목 풍경>

<조선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를 통해 ‘참신한 시각, 시원스런 글솜씨, 꼼꼼한 고증을 바탕으로 풍속사의 새 전형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은 강명관 교수가 조선 풍속기행 2탄으로 <조선의 뒷골목 풍경>(감영관 著, 푸른역사 刊)을 펴냈다.

<표지>

***역사의 전면으로 걸어나온 조선의 비주류들**

이 책은 조선시대 도둑과 깡패, 노름판과 술집, 기생 등 ‘자질구레한’ 민중의 모습을 다루는 마이너리티의 조선역사다.

조선시대 개인 문집을 비롯, <백범일지> <황성신문> <조선왕조실록>등 광범위한 자료를 인용해 치밀한 논증과 사료해석을 시도한 끝에 다시 태어난 생생한 현장 보고서다.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재현된 왕실의 모습은 신문의 사회면을 보듯 당시의 사건 사고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역사서나 국문학 서적속에 두꺼운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을 법한 자료들과 기록들이 당시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생생한 자료로 거듭났고 삽화며 사진들은 당시의 상황을 손에 잡힐 듯 보여주고 있다.

***‘시시한’ 이야기들에 담긴 리얼리티**

저자 강명관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이다. 이 ‘점잖은’ 한문학과 교수가 이렇게 ‘자질구레한 것들’을 탐정이나 추리소설가처럼 뒤쫓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작고 시시한 이야기들이야말로 내가 알고 싶었던 과거 인간들의 리얼리티가 아닐까? 이런 것들을 통해 역사를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강 교수는 “인간은 결정된 존재가 아니라 변화하는 존재이므로 역사는 현재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다. 나는 어떤 교훈적, 목적의식적, 기념비적 역사관도 믿지 않는다”고 역사를 정의한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비주류 인생에 대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저자의 관심이 탕자, 왈자, 도박꾼, 살집 등이었던 것도 그러한 애정에 기반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근엄’과 ‘엄숙’으로 치장된 양반과 주류사회에 대한 시선은 냉철하기 그지없어 이면에 가려진 허상들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문체는 1편과 마찬가지로 시원시원, 막힘이 없다. 한 장이 멀다하고 나오는 그림과 사진들은 책읽기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한시절의 역사학을 풍미했던 생활사나 민중사 개념으로도 분류할 수 없는 새로운, 그러나 더없이 생생하고 흥미로운 역사책이다. 비주류 조선인들과 함께 만하(晩夏)의 더위를 잊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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