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4일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대북송금 새 특검법에 대해 국회 재의를 포기하겠다던 당초 입장을 바꿔 본회의에서 재의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입장을 번복하게 된 배경에는 ‘재의 포기’를 표명한 최병렬 대표에 대한 당내 보수강경파들의 반발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최 대표의 리더십이 또 한번 도마에 오르게 됐다.
***최병렬, “거부권은 의회가 다시 의결하라는 요구”**
최병렬 대표는 이날 오전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헌법을 자세히 살펴보니 거부권은 국가원수가 의회에 다시 의결해 달라고 요구하는 형식"이라며 "의회는 그 요구를 받으면 처리하도록 돼 있다"고 새특검법에 대한 재의 의사를 밝혔다.
최 대표는 그동안 "재의 시도를 해도 가결요건인 출석의원의 3분의 2를 넘길 수 없는 상황에서 형식적인 투쟁에 불과한 재의는 하지 않겠다"고 말해왔다.
이에 앞서 23일 최 대표와 재의를 논의한 홍사덕 총무는 "재의요구 안건도 16대 국회 임기말까지 계류시킬 수 있지만 바로 회부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그동안의 관례와 달리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부결되더라도 재의에 부치기로 최 대표와 상의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국회 재의를 통해 법률로 확정되려면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한다. 그러나 현 의석비율상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에 참석, 부표를 던지는 것만으로도 부결시킬 수 있어 현실성은 떨어진다.
한나라당은 24일 의원총회를 열어 새특검법 재의 여부에 대해 최종 당론을 결정할 예정이다.
***보수파 반발 앞에 최병렬 리더십 또 한번 도마에**
최 대표는 헌법 규정에 대한 ‘착각’을 번복 사유로 내세우고 있으나, 그 보다는 박종웅 나오연 김용균 의원 등 당내 강경파 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당 지도부의 리더십 문제를 다시 한번 드러낸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북뒷거래 진상조사특위’ 위원들을 중심으로 "최 대표 발언의 취지가 뭐냐"며 ‘분권형 지도체제’ 하에서 재의 여부는 원내총무 소관이라는 인식을 드러내 최 대표의 위상에 심각한 흠집을 남겼다.
이에는 물론 "더 이상 대북송금 문제를 당차원에서 다루지 않겠다는 뜻이냐"는 보수파 의원들의 반발도 작용했다.
논란이 커지자 임태희 대표 비서실장이 기자간담회를 자청, "최 대표의 뜻은 재의를 통해 통과시키려면 사실상 재적 3분의 2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느냐는 것"이라며 "유사한 법안을 재발의하는 것도 지금까지의 과정이 되풀이돼 정쟁으로 비쳐질 뿐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라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한나라당의 입장 번복은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최 대표의 ‘재의 포기’ 의사를 밝힘에 따라 검찰이 대규모 수사팀을 구성키로 하는 등 본격 수사에 나선 이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수사 자체의 혼선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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