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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생활-활동비 어떻게 조달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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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생활-활동비 어떻게 조달하냐"?

<기자의 눈> 김병주 교수의 '새만금 왜곡' 칼럼을 읽고

새만금 간척사업이 지난 15일 법원의 '집행정지' 명령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새만금 사업은 법정에서 담수호의 수질문제와 경제성의 문제를 재검증받게 됐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 또한 만만치 않다. 법원이 과연 국책사업에 관여할 권한이 있느냐는 것과, 환경단체가 국책사업에 제동을 걸어 '국익'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는 반론이다.

중앙일보 19일자 26면 오피니언 지면에 김병주 교수(서강대 경제학)는 '새만금, 모두 승자(勝者)가 돼라'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정부는 환경단체의 일부 건의를 수용해 수질개선에 만전을 기하고, 새만금을 마지막으로 향후 거대 간척사업을 중단하기로 타협안을 제시할 수 있다. 모두 승자가 되는 길을 걸어야 한다. 정부의 표류, 이제 마감하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외형상 설득력 있어보이는 주장이다.

***김병주 교수 '새만금, 모두 勝者가 돼라'칼럼 통해 새만금 반대세력에 적개감 드러내**

그러나 칼럼을 구체적으로 읽어보면 문제투성이다.

김교수는 사법부, 환경단체, 일부 관료, 정치인들에 대한 원색적인 불만을 드러내며 이들을 '국책사업'을 통한 국익추구의 방해세력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김교수는 "국책사업의 타당성 판단의 최종 권한은 국회에 돌려야 한다"라며 "사법부는 법률적 판단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것이 삼권분립의 원칙일 것이다"는 지극히 당연한 말을 했다. 그러나 이 말은 곧 이번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재판부가 법률적 근거 없이 판단을 내렸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사법부에 대한 모독이자, 매도다.

김교수는 또 "말이 났으니 말이지만 권위주의 시대 비대해진 감사원이 회계감사에 주력해야지, 정책감사를 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엉뚱하게 감사원의 감사기능에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부가 시행하는 정책은 국회외에 아무도 관여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현 한국사회에서 '국회 대(對) 법원. 감사원' 중 어느 곳이 권력 견제기능의 신뢰도가 높은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김교수, 시민단체 '부패 혐의집단'으로 매도**

시민단체에 대한 불만은 한층 노골적이다.

김교수는 "헌법에 아무런 근거도 없고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도 않으면서, 지난 정부 이래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각종 시민단체가 사실상 권력의 '제4부'로 행세하고 있다"라며 "환경단체 회원들, 그들은 그간 국가경제에 어떠한 긍정적 기여를 하였는가. 활동비와 생활비는 어찌 조달되고 있는가, 민폐는 없나, 투명회계에 자신있나", "그들이 반대했던 영월 동강은 과연 자연보호 천국으로 유지되고 있는가. TV 카메라 의식과 한건주의가 목적인가"라며 비난하고 있다.

시민단체를 '부패 혐의집단' 'TV카메라를 의식한 한건주의 집단'으로까지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교수 주장과 달리 시민단체는 국민에 의해 선출될 필요가 없다. 국민 누구든지 원한다면 시민단체 회원이 될 수 있고, 활동 할 수 있다. 게다가 시민단체를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권력의 제4부'라고 표현했는데, 언제부터 이 나라의 '제4부'가 '언론'에서 '시민단체'로 넘어갔는지 모르겠다.

시민단체의 힘은 시민들에게서 나온다. 그들이 정당한 주장을 하고 시민들을 위한 활동을 할 때 비로소 힘이 생기는 것이다. 서구사회 민주주의의 시작은 이러한 시민사회의 전통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김교수는 이러한 시민사회의 민주주의적 역량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또한 김교수는 시민단체의 '활동비, 생활비' 조달 출처와 '투명회계'를 운운하며 논점에서 벗어난 지적을 하고 있다. 이는 근거 없는 흠집내기를 위한 의도이다. 게다가 'TV카메라 의식과 한건주의'라는 표현은 거의 인신공격 수준에 가까운, '원로급 교수'답지 않은 함량미달의 표현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김교수, "삼보일배 참여 관료. 정치인은 '얼빠진' 장관. 정치인"**

일부 정치인과 관료들에게는 '얼빠진'이란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김교수는 새만금 '사업관철'에 힘쓰지 않고 사퇴한 김영진 장관의 '성급함'을 비판한 뒤, 일부 관료와 정치인들에게 "삼보일배의 대열에 참여. 격려한 얼빠진 장관. 정치인은 당해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교수에게 '얼빠졌다'는 소리를 들은 일부 관료와 정치인들은 새만금을 반대하는 이들에게는 "소신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당해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김교수는 당해지역에는 새만금사업을 찬성하는 주민만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또한 김교수는 "핵폐기물 처리장의 님비(NIMBY)를 핌피(PIMFY: Please In My Front Yard)로 바꾼 부안군민의 용단에 찬물을 끼얹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지금 부안지역에서 농어민들이 모여 핵폐기물 처리장 유치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핵폐기장이 유치되는 부안군 위도 주민들은 보상과 각종 편의시설을 바라고 핵폐기장 유치에 찬성할지 모르지만, 정작 내륙의 부안군민들은 앞으로 '부안'이라는 상표를 단 모든 농축해산물의 팔로가 끊길 것을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

김교수는 '팩트(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진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주도의 새만금 환경. 경제성 평가는 공정했는가**

김교수는 "국책사업 타당성 판단의 최종 권한은 역시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국회에 돌려야 한다. 대통령 권한 아래 주무부처들이 자문가를 초청해 구체적 비용편익분석을 수행하는 것이 바른 길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외형상 일리 있는 주장이다.

김교수 장대로 새만금사업은 이미 지난 99년부터 2001년까지 열린 민관공동조사단에서 경제성 편익분석을 통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곳곳에서 정치적 목적을 염두한 편파적인 경제성 평가라는 반론이 제기돼 왔다.

서울행정법원의 새만금 본안심리에서 증인으로 나선 한국환경정책평가원의 조승헌 박사는 이와 관련,"교과서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엉터리 편익비용계산"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앞으로 법정의 공방을 통해 조박사가 경제학 개론을 잘못 공부한 것인지, 당시 민관공동조사단 경제학자들이 계산을 잘못한 건지 결론이 날 것이다. 그 때, 정치적 편파성 연구결과의 책임소재가 분명히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당시 경제성 평가에는 새만금 담수호 수질개선과 유지를 위한 상류지역 환경정책에 대한 고려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만경강과 동진강에는 거의 1조5천억원을 들여 오염저감시설을 갖춰야 하고, 상류지역은 대부분 그린벨트로 묶여 개발이 제한되고, 관계당국은 축산농가의 분뇨 94%를 수거해 재처리 해야 하고, 농가들은 시비의 사용량을 30% 줄여야 한다. 새만금 담수호를 지키기 위해 전체 전북이 입어야 하는 피해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단체, 갯벌 살리고 새만금 예산은 다른 전북발전 위해 사용하자**

김교수는 만약에 새만금사업이 취소될 경우 지금까지 건조한 방조제를 모두 걷어내고 엄청난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교수는 "거의 완공에 가까운 방조제와, 높고 두꺼운 배수갑문을 돌아보면 그것을 다시 폭파하고 토사를 다시 옮기고 갯벌을 되살리는 데 소요될 엄청난 예산에 말문이 막힌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김교수의 주장과 다르다. 환경단체들은 방조제의 일부 구간만 허물어 해수를 유통시켜 갯벌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재단 최열 상임이사는 "현재 방조제를 모두 철거한다는 것은 비용도 문제지만, 엄청난 환경재앙이 될 것"이라며 "일부 구간을 해수유통 시켜 갯벌을 살리고, 이후 방조제와 갯벌을 이용한 관광 산업 등 장기적 발전 전략을 세우고, 새만금 사업에 책정된 예산은 모두 전북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이사는 "시화호가 '죽음의 호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책임자들은 '시화호에 유람선을 띄우겠다'라고 떵떵거렸다. 그러나 결국 시화호는 죽음의 호수가 되고 말았고, 담수호를 포기했으며, 수질정화비용으로 5천억원 이상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새만금은 전북 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김교수는 "만경강과 동진강 유역에 반월공단 같은 공해시설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대다수 수질전문가들은 새만금이 시화호에 비해 상류 유역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수질관리의 어려움이 더 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게다가 김교수의 말대로라면 새만금이 '제2의 시화호' 꼴이 나지 않기 위해서는 전주-익산권은 더 이상 개발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을 뜻한다.

김교수 주장대로 새만금은 모두 승자(勝者)가 돼야 한다. 그러나 김교수의 주장처럼 "새만금을 마지막으로 향후 거대한 간척사업을 중단하기로 타협안을 제시한다"는 것이 과연 모두를 '승자'가 되는 길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새만금 간척을 강행하기 위한 말장난으로까지 읽힌다. 향후 새만금과 같은 거대한 간척사업 할 곳이 국내에 남아있기나 한가.

김교수는 경제학계의 내로라 하는 원로급 교수다. 하지만 그의 이번 글은 경제학도의 기초인 '냉철함'과 '객관성', 그리고 무엇보다 '팩트'의 정확성을 결여하고 있다. 학계 일각에서는 김교수가 박정희 개발시대의 싱크탱크였던 '서강학파'의 마지막 후계자라는 대목에서 그의 '새만금 간척 강행론'의 뿌리를 찾고 있기도 하다.

근원이 무엇이든 간에 김교수의 이번 글은 새만금 문제로 갈등이 증폭되는 시점에, 갈등의 해법을 제시했다기보다는 도리어 갈등 증폭에 일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유감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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