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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의 보호 속에 치러진 청계천 복원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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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의 보호 속에 치러진 청계천 복원공사

"양복 입은 축하객들, 기름밥 먹는 사람 심정 알까"

7월 1일 청계천 복원공사가 역사적인 첫 삽을 뜨게 됐다. 그러나 한켠에서는 삶의 터전을 잃게 된 노점상들이 거리에 나서 집회를 하고, 청계천 상인들은 가게 앞에서 벌어지는 풍경에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1>청계천 기공식

***1일 청계천 복원공사 기공식**

이날 오후 2시에 열린 청계천 복원공사는 이명박 서울시장, 한명숙 환경부 장관, 최열 환경재단 상임이사 등 정관계 인사들과 외교사절, 시민들 2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광교 청계고가도로 입구 부근에서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탤런트 유인촌씨의 사회로 청계천의 과거와 미래 모습을 담은 영상물과 미국 워싱턴D.C 시장, 소설가 박경리씨 등 내.외국인 인사들의 축하 영상메세지가 상영되고, 이명박 서울 시장 등의 연설이 이어졌다.

기공식이 끝난 뒤에는 청계고가도로 상판을 잘라 크레인으로 운반하는 철거 시연회가 열려 청계천 복원공사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사진2>막힌 행사장

***노점상, 청계천 복원사업 상인대책 촉구하며 집회**

그러나 이날 청계천 복원공사는 경찰이 행사장 주변을 전경버스 등으로 완전히 차단한 채 삼엄한 경비속에서 진행돼야만 했다. 청계천 복원공사를 반대하는 전국노점상연합회(전노련)가 집회를 갖고 행사장 방향으로 가두행진을 벌였기 때문이다.

전노련은 1일 오전 서울 을지로 훈련원공원에서 1천여명의 노점상들이 참가한 가운데 집회를 갖고 “청계천 노점상과 영세상인에 대한 생존권 대책이 없는 청계천 복원사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전노련은 “청계천 복원공사로 황학동 벼룩시장 등 청계천 일대 노점들이 고사위기에 처했다”라며 “서울시는 청계천 영세상인과 노점상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노련은 또 “서울시가 청계천 지역 노점상에 대한 재정적 지원 등이 마련하지 않는다면 철거공사현장 점거 등 실력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30일 밤 한 노점상이 청계고가도로 난간에 쇠사슬로 자신의 몸을 묶고 시위를 벌여 전경이 이를 쇠톱으로 잘라내기도 했다.

전노련의 이러한 반발은 청계천 복원공사가 하천의 복원만이 아닌, 주변 상권의 재개발로 인해 결국 노점상들이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노련은 “서울시가 말하는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열릴 새로운 상권은 금융, IT단지를 말하는 것일 뿐, 노점상과 영세상인 등 청계천 빈민에게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3>청계천 노점상

***청계천 상인들 착잡한 심정**

청계천 복원공사 기공식이 벌어진 1일 이를 바라보는 청계천 상인들의 마음도 착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청계2가에서 20년 째 공구상을 하고 있는 현철환(56. 남)씨는 “청계고가가 폐쇄된 오늘 매상이 뚝 떨어졌다”라며 “앞으로 두고 봐야 알겠지만 이 상태가 계속되면 가게 정리하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겠다”라고 말했다. 현씨는 “73년 직공으로 시작해 10년만에 가게를 얻고 자식들 대학교육까지 시켰다”라고 덧붙였다.

현씨는 또, 기공식 현장을 가리키며 “조금 전에 구경하러 갔다 왔다”라며 “멀끔하게 양복 입은 사람들 손에 흰 목장갑 끼고 모여 있는데, 그 중에 기름밥 먹고 사는 청계천 상인들에 대해 생각해 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더 있지 못하겠더라”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기공식을 바라보는 마음은 청계천 육교상인에게는 더욱 분통터지는 일이었다. 청계 고가도로 바로 아래 육교상가에서 의류가게를 했다는 김순이(54. 여)씨는 “얼마전에 가게를 고스란히 읽었다”라고 눈물을 터뜨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주위에 있던 노점상들은 “청계천에 좌판하나 차리기 위해 수십년을 피땀흘려 고생했는데, 이제 어디로 가란 말이냐”라며 “쫓겨나 죽거나 데모하다 죽거나 죽는 건 매 한가지”라고 격앙된 분위기였다.

<사진4>청계천 도로

***청계고가 폐쇄 첫날 차량 감소로 비교적 소통 원활**

한편 청계고가 복원공사로 고가도로 통제가 시작된 1일 오전 출근길은 예상외로 큰 정체를 겪지 않았다. 이는 복원공사로 인한 교통혼잡을 우려한 시민들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평소보다 일찍 출근길에 나섰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출근시간대인 오전 7시 30분∼8시 45분 가장 많이 막힌 도로는 청량리와 신설동 로터리인 왕산로로 시속 8.3㎞의 거북이 운행을 했다. 특히 신설동 로타리의 경우 천호대로부터 계속되던 버스 중앙차선제가 일반 차선제로 바뀌면서 우회전을 하기 위해 1차선에 있던 버스가 3차선까지 파고들어와야 하면서 교통체증을 심화시켰다.

서울시가 지난달 25일 개통한 두무개길은 출근시간대 평균통행속도가 33.6㎞로 서울시 전체 평균 통행속도인 21㎞보다 월등히 빨라 우회로의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분석됐다.

차등차로제와 일방통행제를 실시한데 힘입어 배오개길∼창경궁로와 훈련원로∼대학로의 경우도 지난달 같은 시간대의 평균 통행속도보다 크게 빨라졌으며, 천호대로∼하정로 구간도 평소보다 속도가 개선됐다.

***왕산로 등 일부구간 극심한 정체**

반면 이날 도봉구, 노원구 등 동북부 주민들은 동부간선도로를 타고오다가 중랑교에서 빠져 망우로∼청량리까지는 신속하게 진행했지만 이후 신설동로터리까지 이어지는 왕산로에서만 40여분을 소요하는 등 극심한 정체에 시달렸다.

또한 삼양로(미아삼양시장∼삼양동사거리), 의주로(녹번역∼홍은사거리), 신림로(신림역∼서울대입구역), 고산자로(제기동우체국∼경동시장), 왕십리길(한양공고∼신당역) 구간에서도 심한 정체를 보였다. 청계천로도 도로의 일부노선 폐쇄로 인해 전날보다 5.6㎞ 떨어진 시속 17.2㎞를 보였다.

오전 7∼9시 주요도로별 교통량 증가율을 보면 청계천로가 전날에 비해 14.7%, 지난주 화요일에 비해 22.6% 각각 감소했다. 또 남산1호터널이 전날에 비해 12.3%, 전주에 비해 11.4% 각각 줄었으며 남산2호터널은 전날에 비해 18.9%, 전주에 비해 4.3% 각각 감소했다. 대학로 역시 전날에 비해 18.%, 전주에 비해 32.8% 통행량이 줄었다.

따라서 첫날 교통흐름이 원활했던 것은 승용차 이용 차량이 감소하고, 출근시간이 분산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는 첫날 교통상태가 원활했다고 해서 승용차를 다시 가져올 경우 극심한 교통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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