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데이비드 베컴을 놓고 영국의 주요언론은 주가가 떨어지기 전 다른 구단에 선수를 팔아야 한다는 베컴의 전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사업적 선택이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스타선수가 명문구단들의 이적료 놀음에 놀아나는 상품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비즈니스를 위해 선수를 상품처럼 팔고 사는 축구구단들의 태도를 비난하고 나섰다.
구단들의 '이적료 챙기기'와 이에 따른 선수들의 상품화 현상은 최근 안정환(시미즈 S. 펄스)의 유럽이적 추진으로 인해 국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보스만 법' 탄생이후 선수 상품화현상 가속화**
미국의 4대 스포츠인 프로야구, 미식축구, 농구, 아이스하키와는 달리 축구구단들은 선수를 다른 팀에 내 줄 때 그 대가로 이적료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신인유망주를 잘 키우는 네덜란드 프로팀이나 유망주들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브라질, 아르헨티나의 프로팀들이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의 큰 축구시장으로 선수를 보내면서 받는 이적료는 구단운영을 하는 데 필요한 재정확보를 하는 수단이 되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1995년 "유럽연합국가 소속으로 계약기간이 끝나면 팀을 자유롭게 옮길 수 있다"는 보스만 법이 제정된 이후 세계축구계는 지각변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중소 축구구단은 신인유망주를 키워도 계약기간이 끝나면 시장가격보다 훨씬 적은 이적료를 받을 수밖에 없어 재정이 더욱 악화됐으며, 반면에 재정규모가 탄탄한 명문구단들은 상품성 있는 어린선수와도 서슴없이 다년 계약을 체결했고 계약기간 만료 전에 다른 명문구단에게 선수를 팔아 넘기는 일이 많아졌다.
축구선수들의 자유보장을 위해 생긴 보스만 법은 오히려 구단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부추겼고 구단들의 이적료 챙기기로 악용되며 선수들의 상품화 현상을 촉진시키는 부메랑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 보스만 법 제정이후 거의 매년 이적료 세계신기록이 바뀌게 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베컴의 이적배경에도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이적료를 충분히 챙기겠다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 물론 베컴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알렉스 퍼거슨 간의 갈등도 베컴 이적에 중요한 동기로 작용했다.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바르셀로나의 사장후보였던 라포르타의 공약을 잘 활용해 TV 중계권료 하락으로 유럽축구시장이 불황중인 데도 비교적 좋은 조건으로 베컴을 바르셀로나의 라이벌 팀 레알 마드리드에 이적시킬 수 있었다.
***국내선수에게도 불똥 튀어**
축구구단들의 이적료 챙기기는 비단 유럽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국내에서도 이런 문제는 선수들의 유럽진출과 함께 불거졌다.
축구구단들은 간판급 선수를 내주는 대신 유럽구단으로부터 많은 이적료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고 이에 따라 에이전트사는 선수들의 실제 상품가치보다 높게 책정된 이적료를 받아내기 위해 이적협상에 무리수를 둘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
안정환은 2002 한-일 월드컵 미국과 이탈리아 전에서 결정적인 골을 넣는 등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쳤지만 유럽행에는 실패했다. 안정환의 유럽행 실패원인은 사실상 에이전트의 무능력함 때문이 아니라 구단의 이기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
월드컵 이전부터 원소속팀 부산 아이콘스와 임대로 뛰었던 이탈리아 축구팀 페루자와의 이적료 파동의 희생양이 됐던 안정환은 이적료로 시장가격보다 훨씬 높은 3백10만달러를 주장하는 페루자의 고집으로 유럽진출의 꿈을 접어야 했다.
최근 유럽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안정환은 일본 소속사인 PM이 2백80만달러의 이적료를 제시해 또다시 유럽구단과의 계약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0년 유럽명문축구구단 14개 팀이 G14을 형성해 그들의 이익을 위한 논의가 시작되고 대부분의 구단들이 보스만 법을 악용하는 '이적료 챙기기'로 선수들의 상품화 현상이 가속화되자 세계축구계는 우려를 표명했다.
어차피 프로스포츠는 '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지만 제도개선을 통해 선수가 구단의 세 불리기와 경영전략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된다는 게 축구계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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