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피구 선수 소속팀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스페인 명문 축구팀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 뺏기'가 정도를 넘어섰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최근에는 영국의 스타플레이어 데이비드 베컴 영입을 공약으로 내건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단주 선거를 기회로 삼아 가로채기에 나선 것이다.
세계최고의 상품가치를 지닌 베컴을 바르셀로나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베컴 영입을 추진한 라포르타 후보의 약점을 파고들며 라포르타의 경쟁자 바사트 후보를 지원사격했던 레알 마드리드는 15일(현지시간) 라포르타가 바르셀로나의 사장으로 당선되자 베컴의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극비리에 접촉하는 등 베컴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컴영입의 최대관건은 이적료**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의 '흑심'이 이번에도 먹힐 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단 베컴은 레알 마드리드 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 "바르셀로나는 나를 선거의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베컴은 유럽최고의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는 챔피언스리그 출전이 좌절된 바르셀로나 대신 레알 마드리드 행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컴의 에이전트인 존 홈스는 16일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를 통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베컴을 동의 없이 다른 팀으로 이적시킬 수 없다. 이적 문제는 오직 베컴만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고 주장하며 바르셀로나와는 협상테이블에 앉지 않겠다는 종전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라포르타가 베컴 영입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우자 온갖 수단을 동원해 라포르타 후보 흠집내기에 돌입했던 레알 마드리드측은 지난 10일 베컴의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 바르셀로나가 베컴의 이적료로 3천만파운드(약 5백97억원)를 제시했다는 내용이 공개되자 당혹감을 드러냈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베컴 이적료로 바르셀로나에 비해 낮은 1천4백만파운드와 마켈렐르 또는 제레미 선수를 묶는 패키지 계약을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베컴의 소속팀은 바르셀로나 편을 들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구단의 주가를 하룻만에 7%나 오르게 했던 3천만파운드의 이적료에 끌려 바르셀로나 쪽의 편을 들고 있고, 라포르타는 바르셀로나 구단의 사장으로 당선된 후 "바르셀로나는 맨체스터 구단과 베컴영입에 대해 이미 합의했다. 빠른 시일 내에 베컴의 에이전트와 만나 바르셀로나의 장점을 설명할 계획이다"라며 베컴 영입에 자신감을 피력했다.
다만 아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베컴의 이적은 '소속팀과 계약기간이 끝나면 이적료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다'는 보스만 법에 적용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쉽게 자신이 원하는 팀인 레알 마드리드로 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이용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이적료 문제로 레알 마드리드에게 압력을 행사한다면 레알 마드리드도 새로운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베컴 영입을 둘러싼 공방전이 당분간 치열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사장은 제2의 프랑코"로 맹비난**
한편, 베컴 영입에 관해 바르셀로나 팀의 회원들과 카탈루냐 사람들은 갖가지 권모술수와 방해공작을 펼치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의 사장 플로렌티노 페레즈를 과거 불세출의 스트라이커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를 훔쳐간 독재자 프랑코 장군과 같이 생각하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레알 마드리드가 유럽컵에서 5연패를 하는데 일등공신이었던 디 스테파노는 바르셀로나가 먼저 영입한 선수였다. 하지만 당시 레알 마드리드를 적극지원하고 있던 프랑코 장군은 바르셀로나가 아르헨티나 출신선수 디 스테파노와 계약했다는 사실을 듣고 레알 마드리드와 관련이 없는 모든 해외출신 축구선수의 스페인 입국을 금지시켰다. 사태가 이쯤되자 바르셀로나는 울며 겨자먹기로 디 스테파노를 레알 마드리드에게 내줘야 했다.
지난 2000년에도 바르셀로나는 레알 마드리드의 사장후보였던 페레즈의 꾀에 넘어가 팀의 주춧돌인 피구를 뺏겼다. 페레즈는 바르셀로나의 피구와 클루이베르트를 동시에 영입할 것이라는 소문을 흘렸다. 이에 놀란 바르셀로나는 레알 마드리드가 부담하기 힘들 정도로 스트라이커 클루이베르트의 연봉을 3배 가량 올려 레알 마드리드의 스카우트를 막았지만 정작 레알 마드리드는 극비리에 피구만 영입하고 클루이베르트와는 접촉도 하지 않는 전략으로 바르셀로나를 농락한 바 있다.
'라이벌 팀의 행복은 곧 우리 팀의 슬픔'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가 이번에도 바르셀로나의 행복을 가로챌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