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ㆍ동해선 철도 연결식 행사가 14일 오전 11시부터 서부 도라산역과 강원도 고성 등 2 곳의 군사분계선에서(MDL) 상에서 동시에 열렸다.
군사분계선에서 남북간 25m라는 짧은 구간에 놓인 철도 궤도에 연결 나사를 조이는 것에 불과하지만, 이번 행사는 ‘민족의 혈맥’을 이어 남북 교류협력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남북의 의지를 확인하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 역사적 '철길 연결식'에 국장급만 참가하고 생중계도 안해 더없이 쓸쓸한 풍광을 연출했다. 북핵 위기와 미국의 대북강경책에 주눅든 초라한 한반도 24시다.
***“남북 교류협력 활성화 기대”**
이날 경의 동해선 연결은 6.15 남북공동선언 직후인 2000년 7월 남북이 민족의 대동맥을 연결하는데 합의, 3년여동안 공사를 진행시켜온 결과다.
남측이 주관한 경의선 연결사에서 조명균 통일부 교류협력국장과 손봉균 건설교통부 국장은 “비무장지대의 철조망과 지뢰를 걷어내고 민족의 동맥을 다시 잇는 이 귀중한 순간을 남북이 함께 하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남북이 경의선 동해선 연결이라는 결실을 거둘 수 있게 된 것은 6.15 남북공동선언에서 지향하고 있는 화해협력과 평화증진 목표를 실천하기 위한 공동 노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철도 도로가 연결되면 인원과 물자의 수송이 보다 신속원활하게 이루어짐으로써 교류협력이 활성화됨은 물론, 한반도 평화정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측의 김병칠 국토환경보호성 국장과 박정성 철도청 국장은 동해선 연결사에서 “6.15 공동선언이 밝힌 우리 민족끼리의 이념이야말로 조국통일의 대명제이며, 내외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우리 민족끼리 손잡고 나간다면 가까운 앞날에 분단의 철조망을 송두리째 뜯어내고 통일을 이룩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경의 동해선 철도 도로연결사업은 지난 4월에 열린 제10차 남북장관급 회담과 5월 제5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의 합의에 따른 것으로, 당초 지난 3월 말 행사를 갖기로 했으나 이라크전 등 국내외 사정에 따라 연기됐었다.
통일부는 “실제로 열차가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철도 도로 연결공사를 조속히 완공한다는 쌍방의 의지를 다짐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돌발변수만 없다면 경의선은 오는 9월 말, 동해서는 올해 말에 완공, 개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라한 6.15 남북공동선언 3주년**
그러나 6.15 남북공동선언 3주년을 맞아 열린 이날 행사는 장관급이 아닌 실무자급 행사에 그쳐,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엄혹한 냉기류를 다시한번 확인케 했다.
지난해 2월 김대중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이 경의선 연결의 마지막 역인 도라산역을 함께 방문했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분위기다. 당시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대통령조차 침목에 “이 철도가 남북의 가족을 이어주길 기원한다”고 서명함으로써 남북대화를 위한 여건 조성에 우호적 기운이 흐르기도 했었다.
통일부측은 북측이 행사를 정치적 이용할 가능성 등을 우려해 행사 축소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한다. 당초 북측이 장관급의 참석을 요구했지만, 남쪽이 국장급 실무행사로 격을 낮추자고 제안해 관철시킨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의 강경기조 앞에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전면으로 계승하지 못하는 노무현 정부 대북정책의 일면이 드러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않다. “돈 주고 산 남북정상회담이 아니냐”이라는 세간의 의혹 앞에선 6.15 남북공동선언의 상징성도 크게 훼손된 듯 하다.
초라하게 치러진 이날 행사만큼이나 6.15 공동선언 3주년도 무겁게 내려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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