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고가 철거에 앞서 7월1일부터 2주일간 청계고가 통행을 차단한 뒤 교통상황 흐름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는 청와대 발표에 대해, 서울시는 7월1일 청계천고가 철거에 곧바로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그러나 분명히 서울시와 이같이 합의했다고 반박하고 나서, 서울시와 청와대간 갈등이 예상된다.
***<청와대 브리핑> "청와대와 서울시를 일깨운 국민제안"**
<청와대 브리핑>은 12일자 "청와대와 서울시 일깨운 '국민제안'"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국민참여마당 홈페이지에 강남구 압구정동에 거주하는 박응격씨가 청계천 복원에 따른 교통대란을 예고하고 공사 현장 차단 시뮬레이션 실시를 촉구했다"라며 "실무진의 검토를 거쳐 이 아이디어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 보좌관회의에서 논의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브리핑>은 이어 "서울시는 이 제안을 참고하여 7월1일 착공식후 2주 정도 현장을 차단하고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전문가 등과 합동으로 점검 대책반을 구성하여 교통상황 변화에 따른 모니터링을 통하여 즉각적인 보완대책을 수립ㆍ시행키로 하였다"라고 보도했다.
<브리핑>이 '청와대와 서울시를 일깨웠다'고 한 박응격씨는 지난달 22일 국민참여마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7월1일 전이라도 임시로 하루동안 청계천 동서로 진입하는 모든 차량을 통제하여 서울 전역의 교통 흐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를 사전에 시험해볼 것을 정부당국과 서울시에 강력히 요구한다. 서울시내의 동서교통량의 약40%를 적절히 소화하지 못할 때 교통의 대혼란은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는 서울 도심교통의 마비사태를 가져와 사회적. 경제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가져올 것이다"라고 주장했었다. 본지의 확인 결과 박응격씨는 한양대 지방자치대학원장인 것으로 밝혀졌다.
<브리핑>은 박응격씨의 제안을, 문제가 발생하기 전 국민의 제안을 받아들여 갈등을 생산적으로 해결한 청와대의 대표적 사례로 자랑했다.
***서울시 "청와대 사업개입 불가능", 청와대 "틀린 보도 아니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이 12일 본지를 통해 보도되자, 서울시는 본지에 대해"<청와대 브리핑> 자료의 확인단계에서 오해가 있어, 서울시가 청계천 복구공사를 2주 연기하는 것으로 사실과 달리 인용보도 되었다"며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서울시 최인광 언론담당관은 13일 "7월1일 착공식과 함께 바로 3개공구에서 커팅공법을 통한 고가도로 철거공사에 들어 갈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청계천 복원 사업은 서울시가 책임을 갖고 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청와대가 서울시의 사업에 일절 관여할 수 없고, 청와대의 말만 전해 듣고 보도를 한 것은 잘못"이라며 주장했다.
그러나 청와대 참여기획실의 오승록 실장은 이같은 서울시 주장에 대해 "문제의 <청와대 브리핑>의 내용은 6월4일 국무회의에서 서울지방경찰청이 서울시에 7월1일 착공식 후 2주 정도 현장을 차단한 뒤 서울시,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전문가 합동으로 교통점검대책반을 구성 운영하자는 서울지방경찰청의 수정제안을 서울시가 받아들여 보고한 내용을 기초로 했다"고 반박했다.
오 실장은 "서울시가 7월1일 착공식은 하되, 철거를 2주간 연기하고 교통 대책을 세우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지금도 변함은 없다"고 덧붙였다.
오 실장은 서울지방경찰청이 청와대에 올린 보고서에 "서울시가 (서울경찰청의) 수정제안을 받아 7월1일부터 청계고가를 폐쇄하고 '공사준비기간' 동안 실제교통상황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 및 영향분석을 통해 즉각적인 보완대책 수립 시행키로 합의했다"라고 분명히 적혀 있다며 "이 '공사준비기간' 동안은 실제 철거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오실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철거 공사를 시작한 후에 실시하는 교통조사가 대책 수립에 어떤 도움이 되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국정혼선, 서울시의 조급증**
이같은 서울시와 청와대간 공방은 현재의 국정시스템의 혼선을 또한차례 드러났다는 점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청와대가 공식으로 매일 제작발표하는 <청와대 브리핑> 내용조차 믿을 수 없는 어이없는 현실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청와대와 서울시 양자중 어느 쪽 잘못인지는 앞으로 진상조사를 통해 분명히 밝혀져야 할 일이나, 이같은 혼선을 접하는 국민들은 개탄스러울 뿐이다.
아울러 서울시의 태도도 문제다. 많은 전문가나 시민단체들은 박응격 한양대 지방자치대학장의 제안대로 청계고가 철거에 앞서 일단 통행통제를 한 뒤 교통량에 미치는 영향을 실측한 뒤, 교통대란을 막을 수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을 해왔다. 경실련등 시민단체들은 12일 서울시가 이런 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실력행사'로 청계고가 철거를 막겠다는 입장도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당초 내놓았던 교통대책인 동북부지역의 버스 지-간선제 도입, 중앙차로제 등이 버스회사 종사자들의 거센 저항으로 내년이후로 백지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7월1일 청계고가부터 부수고 보자는 식이다.
이는 청계고가 철거에 앞서 통행통제후 교통량 평가를 해서 그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올 경우, 청계 복원사업 자체가 중단되는 게 아니냐는 조급증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서울시의 현재 밀어부치기는 정작 시정의 주체인 '시민들'은 안중에 없고, 오직 '시장 공약'만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의 결과가 아니냐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2주 정도 철거를 늦추는 일조차 할 수 없다는 서울시의 초조함이 안쓰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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