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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청계천상가 이전 합의한 적 없다"

청계상인 1천여명 빗속에 청계천 상인대책 촉구시위

청계천 복원공사 시행일이 20여일 남은 상황에서 청계천 상인들이 서울시의 상권보호 대책이 미흡하다며 청계천 복원공사 시행을 연기하고 종합적이고 책임 있는 상인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지난 10일 언론에 보도된 ‘서울 장지동 청계천상가 이전 부지 15만평 협의’ 기사에 대해, “서울시가 청계천 상인들과 마찰을 빚자 청계천 복원공사 시행 연기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매스컴을 이용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1> 집회

***“청계천 상가 이전용 장지동 15만평 부지 확보 협의는 사실 무근”**

청계천상권수호위원회(위원장 이웅재)의 주최로 11일 종묘에서 열린 집회에 모인 1천여명의 청계천 상인들은 “청계천의 역사복원공사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하며, “그러나 아무런 대책도 없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정책으로 인해 생존권의 위협을 느끼고 있고, 이에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공사 시행을 연기하고 구체적 대책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의 목적이 역사복원인지 재개발인지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정확한 공사계획을 발표할 것 ▲청계천 복원공사로 인한 정확한 교통대책과 상인들의 피해대책 강구 ▲공사를 연기하고 피해당사자인 청계천 상인들과의 허심탄회한 논의에 나설 것 등을 요구했다.

***청계천 상인들 위기감 팽배**

청계천 상인들의 요구는 한마디로 “청계천 복원공사를 실시로 청계천 상권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데, 서울시가 직접 상인들의 입장에서 피해를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대책을 수립하라는 것”이다.

청계천 상인들은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청계천 상가 이전 문제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청계천 상권과 같은 규모로 유통단지가 마련된다면 이전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넓은 부지에 현대식 시설을 갖추고, 교통접근성 등의 입지 조건만 좋다면 이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당장 7월1일부터 공사를 시작하는데, 아직 부지조성도 안된 유통단지가 조성되기를 기다리다보면, 유통단지가 완공돼 이전하기 이전에 청계천 상권은 다 망하고 만다는 것이다. 게다가 청계천 상인들은 이전 후에도 상권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일부 상가가 서울 장지동에 조성될 유통단지로의 이전에 합의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과 기대감이 섞여 있다.

장사/산림 상인연합회 정석연 대책국장(마그네트 전문업)은 “처음 서울시가 상인대책으로 마련한 것이 장지동 땅 2만3천평 유통단지 조성인데, 이는 구로 공구상가 수준밖에 안되는 것”이라며 “청계천 상권은 전자, 기계, 베어링, 공구, 패션, 잡화, 하다못해 단추, 실 까지도 세분화, 전문화 돼 유기적 상권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상권만 이탈하거나 무너지면 전체 상권에 연쇄적으로 다 무너진다”라고 말했다.

정국장은 또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 업적만 생각하지 말고, 동양최대의 현대식 대규모 유통단지를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라고 덧붙이며, 청계천 상인들도 입지조건이 마련된다면 상가 이전에 긍정적임을 전했다.

<사진2> 거리행진

***“서울시 대책 마련 요구에 탁상행정식 졸속대응”**

그러나 기본적으로 청계천 상인들은 서울시를 믿지 않고 있다. 정국장은 “서울시가 일부 상가들과의 개별 협상을 통해 협의된 내용을 전체 상가들과 협상이 된 것처럼 언론에 흘리며 명분 쌓기에만 급급하고 있다”라며 “서울시가 기본적으로 청계천 상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상인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

일부 상인들은 “서울시가 청계천 상권을 스스로 무너지게 해서 손쉽게 재개발을 하고자 하는 것 아니냐”라며 “결국 친환경적 역사복원을 명목으로 재래시장을 재개발해 금융센터 등의 고밀도 개발을 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솔직하게 그 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복원공사 청계천 상권에 큰 피해 없어”**

서울시는 현재 상인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히는 한편, 복원 공사 후에도 청계상가 주변 4개차로는 유지하기 때문에 상가의 영업에 크게 지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청계천 상인들은 청계천 복원공사가 시작되면 교통대란으로 상당한 충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국장은 “청계천은 과거에 대기업 대상 납품 위주의 시장이었으나, 지금은 전국을 대상으로 소량 도매업이 중심이 됐고, 상가와 함께 유지하던 소공장과 창고는 상당수 시 외곽으로 이전했기 때문에 청계천 유통구조는 차량의존도가 매우 높다”라며 “그러나 현재 상황을 보면 서울시도 승용차 이용을 자제해달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 교통대란은 불보 듯 뻔하기 때문에 차량 접근이 어려워진 청계천 상권은 금방 죽어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정국장은 “청계천 상인들은 전국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기 때문에 경기 변화에 민감한데, 지금은 IMF 때보다도 경기가 더 안 좋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청계천 복원공사까지 시행되면,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선 사람을 떠미는 짓”이라고 말했다.

정국장은 “청계천 상권은 수십년동안 상인들이 피땀 흘려 이룩한 상권”이라며 “거의 대부분이 배운 것은 없어도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 장인이라는 생각으로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해 왔는데, 이제 그런 노력들이 다 물거품이 될 판”이라고 거리에 집회를 나서게 된 심정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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