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김태규 명리학 <10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김태규 명리학 <102>

12, 근본 순환의 숫자(2)

그리스 올림포스 산 정상에 거주하는 신은 모두 해서 열 두 신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열 두 신으로 한정한 것은 다소 작위적임을 알 수 있다. 제우스 이전의 천지창조 신들도 있고, 그를 이은 거인 신(타이탄)들도 있으며, 열 두 신 이외도 상당히 많은 신들이 있는데, 12신으로 한 것은 열둘이라는 수가 일종의 완전수, 앞서 말했듯이 ‘모든’ 이란 뜻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12신은 모든 신, 만신(萬神)인 것이다. 이처럼 많은 신들을 숭배하고 모셨다는 것은 고대 그리스 세계가 다양한 민족들과 집단들이 할거했으며, 그들 간에 치열한 다툼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12신을 비롯한 모든 신들은 각각 부족의 신이나 집단의 신이 따로 존재하다가 나중에 도시국가 체제로 발전하면서 일종의 타협(deal)과 함께 그들 간에 연대 의식이 형성되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12신은 만신이라 했으니 12신을 모신 전당은 만신전(pantheon)이 되는 것이다. pan은 ‘모든’이란 뜻이고 theo는 신의 의미라 판테온인 것이다. 로마에 가면 판테온이 있는데, 사실 이 판테온은 로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각지 어디에나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절에 가면 본존불 뒤에 있는 탱화 속의 신들도 만신전이고, 법당의 우측 벽에 있는 신중단에도 104위의 화엄성중을 탱화로 모시고 있는데 이는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들의 만신전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무속에서 무당을 만신이라 하는데, 무당이 영험이 있어 신의 반열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돌아가서 12란 숫자는 모든 숫자, 즉 완전수를 의미한다고 했는데, 이 관념은 흘러간 고대의 관념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사람들의 의식 속에 체화되어 생생하게 살아있다.

가령 1914년에 설립된 미국 연방은행은 12개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의 주가 12개가 아니건만 12개의 연방준비구로 나누어 각 구역마다 하나의 연방준비은행을 설립하여 그곳의 중앙은행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12개 연방준비은행을 통괄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위)를 워싱턴에 두고 있다. 이는 사실상 12명의 현인-의미로는 12신-이 미합중국의 금융기능을 원활하게 유지, 조정한다는 의미이다.

이 12라는 숫자는 현대음악에서도 더욱 더 강조되고 있으니, 바로 쇤베르크의 12음계법으로서 음악의 새로운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한 옥타브의 음역을 12개의 음정으로 구분하여 각 음 사이를 반음 정도의 음정 차이로서 율을 정한 동아시아 고래의 아악(雅樂)과도 상통하는 정신이다.

그리고 불교의 핵심 교리인 연기설도 원래는 12연기설이 중심이었다.

12연기설이란 사람이 어떤 경로로 무명과 미혹의 세계를 방황하게 되는 가를 12단계로 나누어 그 인과 관계를 설명한 것이다. 이는 무명(無明)-행(行)-식(識)-명색(名色)-육처(六處)- 촉(觸)-수(受)-애(愛)-취(取)-유(有)-생(生)-노사(老死)의 단계로 되어있다.

무명이란 밝지 못함이니 고뇌와 불행이 일어나는 근본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어리석은 행동(業)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어리석은 인식과 사고(識)를 지니게 된다. 어리석은 식의 결과로 잘못된 물질과 정신(名色)관을 지니게 되고 이는 잘못된 감각기관(六處)을 만들어낸다.

그리하여 잘못된 식과 잘못된 명색, 잘못된 육처가 상호 접촉하니(觸), 괴롭고 기쁜 감수작용(受)이 생겨나고, 그 결과로서 애착(愛)이 생기고 애착이 생기다 보니 소유하게 되고(取), 그로서 선업과 악업이 축적되어 잠재력으로 자리 잡은 것이 유(有)이니 바로 우리의 현 존재를 말한다.

이 같은 우리의 현존재, 즉 유는 과거의 행위경험이 축적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다시 우리의 미래를 규정하게 된다. 그 바람에 끊임없이 우리는 미혹된 생(生)을 받게 되니 모든 인간의 고통을 상징하는 태어나서 늙어 죽음(老死)이라는 윤회를 거듭하게 된다는 것이 바로 12 연기설이다.

보통 인과 사슬은 “무명(無明)에 연(緣)하여 행(行)이 있으며...”, 이런 식으로 설명되며, 윤회에서 벗어나는 길은 “무명이 멸하니 행이 멸하며...”로 표현된다.

원래 이 12연기설의 형식은 불교의 창안이 아니라, 우파니샤드로 대변되는 고대 인도 철학 전반의 현상이다. 우파니샤드 속에 이미 업(業)과 윤회(輪廻)의 사상이 담겨 있으며, 12연기의 기본 발상이 있다.

우파니샤드(upanisad)란 그 뜻이 under + sit 로서 ‘스승 근처로 가서 그 밑에 앉는다’는 것이다. 이는 스승과 제자 간에 우주와 인생의 비의(秘義)를 전달하고 배운다는 것이며, 그 배우는 내용은 우주의 통일원리인 브라만(brahman)과 우리의 본질인 아트만(진아)에 대해, 그리고 브라만과 아트만이 하나라는 범아일여(梵我一如)를 이해하고 그것을 체득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우파니샤드의 대표적인 사상으로서는 아트만을 만물에 편재하는 내재성으로 파악하는 사상과 아트만을 인식 주관으로서 말할 수도 나눌 수도 없는 그 무엇으로 파악했던 사상의 두 계통이 유명하다. 전자는 “네가 바로 그것이다”라는 말로 유명하며, 후자는 네티 네티 논법으로 잘 알려져 있다. 네티 네티 논법이란, neti- neti- 로서 영어의 not- not-이 되니 “무엇이 아니고, 무엇이 아니다”란 방식이다.

유파니샤드에 자극받아 흥기한 불교는 경전이나 설교 방식 역시 이 두 가지 방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불교에서 ‘마음이 바로 부처다(心卽佛)’라든가 ‘중생이 바로 부처다’와 같은 논법, 그리고 반야심경에서 ‘색이 바로 공이고, 공이 바로 색이다(色卽是空, 空卽是色)’라는 글귀는 전자의 방식을 따르는 것이고, ‘나지도 멸하지도 않으며, 더럽지도 깨끗하지도 않으며,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으니(不生不滅, 不垢不淨, 不增不減)’ 하는 글귀는 후자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사실 불교는 우파니샤드의 사상, 즉 인간은 업(業)에 의해 윤회를 반복하지만 선정이나 고행을 통해 브라만과 아트만이 원래 하나라는 진리를 깨우치면 윤회에서 벗어나서 상주ㆍ불멸의 범계(梵界)에 이를 수 있다는 생각의 발전 판이고 확장 버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연기의 단계를 열둘로 나누어 생각하는 것 역시 12란 궁극의 수이기에 12연기설 역시 모든 단계에 걸친 인과 관계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12라는 숫자관념의 근원적인 출처는 결국 일년이 열 두 달이라는 우주의 근본 순환에서 오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알게 모르게 우주의 근본 순환 주기에 따라 살고 있다. 오늘날 과학과 기술이 고도로 발전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신체와 정신은 어김없이 이 12라는 순환 주기를 따라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 12라는 숫자는 우리 생활 속에서 무수히 반복되고 다시 만날 수 있다. 기본 교육 기간은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12년간이고(대학은 선택이다), 하루가 24시간(과거에는 12시진)인 것은 눈에 띄는 사례들일 뿐이다.

가령 당신이 어떤 큰일을 하려고 마음먹었다면 기본적으로 열 두 관문을 넘어야 성취를 이루는 법이다. 그 관문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엄연히 존재한다. 두 남녀가 마음이 맞아 결혼을 하려고 해도 열 두 관문을 넘어야 하고, 사업을 해서 성공을 하려고 해도 열 두 관문을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절반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12라는 숫자적 주기 중에서 그 절반에 가면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데, 가령 여섯 관문을 넘었다면 절반의 성공을 이룬 셈이다. 명리학에서 충(衝)이라 부르는 것이 바로 이것인 것이다.

우리는 지난 1997년 정축년에 외환 위기를 맞이하여 커다란 고생을 겪었는데, 올해가 그로부터 만 6년이 되었으니 절반 지점인 것이다. 우리가 외환 위기를 불러들인 원인은 우리 속에 있었던 것이고, 그 원인들을 그간 구조조정이다 뭐다 하면서 열심히 극복해 왔지만 아직은 절반의 성공인 셈이다.

외환위기를 불러들인 우리 자신의 문제점들은 그러니 아직 완전히 극복해낸 것이 아니다. 외환 위기 이후로 우리 경제의 근본 패턴이 변화했지만, 아직은 절반 지점에 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투명한 시장 경제와 기업 활동, 그리고 노사관계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 있어 아직 갈 길이 절반이나 남은 것이다. 그 마무리 시한은 오는 2009년 기축(己丑)년이 된다.

((전화:02-534-7250, E-mail :1tgkim@hanmail.net, 홈페이지:www.saeviti.co.kr)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