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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따리 장사, 한달 강의료 20만~4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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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따리 장사, 한달 강의료 20만~40만원"

<조희연 교수가 말하는 시간강사들의 애환>

지난달 30일 서울대 시간강사의 자살 사건 이후, 대학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 문제가 다시 공론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교수들이 교육인적자원부 후문에서 릴레이 1인시위에 돌입했다. 할 말은 많으나 할 말을 할 수 없는 시간강사 후배들을 위해 교수 선배들이 일선에 나선 것이다.

<사진>조희연교수 1인시위

***박사급 보따리 장사 월급 한달에 20만~40만원**

9일 첫 번째 1인시위에 나선 학술단체협의회(학단협) 조희연 상임대표(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시간강사들은 교원으로서 아무런 법적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고 연구 활동은커녕, 최소한의 생계조건도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라며 “정부에서는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대표는 “내 자신도 83년부터 시작해 90년 교수가 될 때까지 이화여대, 연세대 등을 돌아다니며 시간강사 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보따리 장사’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음을 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가 된 이후에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못했고, 대학이라는 거대한 시간강사 수탈구조의 공범자라는 자성의 뜻”에서 1인시위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노동자만도 못한 처우**

현재 대학 시간강사들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처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이상 전문적 연구를 해온 박사 지식인들이지만 교원에 대한 신분보장은커녕 각종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한 전임강사는 "몇년간 시간강사를 하다가 어렵게 전임강사가 되니 26가지 대우가 달라지더라"며 시간강사의 애환을 말하기도 했다.

한달 강사료도 20만~4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최소한 3개 이상의 강의를 맡아야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는 처지다.

그것도 대학별로 강사료 편차가 크게 난다. 조대표는 “서울대는 강사료로 한달에 36만원 정도를 받지만, 전문대는 20만원도 받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방학에 계절학기 강의를 맡지 않는 이상 영락없는 실업자가 되고 만다.

게다가 자신이 맡기로 한 과목이 수강인원이 적다는 이유로 폐강이라도 된다면, 이미 학기가 시작해 다른 학교에 자리를 얻을 수 없어 한 학기를 무수입으로 보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시간강사들은 학교측에 불만을 털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강의를 얻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대부분의 강사들이 교수 임용 대기자 신분이기 때문에 학교측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조대표는 “대부분의 시간강사들은 이런 열악한 현실들을 ‘교수’만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에 자학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라고 안타까워하며, “사립대학들이 강사의 처우 개선은 뒷전이고, 교수채용을 빌미로 강사들에게 1억~2억원씩 ‘뒷돈’을 요구하는 등 시간강사의 불안한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한 측면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사립대학의 ‘정원장사’가 대학교육 질의 저하 불러와**

이러한 시간강사의 문제는 구조적인 대학 교육 시스템의 문제와도 연관돼 있다. 조교수의 표현을 빌자면 대학들이 ‘정원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대표는 “대학에 진학하려는 수요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대학들이 교육부 관료들에게 적당하게 로비해서 정원 받고 계속 양적 성장만을 추구해왔다”라며 “그러나 정작 교원에 대한 처우나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노력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조대표는 또 “대학 정원 증가가 한계에 달하고 교육시장 개방의 움직임까지 일면서 이제는 대학들이 문들 닫을 위기를 강조하며 교수들과 시간강사의 고통을 강요하는 측면이 강하다”라며 “한국 대학의 연구 실적 부진은 구조적인 요인이 많다”라고 주장했다.

조대표는 “한국 사회가 개발독재 시기의 성장 일변도 사고 속에서 재벌뿐만 아니라 교회, 복지재단 등이 세습을 자행하는 그릇된 사유의식이 팽배해 있다”라며 “사립대학도 마찬가지의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성찰적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최저 생계보장하고, 연구직 확충해서 고급 인력 활용해야**

학단협은 이런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대안으로 정부의 제도 개선 및 재정 확충을 요구하며 연구교수제도를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우선 정부는 시간강사에 대한 실태를 정확히 파악한 뒤, 시간강사에 대한 법적 교원의 지위를 부여해 의료, 고용 보험등의 혜택을 받도록 하고, 대학 당국의 시간강사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예방하기 위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라는 것이다.

또한 대학 당국에 대해서는 현재 시간강사의 계약기간을 최대한 1년 이상으로 연장할 것을 요구하며 최저 생계 보장의 임금을 지급하라는 것이 주요 요구사항이다.

조대표는 “현재 사립대학에 지원하고 있는 지원금에 일정 비율 시간강사와 연구활동비 의무사용 조건을 걸어 대학이 교육의 질 향상과 교원의 처우 개선에 나서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에서 학술진흥재단과 같은 연구기관의 예산을 대폭 늘려 시간강사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박사급 고급인력의 연구 성과를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학의 교원 정원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전반적으로 연구와 개발에 박사급 고급 지식 인력에 대한 연구활동을 보장해 국가적 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적 사립대학 구조와 정부예산 부족으로 처우 개선 난항**

현재 국내 시간강사는 6만여명. 교육부도 이들 시간강사의 사회적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국립대 시간 강사료를 인상하고, 법적 지위를 보장하기 위해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을 추진중이나, 이에 드는 막대한 예산과 교수 직제 개편 문제 때문에 기획예산처 행자부 등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사립대학의 경우 교육부의 통제가 효과적으로 전달될지 의문인 데다 현재의 1인소유 사립대학 구조에서 시스템을 바꾸는데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여,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 노력은 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교육부 앞 릴레이 1인시위는 정대화(상지대 교양학부) 김성민(건국대 철학과) 강정구(동국대 사회학과) 손호철(서강대 정치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 가운데 다음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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