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방송위원회(이하 FCC)가 지난 2일(현지시간) 미디어소유권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미디어 독점을 우려하는 진영들이 실력저지에 나섰다. 특히 일부 공화당 의원들과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미국 상원이 강력한 반대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FCC와 미디어재벌들과의 유착의혹이 폭로되는 등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 상원 상공위원회 의장인 존 매케인 공화당 의원은 3일 파이낸셜타임즈(FT)를 통해 “FCC가 결정한 미디어소유권을 뒤집을 수 있는 법안을 상공위원회 차원에서 준비하겠다”고 밝혔으며, 프리츠 홀링스 민주당의원은 “45%로 높아진 전국방송 시청자 제한선을 35%로 다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FCC가 완화한 미디어소유권의 주요내용은 방송-신문의 공동소유 허용과, 한 지역내의 전국방송시청자 상한선을 35%에서 45%로 높이는 것이다.
***공공성보전 연구소, 부패한 FCC의 모습 드러내**
상원의 공개적인 반대 움직임과 함께‘공공성보전 연구소(The Center for Public Integrity)’라는 미디어 연구단체는 3년에 걸쳐 FCC 핵심 직원들의 비리를 파헤친 보고서를 지난달 22일 웹 사이트 www.openairwaves.org)에 공개했다.
공공성보전 연구소가 FCC의 베일을 벗긴 보고서는 세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첫번째, “FCC 커미셔너 5명 중 4명이 언론재벌들이 독점하고 있는 지역출신이기 때문에 이번 미디어소유권 규제완화법을 제대로 판단할 만한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두번째, “FCC 회원들이 언론재벌들이나 정보통신회사로부터 지난 8년간 외유자금으로 2천8백만달러를 지원받았다. FCC 회원들은 이 지원금으로 라스베가스 3백30회, 뉴올리안즈 1백73회씩 외유하면서 초호화판 생활을 즐겼다”며 “지원금을 가장 많이 낸 곳은 전미방송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Broadcasters)인데 흥미로운 건 전미방송협회가 현행 미디어소유권 규제를 계속 주장하자 폭스, CBS, NBC 등 주요방송사는 2년전 협회에서 탈퇴했다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세번째, FCC의 내부자료가 대중에게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보고서는 “콜스(COALS)로 불리는 FCC 미디어사무소의 전산시스템을 통해 특정지역 케이블 TV회원수 등의 관련수치가 매일 업데이트돼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며 “우리가 일반조사기관에 의뢰한 케이블TV 가입자수는 FCC가 내놓은 수치보다 7백50만명이나 적게 판명됐다”고 고발했다.
***언론재벌의 인수합병 부추긴 FCC의 결정**
이처럼 미디어소유권 규제완화법에 반발이 심한 것은 언론재벌들의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인한 미국 미디어시장의 일대 지각변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3일 “FCC의 발표이후 머독의 뉴스코프, 가네트그룹, 트리뷴그룹 등 언론재벌들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며 “이는 지역방송국이나 신문사매입이 예상되는 언론재벌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 때문”이라고 밝혔다.
샌포드 C. 번스타인의 미디어전문 애널리스트 톰 울지엔은 WP를 통해 “이번 미디어소유권 완화로 언론재벌들은 점점 세를 확장할 것이며 군소지역방송사나 신문사들은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라며 미디어시장의 지각변동을 예측했다.
언론재벌 가운데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인 측은 이라크전 과정에 노골적으로 부시 미대통령 편을 들었던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프다. 지난 2월 FCC를 방문해 미디어소유권 규제완화에 대해 로비를 하기도 했던 머독은 미국내 10대 방송시장 중 하나인 샌프란시스코의 지역방송국 매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를 도운 대가를 톡톡히 수확하고 있는 셈이다.
공공성보전 연구소를 필두로 한 시민단체들의 비난과 미국 상원의 반대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FCC와 미국 언론재벌들이 자신들의 '미디어 공룡만들기' 계획을 끝까지 밀어부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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