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3일 북한 핵과학자 경원하 박사의 망명설에 대해 “사실무근으로 파악됐다”고 부인했다. 지난 4월 호주언론을 통해 불거진 이후 구구한 해석이 나돌던 경 박사 망명 논란에 국정원이 입장을 밝히기는 한달반만에 이번이 처음이다.
***“경원하 박사는 북한에 있다”**
고영구 국정원장은 3일 오전 국회 정보위 조찬간담회 보고에서 “미국과 호주 등 관련국에 확인한 결과 경 박사의 망명설은 사실이 아니며 경 박사는 북한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 박사의 망명설은 호주언론 ‘위크엔드 오스트레일리안’이 지난 4월19일 “경 박사가 군장성 등 고위층 20여명이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나우루 등의 도움을 받아 미국 등 서방으로 망명했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이와 관련, 미국은 호주 언론의 보도내용에 대해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부인하면서도 망명 자체에 대해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모호한 자세를 보였고, 우리 정부도 경 박사 망명설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힌 바 없다.
***“신변안전 조치 취하면 황장엽 방미 허용 방침”**
이밖에 고 원장은 이날 한-미간 갈등요인이 되고 있는 황장엽씨의 방미문제와 관련, "미국에서 신변안전에 관한 확실한 추가조치를 취할 경우 방미를 허용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는 황씨의 미국 망명 가능성을 우려해 황씨의 방미에 부정적이었던 기존 국정원의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한 정보위원은 "황씨는 지난 4월 망명자 특별보호대상에서 해제돼 민간인 신분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신변안전 문제가 중요하다"며 "황씨의 방미에 대한 정부 입장이 부정적 입장에서 긍정적 입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황씨의 방미에 우리 정부가 미온적 태도를 보이자 미 국무부측은 지난달 말, “황장엽씨가 미국을 방문할 경우 필요한 안전상 조치를 취할 것을 지방 및 연방 관계당국에 요청하겠다”며 황씨의 방미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따라서 고영구 원장의 이번 입장표명은 미국측 압력에 굴복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국정원측이 황씨의 방미에 전향적 자세를 보임에 따라 오는 20일 미 하원에서 열리는 디펜스포럼 재단 정례회의에 황씨의 참여 여부가 주목된다. 디펜스포럼 재단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후원하는 우익단체로, 황씨 초청은 미국의 대북강경노선의 명분을 강화시키려는 목적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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