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청와대 브리핑> 2면에 '새만금 문제, 대화 타협으로 해결을'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전체적인 내용은 더 이상의 갈등과 대립을 중단하고 앞으로 구성될 '신구상 기획단'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해 나가자는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브리핑을 통해 드러난 청와대의 새만금 인식에는 몇 가지 결정적 문제가 목격된다.
***3보1배 순례단이 과연 '이익집단'인가**
첫번째, 청와대 브리핑은 3보1배로 다시 이슈화되고 있는 새만금 사태를 '이익집단의 대립'으로 규정하고 있다.
브리핑은 서두에서 "일부 시민단체와 종교계인사들이 참여한 '삼보일배' 행진 일행이 서울 광화문에 도착하고, 전북도 지역주민들도 새만금 사업 지속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일 예정"이라며 "새만금 문제 해결을 위해 그간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해온 정부는 이해당사자간의 대립양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브리핑은 말미에서 "이익집단이 대화와 토론보다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만금 문제마저 이를 되풀이할 수 없지 않은가"라고 말해, 청와대가 새만금 사태를 철도나 화물 파업과 비슷한 사안으로 파악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런데 과연 3보1배 순례단이 '이해당사자'이며 '이익집단'인가.
3보1배 54일째인 지난 20일 순례단이 정부 과천청사 앞에 도착했을 때 일이다. 힘겹게 3보1배를 하던 문규현 신부가 갑자기 바닥에 엎드려 일어서지 못하고 오열을 했다. 문신부의 형 문정현 신부는 오열하는 동생을 바라보며 감히 다가서지 못하고 그저 바라보고 눈물을 쏟으며 이렇게 절규했다.
"제발 이 사람들을 봐요. 이 사람들이 어디 돈이고, 명예 보고 하는 것입니까? 이는 종교인의 사명감에 걸맞는 행위입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무시당하는 세상이 올바른 세상인가를 생각해 보면 도저히 견딜 수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이들 순례단을 '이익집단'이라 말하고 있다. 오히려 새만금 사태를 오늘날과 같은 지경으로 만든 것은, 당초 설정했던 농지조성이라는 새만금 간척사업의 목적이 상실됐음에도 불구하고 따놓은 5조원대 예산을 놓치기 싫어 이를 강행하고 있는 농림부와 농지기반공사의 '부처 이기주의'이나, 이같은 진실은 은폐한 채 엉뚱하게 3보1배 순례단을 이익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교언영색'이다.
<사진1> 오열하는 문규현 신부
***"식량안보 등 첨예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두번째, 청와대는 갯벌보전과 전북개발이 결코 양립할 수 없는 적대적 관계에 있다는 이분법적 인식을 갖고 있는 듯 싶다. 브리핑은 새만금 사업에 대해 "지역개발과 친환경, 식량안보 등 첨예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대표적인 사회갈등"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주장은 궁색하기 짝이 없는 궤변이다. 우선 왜 새만금 간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부내 입장 자체가 혼선투성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분명"농지 조성의 목적을 상실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간척사업 강행을 주장하고 있는 김영진 농림부장관은 "유사시 식량안보" 운운하며 농지 조성을 고집하고 있다.
전북지역 지자체장들의 생각도 각기 다르다. 유종근 전 전북지사는 도민들에게 '농지'가 아닌'복합산업단지'를 약속했었고, 강현욱 현지사도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신구상 기획단을 통해 최적토지이용계획을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말해 농지로 쓸 것인지, 아니면 다른 용도로 쓸 것인지조차 정하지 못한 채, 일단 간척부터 끝내고 보자는 식의 배짱인 것이다. 새만금 사태의 본질과 문제점은 이미 백일하에 극명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정치적 요인'을 고려한 청와대는 애써 이를 외면하며 이를 "첨예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대표적 사회갈등"으로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2>새만금 조감도
***'신구상 기획단' 구성 환영. 그러나**
청와대 브리핑은 새만금 사태의 해법으로'신구상 기획단'을 통한 대화와 타협을 제안했다.
하지만 환경.시민단체는 신구상 기획단을 '시간끌기' '물타기'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신구상 기획단이 진지한 논의기구가 되기 위해선 일단 새만금 사업을 중단해야 하나, 김영진 장관등은 공사강행 입장을 굽히지 않으며 청와대 또한 이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환경.시민단체들은 지난 2001년 새만금 사업이 다시 재개되는 과정에 정부에 대해 심한 배신감을 느낀 바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대화와 타협'이라는 이름으로 기만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선 청와대는 우선 방조제 공사부터 중단한 뒤 갯벌 보존, 복합산업단지 조성, 해양도시 등 모든 대안에 대해 검토해야 마땅하다. 방조제 공사를 계속하면서 갯벌 보존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대화가 질질 시간을 끄는 사이에 방조제 공사가 마무리돼 갯벌이 죽어버리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3보1배 순례단은 오는 31일 노무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광화문에 도착한다. 이제 노무현 대통령이 답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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