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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초월하는 '착취 공화국'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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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초월하는 '착취 공화국' 24시

건설사대표 1억2천 뇌물 뜯기고 끝내 공사중단

공무원과 감리업체로부터 뇌물 압박에 시달리던 건설업체 대표가 끝내 공사를 중단하고 기존에 준 뇌물과 공사중단에 따른 피해액을 되돌려달라고 요구하다가 경찰에 구속돼, 큰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룸살롱-골프장 접대비' 등 부패문화 청산에 반대해온 세력이 기업이 아니라 접대를 받아온 공무원 등이라는 사실이 또한차례 극명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회사가 어떻게 망하는가 보여주겠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3일 전북 익산시에서 시행중인 하수종말처리장 공사와 관련,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익산시청 공무원 임모 계장(48) 감리업체 김모 감리과장(35) 건설업체 기모대표(44) 등 3명을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익산시 공무원 5명, 감리업체 단장 및 직원 2명, 건설업체 영업사장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의 조사에 따르면, 지역 중견 건설업체 대표인 기씨는 지난 2001년 10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익산시 하수종말 처리장 공사를 시행하면서 설계변경 등 각종 편의를 봐달라며 담당부서 공무원과 감리업체 간부 등 9명에게 70여차례에 걸쳐 1억2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강제적으로 건네야 했다.

경찰에 따르면, 기씨는 “명절때 직원들도 많고 해서 4백만원정도를 가져갔으나 ‘이게 무슨 애들 장난이냐, 껌값이냐’라는 말을 듣고 결국 2천만원을 갖다 바쳐야 했다”고 진술하는 등 그동안 룸살롱 등에서의 향응을 비롯해 TV, 의류, 주유상품권, 휴가비 등 현금과 물품을 수시로 강요받았다고 진술했다.

특히 뇌물 요구를 잘 들어주지 않을 때는 공무원들과 감리업체가 “회사가 어떻게 망하는가 보여주겠다”는등 가혹한 협박과 인격적 모독이 가해졌고, 더이상 뇌물을 바치면서 수익을 낼 수 없었던 결국 기씨는 공사중단에 따른 큰 손실을 감수하며 공사를 중단해야 했다.

이후 기씨는 그동안 비밀장부에 일일이 기록해둔 내역을 근거로 “검찰에 알려 사건화하겠다”며 그동안 뇌물로 뜯긴 1억2천만원과 공사중단에 따른 피해액 등 3억5천만원을 요구해 그 가운데 1억원을 돌려받았으나 이 과정에 소문이 퍼져 경찰에 수뢰공무원들과 함께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피해자 기씨는 풀어줘야**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비리-착취구조가 얼마나 지독한 상황인가를 여실히 드러내 주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착취와 협박이 기업의 생존까지도 위협할 정도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정권 차원에서 착취구조에 대한 전면적 수술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내수경기 침체를 근거로 재정경제부와 정치권, 일부 언론들이 반대하고 있는 '룸살롱-골프장 접대비'를 왜 단호히 폐지해야 하는지, 그 이유도 또 한차례 극명히 드러났다 하겠다.

아울러 경찰은 공무원들의 착취로 입은 막대한 손실을 되돌려 받으려 한 기업인 기씨를 양비론적 측면에서 구속하는 대신, 기업을 극한상황으로 몰아간 공무원 등 착취세력을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경찰이 가해자와 함께 피해자를 동시에 처벌할 경우 앞으로도 기씨와 같은 피해자는 계속 양산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경찰과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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