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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그 한국이 아니다"

<신간소개> 이범, "열등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야"

최근 곳곳에서 '에이 힘 없는 한국이 뭐 별수 있겠어' 라는 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굴욕 외교'가 아니냐는 비난을 하는 한편 북핵문제, 경제위기 속에서 이는 피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냉소주의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脫歐入亞' 통한 '새로운 의식혁명'**

청년 시절 학생운동을 통해 국민과 민족을 위한 혁명을 꿈꿨던 475 세대인 이 범 씨는 신간 <한국은 그 韓國이 아니다 (백산서당)>를 통해 콤플렉스를 갖고 쉽게 패배주의로 빠져드는 한국인들에게 '새로운 의식혁명'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새로운 의식혁명은 "서양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저자는"서양문명은 세계문명 중 하나일 뿐 전체는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제 탈아입구(脫亞入歐)에서 탈구입아(脫歐入亞)로 백팔십도 방향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우리의 역사는 근거도 없이 서양의 모습을 따라 원시, 고대, 중세, 근대로 발전해야 했고, 한국사에도 자본주의 맹아가 존재해야 했다. 심지어는 시민운동이 서양과는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으며 의학 체계도 서양 의학만이 과학적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저자는 "우리 문화를 부정하지 말고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저자는 "우리가 야만인이라고 천시하던 일본인들에게 나라를 빼앗겨 식민지 시대를 겪고 동족상잔의 6.25전쟁을 치렀다. 거기에다 농토는 좁고 인구는 많아 먹고 살 것이 없어 미국원조에 기대 겨우 보릿고개를 넘으면서 생존해야 했다. 그로 인해 우리는 알게 모르게 열등감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우리가 바로 '아시아의 자존심'이고 세계문명의 향도자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자신을 학대하는 데 너무 익숙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저자는 제4부 '월드컵세대여 영원하라'를 통해 "2002년 월드컵 축구경기와 길거리 응원전에서 새롭게 등장한 월드컵 세대에 대해 "기성 세대는 못 먹고 못 살고 남에게 뒤떨어져 있는 것에 대해 그렇게도 열등감에 절어 있었는데, 이들에게는 자신감이 넘쳐 있었다"라며 새로운 의식혁명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운동권 사람들에게 돌팔매 맞을 각오로 썼다"**

저자 이범씨는 1985년 도서출판 백산서당을 인수해 지금까지 18년간 운영하고 있는 출판인이다. '책을 만들던 사람'에서 '책을 쓰는 사람'으로 변신한 이범씨는 "그간 내가 펴낸 책들을 읽고 의식화되어 운동권이 되었던 사람들에게 돌팔매를 맞을 각오로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백산서당은 80년대 후반 <철학의 기초이론>, <주체사상 총서>, <공산당선언>, <녹슬은 해방구> 등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주체사상을 소개하는 이른바 '빨간 책'들을 가장 많이 펴낸 출판사 중 하나다. 이범씨는 이 때문에 여러차례 수배를 받고 감옥을 들락거리기도 했다.

저자는 "나 역시 한때 마르크스주의에 심취해 프롤레타리아혁명을 꿈꾸기도 했다. 노동계급을 조직해 총파업을 통해 도시봉기를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 필자가 가졌던 생각이었다"라고 고백한다.

하지만 "국제경제 통계자료를 분석하면서 이쪽 주장은 현실을 전혀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소위 '사상전향'의 과정 역시 털어 놓고 있다. "마르크스-레닌주의는 실은 주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주체사상은 더 심한 주술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됐다. 필자는 이후 새로운 이념과 운동을 모색하려고 했다"는 것이 저자가 직접 밝힌 집필동기다.

배우 차인표 씨는 책 말미에 별도로 수록된 추천글을 통해 저자를 "새벽에 골목길 청소를 하는 사람"으로 비유하며, "작가의 용기에, 그의 열정에, 한국과 한국인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에 공감대가 생길 것이라고 확신한다. 공감대는 곧 우리에게 의무와 권리를 깨우쳐 줄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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