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야구의 중요한 부분으로 떠오른 마무리 투수(Closer). 국내프로야구에서는 최근 마무리 투수들간의 구원왕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조라이더'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2년생 투수 조용준(현대), 기아의 수호신 진필중, 노장진(삼성), 이상훈(LG), 조웅천(SK)등이 구원왕에 도전장을 낸 상태다.
***진필중, 조용준이 구원왕에 가깝다**
1984년 당시 OB에서 마무리투수로 활약하며 구원왕을 차지했던 윤석환 원음방송 해설위원은 본지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구원왕경쟁은 팀 성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진필중, 조용준, 노장진이 구원왕 후보다"라고 언급했다.
윤 위원은 "진필중이 마무리투수로서의 경험이 많기 때문에 경쟁에서는 제일 유리할 것"이며 "조용준 투수는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고 밝혔다.
한편 윤 위원은 "노장진 투수가 공의 위력만 놓고 보면 제일 앞서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이닝 투구가 시즌 후반부에 가면 영향을 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윤 위원은 SK코치 시절 지도한 바 있는 조웅천에 대해 "여름철에 체력적인 요인으로 공의 위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조웅천 투수는 체력이 떨어지면 홈런을 쉽게 허용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윤 위원은 "사실 진필중을 마무리 투수로 만들어낸 분이 윤석환 해설위원이 아니냐" 라는 기자의 질문에 "물론 내가 진필중에게 조언을 많이 했지만 어디까지나 진필중이 마무리 투수로 성공한 건 그의 노력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윤 위원은 "공교롭게 나의 선수시절 등번호인 35번은 진필중에게 돌아갔다. 사실 OB의 35번은 강병규가 갖고 있었는데 강병규가 고교시절부터 쓰던 1번으로 등번호를 바꾸면서 진필중 투수가 35번을 달게됐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당시 "나는 강병규 투수에게 "35번을 계속 달지 않으면 성적이 잘 안나올거다"라는 농담도 했다"고 OB 시절 일화를 소개했다.
***마무리 투수들의 구세주 제롬 홀츠맨**
야구전문가들은 "체계적인 불펜운영시스템이 갖춰지면서 나타난 마무리 투수들은 사실상 세이브 룰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이 인정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선발투수 못지 않게 마무리 투수를 부각시키는 데 큰 공헌을 세운 세이브 룰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1920년대 타점(RBI)이 공식기록이 된 이후 야구계의 새로운 공식기록이 된 세이브 룰은 43년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세이브 룰의 창시자는 '메이저리그 공식 역사가'인 제롬 홀츠맨 기자였다.
1960년대 구원투수의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기록은 승,패와 방어율 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록은 팀의 리드를 지키기 위해 등판하는 구원투수와 마무리 투수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었다. 또한 구원투수들은 보통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등판하는 경우가 많아 점수를 내주어도 자책점은 앞선 투수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때문에 한 게임당 자책점수로 계측되는 방어율은 구원투수들의 정확한 능력을 나타내기에는 미흡했다.
시카고 컵스 불펜의 수호신이었던 좌,우 콤비 빌 헨리, 돈 엘스톤은 좋은 투구를 했지만 그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기록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제롬 홀츠맨은 최초로 세이브 룰을 고안, 당시 컵스의 해설을 맡고 있던 루 브드로에게 건네 줬다. 부드로의 동의를 얻어낸 홀츠맨은 스포팅 뉴스 지의 발행인 J.G 테일러 스핑크에게도 세이브 룰에 대해 언급했고 스핑크는 홀츠맨의 뜻을 살려 매년 내셔날리그와 아메리칸 리그 최우수 구원투수들을 위한 파이어맨 트로피를 제정했다.
당시 홀츠맨이 만든 최초의 세이브 룰은 지금과는 달랐다. 세이브 기록은 투수가 동점 주자,역전 주자가 있거나 타석에 있는 타자가 동점 또는 역전 주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팀의 리드를 지킨 채 경기를 마감해야 얻을 수 있었다. 홀츠맨은 이듬해 세이브 룰 완화해 마무리투수가 2점차 리드 상황에서 최소 1이닝 투구했을 경우에도 세이브를 적용시켰다.
홀츠맨의 발명품 세이브 룰은 1969년 공식기록으로 탄생했다. <베이스볼 다이제스트> 2002년 5월호에서 홀츠맨은 "세이브 라는 규정이 정착된 것은 감독들의 공이 컸다. 감독들은 보통 7,8회 위기를 맞이하면 최고의 구원투수를 투입하던 관례를 깨고 9회를 위해 최고의 구원투수를 아껴두었다. 이런 메이저리그의 조류를 이끈 사람은 딕 하우저와 토니 라루사였다"라고 밝혔다.
***세이브(save)에는 미래를 위해 아낀다는 의미도 있다**
국내프로야구에서 마무리 투수들은 때로는 롱 릴리프처럼 공을 던지며 혹사당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눈 앞에 보이는 승리를 위해 가장 믿고 있는 마무리 투수를 등판시켜야 하는 감독들의 심정을 모르지 않지만 세이브룰의 창시자 홀츠맨이 앞서 언급했던 "9회를 위해 팀내 최고의 구원투수를 아껴두어야 한다"는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이브(save)는 '위험에서 구하다'라는 뜻도 있지만 '미래를 위해 아끼다'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중요한 때를 위해 마무리 투수를 아끼는 것도 일종의 세이브인 셈이다. 국내감독들이 곰곰히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그래야 마무리 투수들도 부상없이 제 컨디션을 시즌 막판까지 유지할 수 있고 구원왕 경쟁도 더욱 흥미를 끌게 될 것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