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55)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지난해 국가정보원의 댓글 의혹 수사 당시 국정원 직원의 주거지 압수수색에 대해 김기용 전 경찰청장이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김 전 청장 측 변호인은 "김 전 청장은 압수수색에 동의했지만 경찰청장의 영장신청 재검토 의견이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대검에서도 부정적 의견을 피력해 수서경찰서장이 압수수색 신청을 보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주장은 지난 19일 국회 청문회에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김 전 청장이 직접 전화를 해 압수수색을 신청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수사에 직접 압력을 넣었다는 혐의를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 전 청장 측은 이날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치열한 법정공방을 예고했다.
변호인은 지난해 12월 수사 당시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넘겨받아 분석한 디지털증거분석팀이 경찰청 인력도 지원받아 짜여진 만큼 서울경찰청장의 지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국정원 직원이 컴퓨터를 임의제출할 때 조건대로 문재인·박근혜 후보에 대한 비방·지지 댓글로 분석범위를 결정한 것"이라며 "팀원들이 논의해 결정했고 이런 분석 범위를 넘어서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청장 측은 서둘러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해 대선에 영향을 미친 혐의에 대해서도 "중간수사 결과 발표는 정치권의 요구였다"며 "경찰도 처음부터 분석결과가 나오면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곧바로 발표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불법 게시글과 댓글 활동을 했는지 규명해달라는 고소사건에 대해 국정원이 제출한 노트북 하드디스크 분석 결과만 발표해 유권자를 속였다"고 반박했다.
경찰이 '문재인·박근혜 후보에 대한 비방·지지 댓글'로 분석범위를 제한해 나머지 불법 댓글이나 찬반글은 발견해놓고도 발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짜깁기 논란'이 불거진 당시 디지털증거분석팀의 CCTV 영상 전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증인신문 이후 CCTV 영상을 법정에서 검증하기로 했다.
다음 공판은 30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두 번째 공판에는 권은희 수사과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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