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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과천청사, "농림부 체육대회 있으니 천막 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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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과천청사, "농림부 체육대회 있으니 천막 칠 수 없다"

과천 정부종합청사 도착한 3보1배 순례단에게 압력 행사

새만금 간척사업을 중단하라며 시작된 '새만금 갯벌 살리기 삼보일배' 순례단이 드디어 과천정부종합청사 앞에 도착했다.

청사 앞 도로에서, 삼보일배를 순례단을 이끄는 인도자가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잠시 쉬었다 가겠습니다"라고 휴식을 알리자 문규현 신부는 그 자리에 쓰러져 오열하기 시작했다.

<사진1> 문규현 신부가 정부 과천청사 앞에 도착하자 갑자기 오열하기 시작했다.

삼보일배 순례단은 순례 시작 54일만인 20일 오후 2시 30분경 정부종합청사에 도착, 청사 앞길에서 삼보일배를 진행하며 새만금 방조제 건설 중단을 거듭 촉구했다. 이날 과천청사 도착 삼보일배에는 54일간 삼보일배를 해 온 4명의 성직자 외에 1백10명이 합류해 삼보일배에 동참했고, 그 뒤를 따르는 순례단은 5백여명에 이르렀다.

***청사관리소, "농림부 체육대회 있으니 천막 칠 수 없다"**

순례단은 이날 삼보일배 후, 과천청사 앞 운동장에 천막을 치고 하룻밤을 묶을 예정으로 오후 2시경 경찰과 합의했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 3시경 "농림부 실국간 체육대회가 오후 6시부터 열리기 때문에 천막을 칠 수 없다"며 천막을 실은 차량을 철수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순례단이 "무슨 놈의 저녁 6시부터 체육대회냐"며 강력항의하며 공문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오후 4시경 순례단과의 면담을 위해 김영진 농림부장관이 과천청사 앞에 도착하자, 문정현 신부 등이 농림부장관에게 항의를 했고, 김장관은 "자신도 모르는 일이었다"라며 황급히 체육대회를 열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사진2>수경스님은 휴식 도중 갑자기 탈진증세를 보여 순례단 참석자들을 긴장하게 했다.

***순례단 체력 거의 소진**

신체의 한계를 넘나드는 삼보일배 순례단의 몸상태는 심각한 것으로 보였다. 순례를 이끌고 있는 수경스님은 탈진증세를 보이고 있고 다른 성직자들도 거동 자체에 심각한 애로를 겪고 있다.

직접 삼보일배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계속 순례단에 함께 하고 있는 문정현 신부는 "성직자 4명이 묵언수행을 하기 때문에 말은 안하나, 땀을 많이 흘려 현기증이 나기도 하고 너무 많이 지쳤다"며 "지금은 몸으로 가는게 아니라 정신력으로 가고 있다. 무슨 일이 생길까봐 바로 옆에 바짝 붙어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문신부는 "성직자들이 삼보일배로 새만금 공사가 중단되지 않으면 단식을 시작하겠다고 해 더 걱정"이라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동생인 문규현 신부에게 건강을 생각하라고 말해도 전혀 듣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진3>이날 과천청사 앞에 도착한 삼보일배 순례단에 김영진 농림부장관, 한명숙 환경부장관이 방문해 '새만금사업 신구상기획단'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환경.농림 장관 면담**

오후 4시 순례단과 면담을 위해 나타난 한명숙 환경부 장관은 '새만금 신구상 기획단'을 6월초까지 구성키로 했다는 이날 국무회의 결과를 전하며 기획단을 통해 환경단체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운동연합 장지영 갯벌보존팀장은 "방조제 공사 중단이 전제되지 않는 기획단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팀장은 "방조제 공사를 계속하면서 기획단을 만든다는 것은 간척에 대한 대안이 아니라 용도변경에 대한 대안밖에 안되기 때문에 공사 중단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순례단 도착 하루전 새만금 사업을 강행하겠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던 김영진 농림부장관은 문정현 신부와 면담을 통해 "자신도 기독교 신자로서 성직자들의 고행이 안타깝다"는 입장을 피력하며 새만금사업을 중단할 수 없는 사정을 이해해줄 것을 호소했다.

***"새만금 사업 계속하라" 시위 행렬도 따라와**

한편 순례단이 과천청사에 가까와지자 '새만금추진위원회' 주민들이 "새만금 사업을 계속 하라"고 외치며 삼보일배 행렬을 따라오기 시작했다.

이들의 시위에 대해 문정현 신부는 "저들의 시위에 대해 성직자들이 말은 하지 않지만 심장을 찌르는 듯한 심정일 것이다"고 말했다. 문 신부는 이어 "사회가 도덕도 윤리도 힘이 없고 얼마나 비참한지 모르겠다. 이 성직자들의 호소가 무시되는 세상을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다"고 한탄했다.

하교하는 학생들과 직장인들은 이들을 관심있게 지켜봤다.

<사진4>정부 과천청사 앞을 지나는 삼보일배 순례단

중학교 3학년에 다니는 신철용군은 삼보일배에 대해 "뉴스에서 몇 번 봤다"며 "새만금 방조제가 뭔지 몰랐는데 오늘 삼보일배 하시는 것을 보니, 자세히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삼보일배를 처음으로 직접 경험한 김동규씨는 "힘들줄은 알았지만 직접 해보니 상상을 초월하는 고행이다. 시작 삼십분만에 무릎이 다 까졌다"며 "이런 고행을 50일이 넘게 했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정부는 이 성직자들의 고행을 절대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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