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이후 미 행정부의 대(對)테러정책을 사실상 좌우하고 있는 신보수주의자의 대표 이론가 윌리엄 크리스톨이 이란과의 “죽음의 투쟁”이 이미 시작됐으며 “비밀 작전을 통한 이란과의 싸움”을 부시 행정부에 촉구하고 나서, 시리아라고 여겨졌던 미국의 다음 타깃이 이란으로 급선회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사진: 이란 반미시위>
독립 통신사인 인터프레스서비스(Inter Press Service)는 크리스톨의 주장 외에도 이란 비밀요원들이 이라크에 파견돼 시아파들을 선동한다는 미 매파들의 주장, 최근 미군이 이라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란의 반체제 무장단체와 맺은 휴전협정, 이란이 국제 테러조직의 가장 적극적인 후원자였다는 매파들의 지속적인 주장 등을 근거로 이란이 미국의 다음 목표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지난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네오콘 지주 크리스톨, “다음 위대한 전쟁은 이란과”**
윌리엄 크리스톨은 시사주간지 위클리 스탠더드 최신호에 쓴 기사에서 “이라크의 해방은 중동의 미래를 위한 첫 번째 위대한 전쟁”이라며 “다음 위대한 전쟁은-군사적 전투가 아니길 바라지만-이란에 대한 전쟁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라크의 미래와 관련, 이미 이란과 죽음의 투쟁중에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톨은 미국 신보수주의의 1세대를 대표하는 어빙 크리스톨의 아들로 최근 뉴욕타임스가 “백악관의 속마을을 알려면 이 잡지를 읽어라”고까지 말한 신보수주의 주간지 위클리 스탠더드의 편집장이다. 미 국방부 매파들과도 정치·사상적 연대를 강하게 맺고 있는 그의 주장에 대해 인터프레스서비스는 대(對)이란 정책에 대한 행정부내 매파와 ‘현실주의자’간 논쟁이 격화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평했다.
크리스톨이 이란과의 ‘투쟁’을 촉구하는 근거는 이란이 이라크 시아파를 부추겨 이라크를 신정주의 국가로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란을 지배하는 신정(神政)주의자들은 이라크를 다원주의적이고 비(非)신정주의국가로 만들려는 (미국의)노력을 막지 않으면 자신들의 권력마저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란 지배층이 ‘모 아니면 도’ 상황에 처해 있어 이라크 시아파를 선동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유태계인 크리스톨은 이어 “이란은 핵비확산전쟁과 대테러전쟁, 중동 재편에서 관건적인 나라다. 이란에 친서방 정부가 들어서면 시리아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쉽게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안정을 위한 기회가 확대될 것이다”며 이란을 공격해야 하는 근본 이유을 드러냈다.
이란에 대한 이같은 시각은 보수적인 미국 언론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시사주간지 뉴 리버블릭(The New Republic)은 이란이 후세인 세력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고 이라크에 준군사부대를 침투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내 다른 언론들도 이란이 이라크 체제를 이란식으로 만들기 위해 비밀요원을 파견하고 있고 '이라크 이슬람혁명 최고평의회(SCIRI)'를 이용해 미국의 노력을 무산시키려 한다고 보도했다.
***미군, 이란 반체제 테러단체와 정전 협정 맺어**
파월 국무장관의 시리아 방문으로 미-시리아간 긴장이 다소 해소된 가운데 이란과의 대결 가능성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미군이 이란 반체제 단체와 최근 맺은 정전협정도 한몫을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4월 29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지난달 15일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이란 반정부 무장단체 ‘인민 무자헤딘(MKO)’과 정전협정을 맺어 상호 적대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다.
MKO는 미국 정부에 의해 테러조직으로 지목된 단체로 미군이 테러조직과 테러조직과 협정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터프레스서비스는 이같은 협정으로 미국이 이란 정부 교란을 위해 무장 반체제 단체를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에 대한 미국 신보수주의자들의 적개심은 뿌리가 깊다. 신보수주의자들은 이란 정부가 레바논의 헤즈볼라 같은 테러단체를 지원, 이스라엘의 장기적인 위협요소가 돼 왔다고 보고 있다. 신보수주의자들이 만든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는 9.11 테러 발발 9일후 시리아와 이란에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을 포기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내야 한다고 미 행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카터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일했고 현재 콜럼비아 대학의 교수인 개리 식은 신보수주의자들이 낙관하는 이란인들의 봉기 가능성을 “난센스”라고 잘라 말하고 테러단체체와 정전협정을 맺은 것은 대테러전쟁의 명분을 약화시킨다고 인터프레스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테러조직 분쇄라는 정책에 일관성을 해치면서까지 이란을 압박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가 그동안 어느 세력보다 강한 영향력을 미쳤던 신보수주의자들의 주장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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