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4.24 재보선을 ‘완승’으로 규정하면서도, 이를 바라보는 개혁파와 보수파의 입장은 미묘하게 엇갈린다.
보수중진들은 이번 재보선 결과를 ‘안정에 대한 열망’으로 해석해 정국 주도권을 도모해 나가는 한편 당내 소장파들과의 갈등을 적절히 진압해 나갈 태세다. 반면 이번 재보선을 ‘변화의 욕구’로 바라보는 소장개혁파 의원들은 당 개혁의 목소리를 다시금 높일 기세다.
***보수파, 개혁파와의 관계개선에 주력**
박희태 대표권한대행은 4.24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두곳에서 이기자 24일 밤“이번 선거는 안정세력이냐, 불안세력이냐 선택하는 선거였다”며 “이번 선거결과는 정권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국민은 안정세력인 한나라당에 뜨거운 지지를 보내줬다”고 말했다. 박 대행은 또 “우리 당은 안정을 바라는 국민의 뜻에 따라 북핵문제, 경제불안, 사회불안, 인사불안 등을 바로잡아 나가는데 힘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처럼 한나라당은 표면적으로는 노무현 정부와 강경한 태세로 맞서며 정국주도권을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무작정 힘의 논리를 밀어붙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해 과거같은 수구 논리로 재단하려 들 경우 당 내부로부터 파열음이 터져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중진들은 당 지도부가 재보선 승리에 도취해 소장파의 당 개혁요구를 힘으로 억누르려 하다가는 여권의 정계개편 움직임에 휘말려 뜻밖의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보고, 개혁파들과의 관계개선에 신중한 행보를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덕룡 의원은 4.24 재보선 결과에 대해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거나 자만해선 안되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우리 당이 새롭게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25일 사실상 당권도전을 선언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국민 입장에서 당의 변화를 인식하는 가장 큰 포인트는 당의 얼굴이 어떻게 바뀌는가 하는 것"이라며 "최선의 개혁, 최고의 개혁은 사람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승리해 영남정당, 지역정당에서 탈피해야 한다"면서 "수구적 색채도 불식해야 하는데 내가 당대표가 되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개혁파, 6월 전대까지는 신중한 행보**
반면에 한나라당 개혁파들은 자당 소속 오경훈 후보와 개혁당 유시민 후보의 당선은 한나라당의 승리가 아니라 '변화의 승리'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강세지역인 양천을에서 총학생회장 출신의 386 세대인 오경훈 후보가 승리한 반면, 고양 갑에서 60대 후반의 이국헌 후보가 패배한 점을 지적하며 당 개혁과 세대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소장파 의원 모임인 미래연대 대표 남경필 의원은 “이번 선거 결과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심판의 의미도 있지만 이보다는 개혁에 대한 바람이 작용한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변화욕구를 수용하지 못할 경우 내년 총선이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미래연대 등은 6월 전당대회가 당 변화와 개혁의 장이 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독자적인 개혁세력의 대표 후보를 내거나 원내총무 및 정책위의장 경선에 소장 개혁후보를 미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관심이 모아진 향후 정계개편 소용돌이에 대해선 적어도 6월 전당대회까지는 한발짝 물러날 조짐이다.
일부 개혁파 의원들은 “여권이 정계개편에 시동을 걸 가능성이 높으나 선뜻 응할 의원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대표경선 과정에서 불법이 판을 치고 수구 목소리만 나올 경우 당이 흔들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여지를 남겼다.
4.24 재보선을 계기로 재편의 회오리에 휘말려 들어가기란 패자인 민주당뿐 아니라 승자인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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