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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통한 '고급 정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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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통한 '고급 정치' 하고 싶다"

<박주현 수석 인터뷰> "시민사회와 상호 비판 관계"

“우리가 정말 해야할 일은 정책 공방이라고 생각한다. 이걸 안 하면서 정치적 기능을 하는 건 정답이 아니다. 동시에 우리가 하는 일도 정치적 의미가 있다. 나는 조금 '고급 정치'를 하고 싶다는 거다. 우리가 정책정당으로 가야 한다고 얘기를 하지 않나. 우리는 정책으로 정치를 하고 싶다는 지향점과 방향성을 분명히 갖고 있다.”

박주현 청와대 국민참여수석보좌관은 23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국민참여수석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단호히 부인했다.

국민참여수석실(국참실)은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국민의 국정참여 통로를 개척해 참여민주주의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로 신설된 기구다.

박 수석은 “처음에 (국민참여수석실 비서관으로) 내정됐던 사람들은 국민참여 분위기의 붐업, 국민들의 네트워크 강화 등을 기획했지만 대선 과정에서의 역할과 집행하는 정부로서의 역할은 좀 달라야 된다”면서 “따라서 그 부분에서 적응 과정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민원과 제안을 받아 제도 개선이 완성될 때까지 매뉴얼을 만들고 이 과정을 시스템화해서 각 행정부처에 심는 일”과 “일선 현장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 현장에 숨어있는 문제점들을 찾아내는 일” 등이 앞으로 6개월 내지 1년간 국참실의 주요 업무라고 소개했다.

오는 5월 국참실 자체 홈페이지를 오픈해 국민 제안과 공무원 제안도 본격적으로 받을 예정이다. 박 수석은 “1년 후에 보고대회를 통해 우리가 만든 매뉴얼과 시스템에 대해 발표한 뒤 이를 실질적으로 구체화시켜 안착시키는 작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수석은 또 “언론에 보도되지 않으면 일을 안 한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면서 격주마다 국참실 주재 하에 민원인과 해당 부처, 전문가들을 불러 간담회를 갖는 ‘토요 민원 간담회’, 인천공항 고속도로 통행료 현실화 문제 등을 지난 두달간 업무 성과로 꼽았다.

***“시민사회와 상호비판하는 관계될 것”**

박 수석은 수석.보좌관 중에서 유인태 정무수석 등과 함께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잘하는 보좌관으로 통한다. 박 수석은 “수석.보좌관 중에 상대적으로 나이가 젊고, 시민사회세력이나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것에 개인적으로 사명감을 갖고 있다”면서 ‘쓴소리’를 하게 되는 배경에 대해 밝혔다.

박 수석은 특히 참여정부와 시민단체와의 관계에 대해 “시민사회단체 등 밖에 있는 개혁세력과 청와대가 일치할 수는 없다. 문제는 너무 멀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신뢰가 깨지는 게 아닌가 체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에 대해선 “예전에는 청와대가 시민사회세력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비판을 받았다면 앞으로는 상호비판, 좋게 말하면 상호 토론하는 관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박 수석은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과거 사회평론가로서 내가 하던 일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끔 아 내가 다른 길에 들어선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내가 사회를 위해 하고자 하는 일을 계속 하고 있는 건데 그 방법으로 '내가 국회의원이 된다면...' 하는 식의 생각을 해 본 적이 아직은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박 수석과의 이날 인터뷰는 정관용 상임편집위원의 진행으로 청와대 춘추관 2층 인터뷰실에서 오전 10시부터 1시간 20분 동안 계속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내가 처음에 내정된 사람들에게 기대수준을 낮추라고 했다”**

프레시안 : 국민참여수석실이 처음에 기획이나 포부는 상당히 거창했는데 실제 활동영역은 좀 위축된 것 같다. 아닌가?

박주현 : 사람마다 다르다. 처음 내가 내정되고 대통령과 업무에 대해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못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국민참여 일은 굉장히 실질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사실상 (국민참여수석실 비서관으로) 내정된 사람들하고 토론을 했었는데 그 분들 한테 기대수준을 낮추라고 얘기했었다. 대선 과정에서 역할과 집행하는 정부로서의 역할은 좀 달라야 된다. 따라서 그 부분에서 적응과정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처음 내정됐던 사람들이 기획했던 것은 무엇인가.

박주현 : 국민참여 분위기의 붐업(boom up), 국민들의 네트워크 강화 등이라고 할 수 있다.

프레시안 : 정치적 기능이라고 보면 되나.

박주현 : 좀 그렇다. 하지만 나는 애초부터 정책 쪽에 관심이 있었다. 정치적 역할은 인터넷 언론들이 상당한 부분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모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언론의 입장에선 정책 공방을 하려면 관객을 동원하는 것이 매우 힘들고 상당한 기구나 뒷받침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한다. 그런 뒷받침이 가능한데가 바로 청와대 아닌가. 청와대는 남들이 할 수 없는 일을 찾아서 하고, 정부로서 해야할 일을 찾아서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노 대통령 당선이 정치적 변화를 상징하는 측면이 있지만 여전히 그 변화가 구조화되거나 정착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그러한 정치적 변화를 내년 총선 전에 만들어 보자는 것이 국민참여실의 정치적 임무가 아니겠냐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이런 분석에 어떤 의미에선 처음 내정됐던 멤버들은 부응하려 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이제 그런 일은 안하는 건가.

박주현 : 하지 말라는 게 아니고 우리가 정말 해야 될 역할을 해야 된다는 거다.

프레시안 : 더 중요한 게 있다?

박주현 : 그렇다. 그걸 안 하면서 정치적 기능을 하는 건 정답이 아니다. 참여기획실과 제도개선 비서관실에선 민원과 제안을 받아 국민 참여 방식의 대안을 만들고 제도개선까지 연결하는 모델을 만들어서 이걸 시스템화하고 매뉴얼을 만들어 행정 각 부처에 심는 일을 한다. 이런 작업과 함께 보완적으로 정책실과 협의해서 중요 정책에 대한 기초조사, 의견을 수렴해 어떤 툴(tool)을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한다.

또 국정모니터링실에선 현장에 나가 말단 공무원부터 지역 시민단체 사람들을 만나 정말 현장에 숨어있는 문제점들을 찾아내고 그게 어떤 식으로 처리되고 왜 처리가 안 되는지 이런 것들을 찾아내는 일을 주로 한다. 민정수석실의 민정 기능도 있지만 우리는 옴부즈만 방식의 제도개선을 찾아내는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6개월 내지 1년동안 이런 일들을 중심으로 할 것이다.

프레시안 : 국민참여수석실은 참여기획, 국정모니터, 제도개선 1,2로 개편된 걸로 알고 있다.

박주현 : 그렇게 될 거다. 민원 기능도 있다. 청와대에 민원 기능은 없어질 수 없다. 예전에는 청와대가 무책임하게 부처로 내려 보냈다면 우리는 진짜 제대로 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어서 각 부처로 내려 보내겠다는 큰 꿈을 꾸고 있다. 각 부처에 시스템화해서 부처 내에서 민원이 해결될 수 있게 하겠다. 하지만 관련 부처가 여러 개 얽힌다거나 중요한 대통령 관심사안, 사회적으로 긴급한 사안 등은 결국 청와대에서 좀 관여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프레시안 : 앞으로 6개월 내지 1년이라고 말했는데, 보고대회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박주현 : 1년 후에 보고대회를 하자고 했다.

프레시안 : 그 기간 동안 민원과 제안을 받아 제도개선이 완성될 때까지의 매뉴얼을 만들어서 각 부처에 심는 작업까지 하는 건가.

박주현 : 각 부처에 심는 작업까지는 아니고 매뉴얼을 만드는 것 까지가 1년이고 그 안에 시스템에 대한 연구도 같이 한다. 1년 후에 우리가 생각하는 시스템은 이렇다고 매뉴얼을 발표하고, 그때부터 로드쇼를 하자는 거다. 각 부처에서 교육도 하고, 실질적으로 구체화시켜서 안착시키는 작업을 한동안 하게 될 것 같다.

프레시안 : 구체화시켜서 안착시키는 건 얼마나 걸릴 것 같나.

박주현 : 그건 잘 모르겠다. 우리가 진행하는 과정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데 좀 단축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지금부터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원 쪽에는 각 부처 감사관실이 오고, 제도개선 쪽에는 행정관리 담당관이 주로 온다. 규제개혁위원회와도 긴밀한 접촉을 하고 있고, 고충처리위원회하고는 지금 거의 팀처럼 움직인다. 시스템에 직접 개입해서 상황을 파악하고 우리의 비전에 대해 공유하는 작업이 같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게 단축된다면 우리로서는 막 밀려 들어오는 사건을 해결하는 부분에서 벗어나 좀더 기획적이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할 여지가 생길 것 같아 사람들을 독려하고 있다.

프레시안 : 국민의 눈높이에서 느껴지는 문제점들의 정책적 개선 대안들을 만들어서 실행에 옮긴다는 건데, 하나하나 생활상의 불편은 사실 이해관계의 충돌이 밑바탕에 깔린 것이다. 이걸 하나의 매뉴얼로 해결이 가능한가.

박주현 : 맞다. 그러나 그런 갈등 관계는 한 단계 위에 있는 사람이 조절해야 한다는 하나의 아이템을 얻었다. 민원인과 관련 부처가 그냥 만나서는 문제해결이 안된다. 한 차원 위에 있는 사람들이 양쪽을 불러 중재역할을 하고, 전문가도 참여시키고, 이런 4자 간담회가 됐을 때 생산적인 문제의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또 해결책에 대한 검증과정도 필요한데 중재하는 사람과 전문가가 참여해야만 기본적인 검증이 가능하다. 또 좀더 적극적으로 온라인에 토론을 붙이면 제3자적인 검증도 받을 수 있다.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건 청와대 몫이다”**

프레시안 : 과거엔 청와대가 각 부처에게 각 부처의 제도개선 과제들을 예컨대 1백개씩 추려서 올리라고 지시했다. 또 그 과정에 일반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개선과제를 만들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만큼 제도개선 과제는 폭넓고 다양하다. 각 부처에서 더 잘 알 수도 있다. 청와대에서 굳이 이것을 해야 하나.

박주현 : 새로운 모델을 만들기 위해 그런 것이다. 궁극적으론 우리가 안 하겠다는 게 목표다. 각 부처에서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것은 할 수 없다.

프레시안 : 왜 부처에서 할 수 없나.

박주현 : 청와대는 당에서도 오고, 외부에서도 온다. 관료도 온다. 다양한 구성을 가지고 새로운 방식을 실험하기엔 아주 좋은 구조다. 또 청와대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것을 추진하는 주체라는 성격을 갖고 있다. 새로운 모델을 만들려면 동원능력이 있어야 한다.

프레시안 : 부처에서 그런 새로운 모델을 만든다는 것을 못 믿는 것 아닌가.

박주현 : 못 만든다는 게 아니라 만들기에 상대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거다. 발전단계라고 생각하는데 김영삼 정부의 행정쇄신위원회도 큰 성과가 있었고, 이것이 김대중 정부의 규제개혁위원회로 이어져 발전하고 있다. 우리는 거기서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하자는 거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조직을 개편하는 거다. 통폐합하고 새로운 방식을 가미해서 시스템을 만드는 거고, 그걸 확실하게 하겠다는 거다.

그래서 사실은 대통령께 건의도 드린 적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민원과 제도개선을 합하고 국민이 참여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서 부처에서 담당하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라는 건의였다. 하지만 각 부처에서 책임지고 그 일을 하게 한다는 것도 의미가 있는데 너무 거친 실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정부 조직개편이라는 게 오늘하고 내일하고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실험대상이 될 수는 없다는 생각 때문에 가능하면 실수가 없도록 하는 모델을 만들어서 시행착오를 줄이자는 것이다. 나도 그런 생각을 가졌고 대통령께서는 확고하게 그런 생각을 갖고 계셨다.

프레시안 : 민간기업도 종사자들이 직접 참여해서 새로운 제도를 제안하는 게 일종의 사회적 풍토다. 각 부처에도 그런 일들이 조금씩 진행이 되어가고 있고, 지자체로 내려가면 더욱 그런 양상이 있다. 부처마다 업무의 성격적 특징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이건 행정 일선과 밀착된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할 과제인 것 같다. 청와대라는 높은 곳에서 국민참여수석실이 만들어져서 어떤 의미에선 상당 기간 공허한 낭비만 하지 않을까 이런 우려도 있다.

박주현 : 그래서 저희는 아주 철저하게 행정 각 부처와 협의하는 구조다. 매일매일 만난다. 감사관도 만나고 관련 실국장도 만나고 민원 창구에 있는 공무원들도 만난다. 우리는 추진주체라는 생각을 갖는다. 우리가 일을 다 꾸려 간다고는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다. 저희가 5월에 국민참여수석실 홈페이지인 국민참여마당을 열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공무원 제안, 국민 제안 부분이다.

***“정책 통한 정치가 우리의 방향과 지향점”**

프레시안 : 정책적 기능을 우선한다고 했는데. 정치적 기능을 할 틈이 없겠다.

박주현 : 이것 자체도 정치적 기능 아닌가. 정치적 기능을 조금 포맷을 달리한 것이라고 볼수 있다. 좀더 정치적 의미에서의 국민 의견 수렴은 제가 개인적으로 거기에 사명감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제가 국민참여수석실의 수석이지만 동시에 수석 보좌관 회의에 한 구성원으로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여기 들어올 때는 별로 생각지 않았던 상당히 중요한 역할인 것 같다.

프레시안 : 정치적 쟁점 내지 현안들에 의견을 반영하겠다?

박주현 : 그걸 우리가 마당을 따로 깔지는 않겠다. 이미 마련된 마당이 있기 때문에 그 마당에 가서 보고 전달하겠다는 거다.

프레시안 :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기능의 보좌 기능은 모든 비서실 직원들의 고유 기능이기 때문에 판단기능에 보좌할 수 있도록 여론을 수렴하고 가치관을 정립하는 건 기본적인 기능이다.

박주현 : 내 대표성이 조금은 색 다르다고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일단 나이가 상대적으로 젊고 시민사회세력이라든가, 여성이라든가 이런 부분을 대변할 사람은 없다.

프레시안 : 이것은 정치적 의미의 국민 참여라기보다는 쟁점현안에 대한 의견 수렴에서 그것을 국정에 반영하도록 하는 비서관의 역할이다. 처음에 우리가 얘기했던 정치적으로 붐업시키고, 더 노골적 표현으로 한다면 총선에서 지난 대선에서 이뤄놓았던 정치적 변화를 더 적극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 조직이 될 수도 있고 그런 걸 만들고 가속화 시켜야 되는 것 아닌가.

박주현 : 그걸 했으면 반발이 굉장했을 거다. 청와대가 무슨 정치조직, 선거조직이냐. 국참수석실이 만들어졌을 때 그런 우려를 듣고 들어왔다. 청와대가 그런 정치적인 기능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네트워크를 하더라도 정보를 제공하고, 그분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식을 생각하고 있다. 처음부터 정치적 공방을 여기서 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프레시안 : 총선에 대비한 부분은 청와대가 직접 해서는 안될 일이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노사모 활동 등은 자연발생적인 것이 아닌가. 그런 자연발생적 정치개혁 움직임들이 계속 지속될 수 없다. 지속될 수 있는 모멘텀을 주고 분위기를 유지시켜 나가는 일은 누가 하나.

박주현 : 정당이나, 정당이라 하지 않더라도 정치성을 갖고 있는 조직들에서 해야 될 일이다.

프레시안 : 정책을 통한 국민참여를 아젠다로 잡지만 결국은 그게 구체성을 띤 하나하나의 과제로 등장하게 되면 이중에서 무엇을 먼저 하느냐에 따른 정치적 효과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박주현 : 그렇다. 아까 우리가 하는 일이 정치적 의미가 있다고 분명히 말씀 드렸다. 나는 조금 '고급 정치'를 하고 싶다는 거다. 우리가 정책정당으로 가야한다고 얘기를 한다. 우리는 정책으로 정치를 하고 싶다는 지향점과 방향성을 갖고 있다.

***“언론에 안 나면 일 안하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화제를 돌려서 지금 새정부 출범 후 두 달이 지났다. 두 달이 결코 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청와대 전반이 그렇지만 특히 국참실의 경우 그동안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의 계획과 구상으로만 두 달이 넘어간 것 같다.

박주현 : 전혀 아니다. 우리는 사업 부처다.

프레시안 : 두 달 사이에 구체적으로 추진돼 왔던 아이템을 소개해 준다면.

박주현 : 지금 민원실에서 ‘토요 민원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제가 앞에서 얘기한 4자 간담회를 말한다. 민원이 있으면 관련부처 세 개가 됐든, 네 개가 됐든 다 오라고 하고, 민원인 대표 부르고, 관련 전문가 부르고, 우리가 참석해서 간담회를 한다. 거기서 서로 듣고 해결되는 부분이 있고, 서로 부처 간 대화가 안되던 주제인데 거기서 대화가 되는 것도 있다. 그게 지금 정착돼 가고 있다는 것만 해도 엄청난 성과다.

프레시안 : 매주 하고 있나.

박주현 : 격주마다 한번 할 때마다 몰아서 4,5건씩 하고 있다.

프레시안 : 청와대에 들어온 민원 가운데 선정해서 하고 있나.

박주현 : 그렇다. 제도 개선 부분은 홈페이지 개통이 안돼 국민 제안 받는 걸 못하고 있어 아직 우리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인수위에 들어온 2만건의 제안을 홈페이지가 개통될 때까지 과도기에 다시 한번 검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 통행료가 비싸다는 민원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SOC 사업 자체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그 문제를 제도개선 과제로 잡아 관련 장관들로부터 앞으로 민자 사업을 할 때 수익률에 대해 확실히 재고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고속도로 통행료 부분에 대해서도 지역주민들에게 국가 재정 지원을 통해 할인하겠다는 답변을 얻었다. 민원 중에 교통 관련 문제도 11개의 카테고리로 묶었는데 그 중 4개는 건교부와 협의를 통해 바로 해결이 됐고, 2개는 토론에 부쳐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사람들이 신문에 안 나면 일을 안 한다고 생각하는 거다. 국참실에서 하는 일은 언론에서 흥미를 가질만한 사안이 아니니까.

프레시안 : 이런 일을 할때 각 부처들의 반응들이 어떤가. 귀찮은 시어머니 만났다는 반응인가. 아니면 적극적인가.

박주현 : 일단 원래 청와대 비서관은 시어머니 아니었나. 각 공무원들 만나면 가능하면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되도록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실제 국참실 내부에서도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굉장한 노력을 하고 있다. 청와대 내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자부를 하고 있는데...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박주현 : 조직 내의 모든 사람이 모여서 회의를 한다. 또 비서관 회의나 행정관 회의가 수시로 열린다. 행정관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기도 한다. 위계질서가 아니라 실질적인 의사소통이 될 수 있는 걸 많이 하고 있고, 부처와의 관계에서도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이건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다. 우리 조직은 작은 조직이고 모인 사람들의 문화가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게 상당히 상당히 (강조)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부처와의 협의과정에서 새로운 틀을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렵겠나. 부처에서도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우리 쪽에서도 예전 방식에 대한 향수가 있어서 서로 그런 협의구조로 가는데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하려고 한다.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에 목숨 건다.

***“청와대에 과격한 사람 한 사람도 없어”**

프레시안 : 박 수석은 대통령이 얘기한 부분에 대해 가장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대통령이 그러는게 과연 옳은가 문제제기를 하기도 한다. 토론과 시스템 구축만 있을 뿐 소위 대통령의 고독한 결단이 너무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박주현 : 아무리 회의를 해도 대통령은 결국 고독한 결단을 하게 된다. 매순간 중요한 결정을 하는 거다. 우리가 문화적으로 깨야 될 부분도 있고, 지켜야 될 부분도 있는데, 정말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 존중해 주면서도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게 선진사회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직 누구도 거기에 익숙하지 않다. 위계질서가 깨지면 막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당장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비싸다. 어쨌든 이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면 한번은 비용을 치르고 가능하면 빨리 건너갈 생각을 해야 한다.

또 내가 보기엔 청와대 안에 들어온 사람들 중에 과격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부작용에 대해 예상하고 보완책도 마련하고 이렇게 할 정도로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성향을 가진, 개혁 지향적이지만 안정적이라는 검증이 된 사람이 온거다. 어디로 갈지 모르는 분은 한분도 안 계신다. 어떤 면에서는 그런 부분이 좀 부족한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든다.

프레시안 : 그게 바깥에서 보는 시각과의 차이점이다.

박주현 : 사람에도 편차가 있고 하는 일에도 편차가 있기 때문에 양쪽 시각 다 틀린 건 아니다.

***"대통령, 기대수준 높고 그 기대수준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프레시안 : 비서실 직제 개편 얘기가 지금 논의 중인가.

박주현 : 지금 논의중인 게 아니라 상시적으로 논의 중이다. 국정프로세스개선비서관실(PPR)이란 기구가 상시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기구에 대한 점검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 얼마 전에 언론에 구체적인 안이 하나 보도됐는데 사실 무근인가.

박주현 : 국참실에 관한한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계속 자체적으로 기구 개편을 계속하고 있다.

프레시안 : 그 자료가 왜 새 나갔나 색출작업을 하고 있다던데 잘 찾았나.

박주현 : 그건 꼭 그 자료뿐만 아니라 우리가 내부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게 그것도 내용이 좀 다르게 밖으로 자꾸 유출되는 부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프레시안 : 비서실의 대표는 누구인가.

박주현 : 비서실장 아닌가.

프레시안 : 그런데 일각에선 대통령이 비서실장인 것 같다. 너무 직접 모든 것을 하는 게 아니냐. 이런 지적도 있다.

박주현 : 비서실의 대표는 비서실장이지만, 비서실의 주인은 대통령 아닌가. 주인의 성향에 따라서 그냥 다 맡기는 그런 스타일이 있을 수 있고 직접 챙기는 그런 스타일이 있을 수 있다.

프레시안 : 그런 스타일의 차이도 있지만 또 하나는 대통령이 가용할 수 있는 기구가 비서실 말고도 많이 있다는 쪽이 있고, 그렇지 않은 쪽이 있는 것 같다.

박주현 : 비서실 말고 또 뭐가 있나.

프레시안 : 대통령을 직접 보좌하는 것은 비서실이지만 대통령이 가용할 수 있는 기구는 우선 행정부처가 있고, 또 국정원 같은 기구도 있다. 과거 대통령들은 그런 식으로 비서실은 자기가 가용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로 여겼는데 새 정부 들어 대통령은 다른 많은 자원들 가운데 왜 비서실만 활용하냐는 지적이다.

박주현 : 그건 아니다. 청와대에서 복지노동수석이나 교육문화수석 등 각 부처 관련 수석을 없앤 게 예전에 장관들이 대통령을 직접 만나지 못하고 수석이 중간에서 어떤 부분의 내용을 변경하기도 하는 등 폐단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지금은 장관이 직접 대통령을 만난다. 행정 부처 라인을 새롭게 적극적으로 튼 거다.

국정원 부분은 이제 국정원장이 인준 받는 과정인데, 새로운 국정원장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결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평가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

대통령 스타일에 대해 믿는 사람에게 전적으로 다 맡긴다는 평가와 하나하나 다 챙긴다는 두가지 평가가 다 있다. 내가 보기엔 둘 다 맞다. 대통령은 좀 기대수준이 높고 그 기대수준에 대해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또 기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굉장히 독려를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그게 받아들여지면 그 다음엔 완전히 맡긴다. 그 과정을 적극적으로 챙겨보는 스타일이다. 너랑 나랑 하다 보면 그게 맞춰지겠지 하면서 방치하는 이런 스타일이 아니다.

***“시민사회와 상호비판 관계될 것”**

프레시안 :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시민사회의 의견을 대변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는데, 어제 대통령의 몇 가지 발언을 보면 그런 문제가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시국사범으로만 한정된 특별사면을 했고, 전교조의 반미 교육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철도노조와 협의에서 공사화 부분이 빠진 것에 대해 쐐기를 박는 발언도 했다. 대통령 본인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혁세력과의 갈등이 제일 힘들다고 말했는데, 어제 나온 조치들을 보면 그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려고 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박주현 : 그 부분에 대해 대통령과 대화를 한 적 있다. 우선 내 생각을 말하자면 시민사회단체 등 밖에 있는 개혁세력과 청와대, 정부가 일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고려해야 될 점이 많이 있다. 따라서 시민사회가 얘기하는 것보다 항상 뒤쳐져서 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너무 멀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체크해 봐야 되는 것이고, 또 이게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신뢰가 깨지는 게 아닌지 체크해 봐야 한다.

좀 엉뚱한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스타일 얘기를 하고 싶다. 전라도 출신이고 여성인 나는 좀더 부드러운 스타일이다. 디테일한 관계를 소중히 하고 챙기고, 그때그때 신뢰를 중요시하고 스킨쉽을 중요시한다. 반면에 경상도 출신인 남자의 스타일은 좀 다를 수 있다. 표현방식도 다르고, 갈등관계를 당연시하기도 하고, 그걸 활용하려고 하기도 한다. 그런 스타일의 차이가 있다고 본다.

분명한 건 예전에는 청와대가 시민사회세력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비판을 받았다면 앞으로는 상호비판 한다고 할까, 좋게 말하면 상호 토론하는 관계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건 어떤 면에선 발전된 방향일 수 있다. 다만 디테일에 상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 사회 문화라는 게 그렇지 않나. "너 어디다 대고 반말이야" 이거 하나 때문에 신뢰가 깨져 버리는.

프레시안 : 청와대가 보수세력하고도 그렇게 해야 되는 것 아닌가.

박주현 : 보수 세력하고는 하고 있지 않나.

프레시안 : 보수세력과 기본적인 신뢰라는 게 있나. 너무 정치학 교과서적인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청와대라는 구조 자체가 모든 국민들과 그런 주거니 받거니가 돼야지, 시민사회 세력은 대선 당선의 힘이니까 열심히 노력하고 보수 세력은 방치한 것 아니냐. 그렇게 볼 수도 있다.

박주현 : 방치된 게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새로운 대화를 하기 위한 긴장관계에 있는 것 아닌가. 예를 들어 언론에 대해서 언론도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언론의 취재 관행에 대해서 과감하게 도전을 하고 대신 우리는 정보공개 하는 것, 이건 새로운 관계설정 아닌가.

프레시안 : 박 수석은 시민사회와의 관계에 대해 신뢰가 깨져서는 안된다고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 같은데, 보수세력에 대해서도 그런 신경을 쓰는지. 또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보수세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보좌관은 있나.

박주현 : 관료출신들도 많이 있고, 국방보좌관도 계시고, 정치 쪽에서 오신 분들도 기본적으로 보수세력 쪽에서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 그런 걱정은 별로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사회에서 보수세력이 의사소통 통로를 갖지 못할 것이란 우려는 너무 성급한 우려다.

프레시안 : 시민사회와의 관계에 대해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다고 했는데 대통령의 입장은 어떤 건가.

박주현 : 앞으로 이렇게(시민사회와 상호 비판 내지 토론하는 관계) 될 것 같다고 애기한 부분이다. 청와대에 들어와서 우리 사회의 개혁세력의 힘이 아직 그렇게 탄탄하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다. 체질을 바꾸는 게 너무 필요하고, 그건 멀고 험한 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개혁세력이 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아주 감정적으로, 신뢰관계를 파괴하는 건 자멸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개인적인 질문인데, 내년 총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나.

박주현 : 그 문제는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사회평론가로서 내가 하던 일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끔 아 내가 다른 길에 들어선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프레시안 : 내년 총선 즈음해서 결정하겠다는 뜻인가.

박주현 : 그런 건 아니고 정말 그 부분에 대해선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다. 내가 사회를 위해 하고자 하는 일을 계속 하고 있는 건데 그 방법으로 '내가 국회의원이 된다면...' 하는 식의 생각을 해 본 적이 아직은 한번도 없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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