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한 찰스 카트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이 ‘다자협의 2주내 시작’을 전망한 가운데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기존의 4자회담 당사국들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협의를 월내 개최한다는 데에 이미 합의했다고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외교소식통의 말을 빌어 카트먼 사무총장이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남-북한 및 중국 고위관리와 회담을 갖고 이같은 일정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사진: 99년 마지막 4자 회담>
***“러시아와 일본 포함 여부 우선 논의”**
베이징 회담에 참가한 4개국 관리들은‘적어도 4개국이 참가하는 다국간 협의를 진행한다’는 원칙에 합의했고 다자간 대화의 형식과 KEDO의 경수로 사업을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에 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말하는‘다자간 대화의 형식’이란 일본과 러시아를 다자협의의 틀에 넣을 것인지의 여부다. 요미우리 신문은 한-미-일 3개국이 일본과 러시아를 포함시키는 것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4개국이 참가할 회의에서 이에 대한 의견조율을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한중인 카트먼 사무총장은 15일 “북핵문제와 관련한 다자협의가 2주내에 시작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이같은 언급은 10일 열렸던 베이징 회담의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다자협의의 장소는 베이징이나 뉴욕이 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망했는데, 북한의 참가를 수월하게 하기위해 베이징이 더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4개국 회담 뒤 다자회담 급물살 타나**
이같이 다자협의가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는 것은 미국측의 반응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워싱턴 외신기자클럽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곧 미국과 북한간 회담이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지난 주말 (북한 당국의) 성명을 보면 알겠지만 북한과의 대화 전망에서 전반적인 향상이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화장소는 대화시작 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북한이 시사했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외교 경로를 통해 그 성명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립 리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에 앞서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의 성명을 관심을 갖고 읽었으며, 적절한 외교경로를 통해 적절한 처리를 하고 있다”며 “며칠동안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봐야 한다”고 말해 이른 시일 내에 어떤 결정이 이뤄질 수 있음을 내비쳤다.
하워드 베이커 주일 미국대사도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다자협의 문제가 수일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고 일본 언론들이 15일 보도했다.
이같은 움직임과 함께 회담 당사국으로 거론되는 나라들간의 사전 조율 움직임도 시작됐다.
일본 정부는 남북한과 미, 일, 중, 러 등 6개국이 참여하는 국장급 협의를 이달 중 베이징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할 방침이라고 산케이(産經) 신문이 15일 보도했다. 한미일 3국도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을 이달중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라고 마이니치(每日) 신문이 보도했다.
15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 출석한 윤영관 외교통상부장관은“북한이 다자회담을 받아들일 경우 북한의 관심사에 대해 미국과 충분히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다자회담에 유연한 태도를 보이자 회담의 개최 전망은 밝아 보인다.
그러나 ‘충분한 논의’에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오래일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카트먼 대사는 다자간협상이 시작되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으나 그럴수록 더 깊은 얘기를 나눠 서로에게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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