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 과도정부 수립전까지 이라크내 석유산업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는 소식이 미 행정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석유 외 대부분의 국가 기간산업도 군정기간내에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 유전>
이처럼 미국 중심의 민영화가 시작되면 상수도, 철도, 도로, 통신, 의료 등 이라크의 중추 산업이 미국계 다국적기업에 넘어갈 공산이 농후한데, 석유와 휴대전화 부문에서 이미 그같은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미국의 진보적 시사주간지 네이션(The Nation)이 최신호(4월 28일자)에서 보도했다.
이라크의 민영화는 워싱턴의 신자유주의자들에 의해 계획, 실행되면서 중동지역 전체를 미국의 시장으로 만들어 이 지역이 또다른 경제적 식민지역이 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항만건설은 이미 낙찰, 망명 이라크인 내세워 민영화 작전 추진**
이라크 기간산업의 민영화는 사실상 시작됐다.
4백80만달러가 소요되는 이라크 남부 항구도시 움 카스르의 항만 건설 사업은 이미 아메리카하역서비스(SSA)에게 낙찰됐고, 공항 건설 업체 선정은 현재 진행중이다. 미 국제개발처(USAID)는 도로와 교량 등의 복구 사업자 선정 입찰에 미국계 다국적기업을 초대해놨다.
복구 사업 계약자 선정은 그 명목이 '복구'이기 때문에 낙찰후 계약은 1년이다. 그러나 미 국제개발처는 여러 가지 옵션을 달아 계약을 4년까지 연장할 수 있게 해 복구를 가장한 민영화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 사업자 선정 분야가 상수도, 운송, 도로, 학교, 통신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민영화가 거의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일례로 무선전화의 경우, 전후 이라크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통신체계를 채택하도록 국방부에 요구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의회에 제출돼 있다. CDMA는 미 퀄컴사가 개발해 유럽을 제외한 미국과 한국 등지에서만 채용된 방식인데 이 방식이 이라크에서 채택될 경우 유럽 출신 통신사들과의 경쟁 소지를 없앨 수 있다. 이 법안을 제출한 캘리포니아주 출신의 미 하원의원 대럴 이사는 퀄컴에서 정치자금을 받는 정치인이다.
석유산업의 경우 미 행정부는 국제적 비난을 우려, 이라크 석유를 엑손이나 쉘 같은 기업에 팔아야 한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과거 이라크 석유장관을 지냈던 망명 인사 파드힐 찰라비를 내세워 자신들을 대변케 하고 있다. 찰라비는 "이라크에는 (복구와 부흥을 위해)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유일한 길은 산업을 부분적으로 민영화하는 것이다"고 주장하며 민영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라크 반체제 망명인사 그룹은 그동안 미국이 주도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 어떻게 민영화를 추진할 것인가에 대해 미 국무부에 지속적으로 조언해 옹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미 국무부는 과도정부의 주요 요직에 이들 망명인사들을 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복구-민영화-시장개척-자유무역지대화' 시나리오인가**
민영화가 추진되면서 다국적기업들은 복구사업을 넘어 이라크라는 미개척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적극적인 시장 개척은 그간 난항을 겪어왔던 부시 행정부의 공격적 자유무역을 가능케 할 지리적 공간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네이션은 이라크 사례가 성공한다면 전쟁을 통한 자유무역 확대("Bomb before you buy")라는 새로운 독트린이 실현되는 것이라고 평했다.
미국의 투자가들은 이라크의 민영화와 시장 개척이 성공하면 이란이나 사우디, 쿠웨이트 등 중동 주변국들의 민영화도 이끌어 낼 수 있고 결국 이 지역을 자유무역지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네이션은 전했다.
이렇게 볼 때 미국이 만든 시나리오가 '복구 사업 독점-과도정부 인선주도-기간산업 민영화-중동 시장 개척-자유무역지대화'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하다.
유엔은 인도적 지원만 해야하고 독·프·러는 이라크 채권을 포기하라고 종용하며 전후 복구를 독점하려는 미국의 야심의 끝이 어디인지 국제사회는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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