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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혼합물이 '대량살상무기'로 둔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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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혼합물이 '대량살상무기'로 둔갑

IHT지, 미국 매파의 '전쟁명분 찾기' 소동 신랄히 비판

미국이 국제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라크 침공을 단행한 명분은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제거였다. 그러나 전쟁이 상당기간 진행된 지금까지도 미국은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7일(현지시간) 바그다드 남쪽 97km 떨어진 힌디야 인근 군사시설에서 “화학무기로 의심할만한 물질을 발견, 일부 샘플에서 사린과 겨자, 독가스를 포함한 G급 신경가스 반응이 나왔다”며 이를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정밀조사한 101 공수여단의 애덤 마스트리아니 대위는 “다각적인 조사 결과 이 물질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사린 가스가 아니라 농약 혼합물”이라고 한발짝 물러섰다. 전쟁의 또 다른 전선이 대량살상무기의 발견 여부로 그어지면서 생화학 물질이 조속히 발견되기를 바라는 미국의 다급한 속내가 드러난 대목이다.

이와 관련, 미국의 인터네셔널 해럴드 트리뷴(IHT)는 7일 ‘이라크 대량살상무기의 미스테리(The Mystery of Saddam's Banned Arms)’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의 바람대로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된다 하더라도 미국의 전쟁정당성이 뒷받침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냉소적으로 보도했다. 다음은 기사의 주요내용.

***이라크 대량살상무기의 미스테리**

이라크에서 생화학무기가 발견되지 않는 데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부시행정부는 이라크가 생화학무기를 소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에 절대절명의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CIA는 지난해 10월 이라크에서 생화학무기 생산이 진행 중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이 같은 미국의 ‘확인되지 않은 위협론’이 유엔의 이라크 사찰을 방해하고 후세인 정권에 대한 군사행동을 정당화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량살상무기는 미ㆍ영군에게 사용되지 않고 있다. 부시행정부에게 불행한 일이지만 어떤 형태의 대량살상무기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세 가지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첫번째, 미국은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곳의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한다. 두번째, 대량살상무기는 후세인에 충성도가 높은 군대가 통제하는 지역에만 있다. 세번째, 후세인 정권의 주장대로 이라크에는 대량살상무기가 없다.

만일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된다면 전쟁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전쟁의 정당성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대량살상무기가 미국 정보기관의 정보에 근거한 것이라면 이는 또 다른 의혹을 유발시킨다. 만일 미국이 대량살상무기의 위치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 왜 UN 사찰단에 이를 알려주지 않았을까? 사찰단이 대량살상무기를 발견했더라면 전쟁이 왜 필요했을까?

향후 우연히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된다 하더라도, 이라크 사찰단이 요구한 시간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남는다. 게다가 발견된 대량살상무기가 강력한 종류(예컨대 VX 신경가스나 탄저균 등)가 아니거나 소량에 불과하다면, 이것이 미국에 절대절명의 위협이 된다는 주장에 의문이 제기된다. 따라서 대량살상무기를 발견한다는 것 자체가 전쟁의 불가피성을 뒷받침하거나, 그 무기들을 발견해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이 전쟁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에게 더욱 곤혹스러운 것은 생화학무기 발견이 미국의 치밀한 계획 하에 진행됐을 수도 있다는 의혹어린 시각이 커진다는 것이다. 특히 중동과 유럽에서 반미감정과 함께 미국에 대한 의혹이 증가할 것이다.

그러한 시각을 차단하기 위해 부시행정부는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면 그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제공하기 위해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UN 사찰단의 재투입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UN에 반감이 강한 미 행정부의 강경파들 때문에 그런 일은 발생할 개연성이 크지 않다.

마지막으로 부시행정부에게 가장 불행한 일은 이라크에서 아무런 대량살상무기도 발견되지 않는 경우다. 전쟁 직전 부시 대통령을 포함한 미 행정부의 주요 관계자들은 완전히 허위로 드러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계획을 주장했다. 이는 미국에 대한 신뢰도와 직결됐으며, 이라크 침공의 동기에 대한 국제적 의혹과도 연관됐다.

만일 미국이 이라크에서 생화학무기 발견에 실패한다면 수많은 국가와 단체들이 미국을 비난할 것이다. 또한 미국은 후세인 정권을 제거하기 위해서, 혹은 다른 정치적, 지역적 목적에서 대량살상무기를 핑계로 삼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진다. 이쯤 되면 이라크가 마지막 순간에 대량살상무기를 파괴했다거나 국외로 빼돌렸다고 미국이 주장한다 해도 회의적인 시각이 증가할 것이다.

또한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를 명목으로 미국이 북한과 이란에 가하고 있는 압력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의 반응은 한층 냉담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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