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날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앞두고 제 동기(사시 23회)들을 만난 건 그야말로 의견을 듣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별 생각없이 동기니까 편하게 생각을 듣고 싶었거든요. 근데 그렇게 다 알려질지 몰랐습니다. 어떤 분들은 그게 제 장점이라고 평가해주시는 분들도 있는데,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그래서 고민중입니다. 그냥 이대로 '좌충우돌' 장관으로 가도 되는지..."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3일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 이런 고백에 걸맞게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 한총련 수배 해제, 이라크전 파병 문제, 양심수 사면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강 장관은 그러나 "자리에 따라 사람의 생각이 바뀌는 것 같다"면서 국가보안법에 대해 "대체 입법"을 주장했다. 또 이라크전 파병 결정에 대해서도 "고민스런 문제지만 국무위원의 입장에선 소신보다 책임이 중요한 문제 같다"고 노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국가보안법, 대체입법 필요"**
강 장관은 이날 국가보안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통일, 국제화 시대 등 현실에 맞춰 기존 국가보안법을 대체할 새로운 법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사견임을 전제로 "기존 국가보안법은 남북 적대관계에 매달린 법으로 현재 적용을 받는 사범도 10여명(기결수 기준)에 불과하다"며 "기존 개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법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 장관은 특히 대체 입법 방향으로 "남북문제뿐 아니라 국제범죄, 테러사태 등에 대비,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지키는 공안도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또 한총련 학생들의 수배 해제 문제와 관련, "대학생 수백명이 반국가단체 혐의로 수배된 것은 상식에 비춰보면 황당한 것"이라고 전제한 뒤 "검찰이 수배학생들에 대해 불구속 수사 원칙을 먼저 천명한 뒤 자수해오는 한총련 학생들을 불구속 수사하는 것이 하나의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양심수' 사면에 대해서는 "양심수라는 개념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법무부에서는 엠네스티 등 국제기준에 맞추려 하고 있다"면서 "이달 중순께 단행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대통령이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장관은 "준법서약제도는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또 SK 수사 사건을 계기로 검찰 수사에 대한 외압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 부처가 법무장관을 통해 검찰수사에 대한 의견을 공식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한 방침과 관련, "선의라 하더라도 수사팀에 전달하면 간섭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법무장관으로 창구를 일원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장관이 수사팀에 이같은 의견을 전달할지는 수사에 필요한 정보인가를 판단해 결정할 문제"라며 "수사팀도 경제 등 외부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감안해 수사 여부를 결정하고 있기 때문에 수사팀에 대한 의견전달은 가능한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간담회 내용 요지**
질문 : 민변 부회장 시절 국가보안법과 호주제에 대해 폐지 입장을 취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강금실 : 호주제는 주무부서인 여성부에서 폐지 입장이 확고하다. 법무부에서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변에 있을때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한 적은 없고 일부 조항에 대한 위헌 문제를 제기했었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국회에서 통과가 안 될 것이다. 국가보안법은 기존 개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법체계가 필요하다. 기존 국가보안법은 남북 적대관계에 매달린 법으로 현재 적용을 받는 사범도 10여명(기결수 기준)에 불과하다. 남북문제 뿐 아니라 국제범죄, 테러사태 등에 대비,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지키는 공안도 중요하다고 본다.
질문 : 국무위원으로서 이라크전 파병에 대한 견해는?
강금실 : 고민스런 문제다. 국무위원으로서는 소신보다 책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너무 문제가 많고 앞으로도 어떻게 풀어가야되는지 굉장히 고민스러운 문제다. 그러나 정부가 파병안을 내놓고 국민의 반대여론에 따라 국회가 찬반토론을 벌이는 일련의 과정이 상당히 바람직스럽다. 월드컵, 촛불시위에 이어 파병 문제까지 우리 사회가 급변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질문 : 외국인 입국시 지문날인이 부당하는 지적이 있는데.
강금실 : 2년 이상 거주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지만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후진국 형이다.
질문: 한총련 학생 수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강금실 : 대학생 수백명이 반국가단체 혐의로 수배된 것은 상식에 비춰보면 황당한 것 아닌가. 전면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자수를 하면 불구속 수사를 하는 게 수배자를 푸는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질문 : 양심수 사면시기는?
강금실 : 4월 중순에 맞추려 한다. 3월에 선별작업을 시작했는데 40일 정도 걸린다.
질문 : 사면 규모가 1천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강금실 : 그건 대상자다. 미결수도 있고 기결수도 있다.
질문 : 검찰 공안기능에서 노동부문을 빼자는 견해도 있다.
강금실 : 노동문제가 전문화 되고 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중요하다. 프랑스에서는 노동을 경제 쪽에서 다룬다. 공안에서 노동을 떼 내는 연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질문: 기자실 운영이 어떻게 바뀌나.
강금실 : 브리핑룸과 함께 취재지원실을 만드는 방안을 진행중이다. 언론에 모든 걸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할 것이다. 기자들이 취사선택하길 바란다.
질문 : 사형제 폐지 문제는?
강금실 : 현재 사형 집행하지 않고 있다. 여론을 봐야한다.
질문 :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강금실 : 체류시한을 일단 8월까지 연기했다. 이달안에 워크숍을 열어 실태를 파악하고 대안을 찾으려 한다. 장기적인 이민정책의 하나로 출입국관리청을 만드는 방안도 연구해야할 과제다. 교정청 설립도 마찬가지로 연구대상이다.
질문 : SK 수사' 대해 김진표 재경부 장관 등이 검찰총장에 수사 상황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외압' 논란이 벌어졌던 것과 관련, 정부부처가 법무장관을 통해 검찰수사에 대한 의견을 공식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한 방침이 오히려 간섭을 제도화한 것 아니냐?
강금실 : 선의라 하더라도 수사팀에 전달하면 간섭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법무장관으로 창구를 일원화한 것이다. 장관이 수사팀에 이같은 의견을 전달할지는 수사에 필요한 정보인가를 판단해 결정할 문제이며, 수사팀도 경제 등 외부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감안해 수사 여부를 결정하고 있기 때문에 수사팀에 대한 의견전달은 가능한 자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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