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5시경 파병 동의안이 가결됐다는 소식에 국회 앞에서 오전 9시부터 파병 저지 집회를 벌이던 3천여명의 시민들은 일순간 말을 잃었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파병안 통과가 현실이 되자 잠시 멍해진 것이다.
시위대와 국회를 완전히 분리하고 있는 전경버스의 높이 만큼 시민들은 국회와 정부의 높은 담장을 실감해야만 했다.
***"화가 나고 분노가 솟구친다"**
파병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노총 유덕상 위원장 직무대행은 상기된 표정으로 "국회에 큰 기대는 안했지만 실낱 희망을 갖고 있었는데,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 됐다는 소식에 너무 화가 나고 분노가 솟구친다"고 했다.
유 직무대행은 "이 순간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모두 죽었다고 생각한다"며 "이후 국정운영을 하는데 큰 부담을 느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진정한 투쟁은 지금부터"라며 "파병 무효화를 위해 대대적인 전국적 투쟁을 전개할 것이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오늘은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수치스런 날"이라며 "파병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에게는 선언에 그치지 않는 실질적인 응징을 반드시 해 나갈 것"이라며 낙선운동을 천명했다.
***"대한민국은 전범국가가 됐다"**
침통한 표정으로 분노하는 시위대를 바라보던 오종렬 전국민중연대 공동대표는 "시민들이 이구동성으로 분노와 탄식을 내뿜는다. 대한민국 국회는 죽었다"며 더이상 국회를 국민의 민의의 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오 대표는 "오늘로서 대한민국은 전범국가가 됐다"며 "한국군 파병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으며 전쟁을 반대하는 전세계 민중들과 하나 돼 평화를 위한 대장정을 통한 파병 거부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했다.
여중생 범대위 공동대표인 한상렬 목사는 슬픈 표정이었다. 한 목사는 "국회의원들은 낙선운동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양심에 따른 사랑, 평화의 정의에 섰어야 했으나, 의원들이 '양심'을 저버렸다"며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한 목사도 또 "오늘로서 대한민국은 전세계에 전범국가로 낙인 찍힌 수치스런 날"이라며 "파병을 주도한 세력들은 반드시 역사적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은 학살 공범"**
시위대 속에서 할말을 잃은 듯 학생들이 가두 행진을 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강정구 동국대 교수는 "국회의 결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는 국회의 결정도 아니고 나라의 결정도 아니고 국민이 결정할 일"이라고 통탄했다.
강 교수는 "국회의원들은 친한친구가 살인을 저지르데 도와 달라면 도와주겠냐"고 물으며 "미국의 학살을 도와주는 것은 결국 학살의 공범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3천여명의 시위대가 파병 동의를 한 국회의원들에 항의하기 위해 한나라당사와 민주당사로 몰려가 파병철회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고, 시민사회단체들과 대학 총학생회 등은 4월11일 전국 대학 동맹휴업 및 궐기대회, 4월12일 전국 1백만 반전 파병반대 촛불대행진 등을 펼치기로 해, 파병안 가결 후 시민사회단체의 파병 반대 움직임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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