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전에 대한 국군 파병 동의안 처리 전망이 여전히 안개속이다. 이틀간의 전원위원회가 찬반양론의 입장차이만 확인하고 끝나면서 본회의 표결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반전평화의원모임 소속으로 국회 내 파병 반대여론을 이끌어온 민주당 김근태 의원은 29일 프레시안과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행정부가 파병안을 지지하더라도 입법부에서 이를 반대해 무산시킨다면 차후 미국과의 협상력을 크게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병문제에 있어 입법부가 행정부와 다른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이라크전 이후 북한 문제가 현안으로 등장했을 때도 우리 정부가 명분을 가지고 교섭에 임할 수 있고, 국제사회에도 도덕적으로 호소할 수 있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가시적 조치를 요구하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선 “당을 거수기로 만들라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사상 처음 실시된 전원위와 관련, “짧은 시간이라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진 못했으나 부족하나마 의원들의 질문과 정부측 답변이 이뤄지면서 일정부분 성과도 있었다”며 “우리사회의 쟁점을 둘러싸고 토론다운 토론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
***“전원위 개최는 토론 활성화 차원에서 큰 진전”**
프레시안 : 전원위원회를 통해 논의가 충분했다고 평가하나.
김근태 : 전원위를 연이틀 계속해서 한다는 국회법 규정을 박관용 의장이 경직되게 해석했다. 토요일은 본회의를 열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전원위도 본회의와 마찬가지로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자리이므로 토요일엔 열어선 안된다.
또 2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을 감안하면 그 시간은 질문하는 시간이어야 하며 정부측 답변시간은 여기에서 제외해야 한다. 박관용 의장은 과거 일문일답 형식으로 하자는 국회법 개정을 요구하면서 답변시간은 대정부 질의시간에서 제외하자는 제안을 했다. 전원위원회도 본회의와 마찬가지인데 이번 전원위에서 보여준 박 의장의 결정에는 일관성이 없다.
프레시안 : 시간이 부족하긴 했지만 국회내의 여론 수렴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어떤가. 찬반론이 격앙돼 현실적인 접근이 부족했다는 아쉬움도 있는데.
김근태 : 격앙됐다기 보다 우리 사회에 토론이 활성화되는 계기였다고 평가한다. 전원위를 하게 된 것은 의사규칙 면에서 큰 진전이라고 본다. 전원위 소집을 요구한 의원들 중에는 파병에 찬성한 분들도 있다. 좀더 토론이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전원위 소집 요구에 함께해 준 국회의원들의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
짧은 시간이라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진 못했으나 부족하나마 의원들의 질문과 정부측의 답변이 이뤄지면서 일정부분 성과도 있었다고 본다. 우리사회의 쟁점을 둘러싸고 토론다운 토론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파병안 부결돼야 대미 교섭력 높아진다”**
프레시안 : 김 의원이 바라보기에 이번 파병 논란의 핵심은 무엇인가.
김근태 : 파병 문제의 핵심은 국익이 무엇인가이다. 찬성하는 분들은 우리가 미국과 우방관계에서 사이좋게 지내야 하는데 파병을 하지 않았을 경우 북한 핵위기와 경제위기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도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독재국가이고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만약 나중에 미국이 이런 이유로 (북한에) 밀고 들어가겠다고 했을 때 우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우리가 지금 파병안을 가결시키면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초라해 진다. 따라서 행정부가 파병안을 지지하더라도 입법부에서 이를 반대해 무산시킨다면 차후에 미국과의 협상력을 크게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파병안 부결이 향후 미국과의 교섭력 증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누차 주장했는데, 구체적으로 왜 그렇게 된다는 것인가.
김근태 : 파병안이 부결되면 우리 정부가 부시 행정부에게 “우리는 행정부로서 노력을 할만큼 했다. 그러나 입법부가 NO 했다. 너희도 정책결정에서 그렇게 하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 않겠나.
그렇지 않으면 비대칭적 우방관계가 더욱 악화된다. 미국은 우리를 깔본다. 미국 대통령이 요구하면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입법부가 행정부와 다른 독자적인 의견을 갖는 것은 북한 핵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도 미국과의 교섭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북핵 위기가 고조됐을 경우 세계에 대해서도 도덕적 호소를 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한나라, 1인 보스체제를 그리워하나”**
프레시안 : 노무현 대통령의 파병 결정에 대해선 아쉬움이 없나.
김근태 : 인정은 할 수 없지만 이해는 한다. 국가수반으로서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았을 것이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파병 반대여론을 설득하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여달라는 입장인데.
김근태 : 한나라당은 3김 정치를 반대한다면서도 1인 보스체제를 그리워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든다. 대통령이 자기가 속한 정당에 대해 어떻게 하라는 것은 대통령이 압력을 넣어 당을 거수기로 만들라는 것이냐. 이것은 의회민주주의 차원에서도 옳지 않다.
프레시안 : 표결 날짜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많지는 않다. 어떻게 전망하고 더 할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김근태 : 31일 표결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4월로 넘어가게 되는데, 본회의에서도 찬반토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까…. 전원위를 통해 국회에서 논의한 것이 부족하긴 했지만 (파병문제에 대한) 국민적인 토론도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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