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회 앞에서 경찰이 기자회견 중이던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을 강제 해산시켜 물의를 빚고 있다.
<사진1>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국회의 이라크전 파병 동의안 표결이 28일로 예정된 가운데,‘이라크 파병 반대 및 향후 투쟁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전쟁반대평화실현공동실천, 여중생 범대위, 참여연대, 녹색연합 등 각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민주노동당 천영세 부대표, 각 사회 원로 등 20여명이 모여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었다.
<사진2>박정기 고 박종철열사 아버지
***“3인 1조로 한명씩 들어”**
그러나 경찰은 이들이 기자회견을 마치도록 놔두지 않았다. 한상렬 목사의 기자회견문 낭독으로 기자회견을 끝마치기 직전, 각 단체 대표들이 구호를 외치며 기자회견을 마치려는 순간, 경찰 50여명이 갑자기 몰려와 기자회견 참가자들을 강제로 국회 외곽으로 끌어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해산시키려는 경찰에 항의했고, 경찰은 참가자들을 3인1조, 혹은 4인 1조로 국회 앞 국민은행까지 1백여 미터를 끌고 갔다. 이 과정에서 70세가 넘는 박종철열사 아버지 박정기씨 등이 경찰들에 의해 강제로 들려가기도 했다.
<사진3>강제 해산
***“파병안 관련 노무현 정부에 어떠한 협조도 하지 않을 것”**
박석운 민중연대 사무총장은 “평화적인 기자회견을 진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일 뿐더러 아무리 불법 집회더라도 3회의 경고를 한 후 연행을 하는 것이 수칙인데, 이마저도 지키지 않았다”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김종인 여중생범대위 집행위원장도 “열흘 전 여중생범대위에 대한 강제연행과 경찰서 구금 과정에서 9명의 부상장가 발생해 6개 해당 경찰서에 대한 형사고발을 준비 중인데, 이런 일이 발생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이번에도 경찰의 불법행위가 명백한 만큼 확실하게 공권력의 불법 탈법을 뿌리 뽑기 위해 모든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오늘 파병안 처리와 관련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협조를 요청하기 위한 대화가 예정돼 있었다”고 밝힌 뒤,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해 “노무현 정부와 이라크전 파병과 관련해서 어떠한 대화도 하지 않을 것이며, 시민사회에서 어떠한 협조도 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사진4> 박석운 민중연대 사무총장
***파병안 처리 연기로 인한 정부의 불편한 심기**
경찰의 강제해산과 관련해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집회와 시위에 관련한 법률(집시법)상 국회의사당 등 주요시설 1백미터 이내에서는 일체의 집회와 시위 행위가 금지돼 있다”며 “현장 지휘자가 기자회견 도중 구호를 외친 것이 시위로 판단돼 강제 해산에 나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집회 참석에 했던 관계자들은 누가 봐도 확실한 기자회견을 ‘시위’로 오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이는 최근 파병안이 시민사회단체가 주도하는 여론에 밀려 국회 통과가 난항을 겪자 정부가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 아니냐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25일 본회의가 예정돼 있던 국회 내에서도 국회가 일부 시민사회단체대표들의 본회의 방청을 거부해 이들이 항의 농성을 하자, 전원 강제 연행한 바 있다.
<사진5>기자회견
***“정부와 국회는 각오 단단히 하고 파병안 처리해야할 것”**
한편, 이날 경찰의 강제해산 직전에 열린 ‘국회의 이라크전 한국군 파견안 처리 강행에 대한 입장과 향후투쟁계획’ 기자회견에서는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28일 국회의 파병안 표결 계획에 대해 강도 높은 투쟁을 통해 저지할 것임을 선언했다.
한상렬 목사는 기자회견문에서 “25일 본회의를 통한 파병 동의안 처리가 연기된 것은 명분없는 침략전쟁에 가담해선 안된다는 시민사회단체들의 투쟁과 강력한 국민적 반전여론에 봉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 목사는 그러나 “그럼에도 여야 양당이 국민적 여론을 도외시하고 28일 표결을 강행하고자 하는 것은 미국에의 굴종외교의 표상이며 한반도 평화유지의 강력한 담보인 국제사회의 평화여론을 내팽기치는 최악의 선택”이라며 “전범국가의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기 위해 파견안 자체를 즉각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전쟁반대평화실현공동실천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향후 계획에 대해 ▲3월27일부터 국회 앞 철야농성 ▲매일 오후7시 국회 앞 촛불시위 ▲3월29일 광화문 반전평화촛불대행진 ▲노무현 정부 및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대 정치권활동 등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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