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파병 동의안 국회 본회의가 있을 예정이었던 25일 국회 안팎은 이를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 집회와 이를 제지하는 경찰 사이의 충돌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25일, 국회는 전쟁터 방불**
국회 안에서는 파병 동의안 표결과 관련해 여야 의원총회가 열리는 가운데, 학생과 시민단체 회원 30여명이 본청 안내실 앞에서 '전쟁중단', '파병반대' 구호를 외치며 연좌농성을 벌여 경찰이 이들을 전원 연행했다.
<사진1>경찰 버스 안에서 구호 외치는 학생
그 후, 국회 측이 국회내 소란을 우려해 일부 시민단체의 본회의 방청권을 취소하고 입구 셔터를 내려 출입을 막자, 참여연대 이태호 정책실장, 녹색연합 김제남 사무처장, 환경재단 최열 상임이사 등이 방청권이 있음에도 출입을 금지당한 것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했고, 미리 안내실에 들어와 있던 시민사회단체 회원 10여명은 '방청 보장'을 외치며 연좌농성을 벌이기 시작했다.
<사진2>항의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
***경찰, 본회의 방청 요구하는 시민단체 회원들 전원 강제연행**
이에 국회 경비측은 이들을 모두 밖으로 끌어냈고, 밖에서 출입을 저지당한 방청객들과 합류해 2시 40분경부터 국회 본청 1층 로비에서 다시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사진2>연좌농성
그러나 경찰은 국회 영내에서의 집회와 농성행위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며 이들을 전원 연행할 것을 지시했고, 오후 3시경 경찰은 3인 1조로 연좌농성중인 시민사회단체 회원 30여명을 전원 연행했다.
<사진3>끌려나오는 시민단체 회원
또한, 국회 본회의장에서 본회의의 시작을 기다리던 일부 방청객들은 시민사회단체 방청객들이 연행됐다는 소식에, 10여명이 "본회의 방문을 보장하라"며 다시 국회 내에서 농성에 들어갔으며, 결국 이들도 전원 경찰에 연행됐다.
연행과정에서 한국청년단체 협의회 회원 한 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앞, 3백여명 파병저지 집회열어**
국회 밖도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의 대치가 계속 이어졌다.
오전 11시 민중연대,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 등의 주도로 3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국회 앞에서 '이라크전 규탄대회와 국회의 파병안 통과 저지 대회'를 열고, 국회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낮 동안 계속 대치했다.
<사진4>보건의료연대
***"이라크 민중들에게 필요한 것은 우유와 의약품"**
오전 10시에는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의 6개 보건의료단체로 이뤄진 보건의료건강연대는 '의무병을 포함한 한국군 파병반대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라크전은 미국의 석유와 패권을 위해 무고한 이라크 어린이들과 민중들을 대량학살하는 전쟁"이라고 규정하며 "이러한 명분없는 전쟁에, 최소의 외교적 노력도 없이 한국군을 파병한다는 노무현 정부의 파병동의안에 대해서도 반대한다"고 했다.
또한 의무병 파견에 대해서도 "의무병은 기본적으로 전투병의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어서 결국 미국의 침공행위를 도우는 것"이라며 "미국의 대량학살을 지원하는 전쟁에 한국군과 더불어 의무병을 파병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대학 총학생회, "언제까지 미국의 애완견 노릇을 해야 하나"**
이어 10시 30분부터는 광운대, 서울대, 연세대 총학생회장 5명이 참석한 가운데 13개 서울지역 총학생회장단이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일방적 패권주의는 UN으로 대표되는 국제질서를 붕괴시켰다"며 "이러한 전쟁에 여·야가 초당적 협력을 일궈내는 모습을 보며 대한민국이 언제까지 미국의 애완견 노릇을 해야 하나 '시일야방성대곡'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각 대학 총학생회는 4월 초, '이라크전 즉각 중단'과 '한국군 파병 반대'를 요구하며 동맹 휴업에 들어갈 것을 선포하기도 했다.
참여연대가 주최하는 1인시위도 국회 앞에서 계속 이어졌다.
<사진5>한홍구 교수
***"3대 전쟁 연루돼온 불행한 역사"**
오전 10시에는 한홍구 교수(성공회대. 현대사)가 1인시위에 나섰다. 한 교수는 "2차세계대전 이후 3대 전쟁은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걸프전쟁인데, 이 세 전쟁에 한국은 모두 연루된 불행한 역사를 갖고 있다"며 "21세기에도 과연 이런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 해야겠나"라고 개탄했다.
한 교수는 또 "명백한 침공행위를 파병을 통해 거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단순하게 국익 운운하지 말고, 국제적 침공반대 여론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틀린 것은 틀린 것이다"**
오후 12시 40분에는 가수 윤도현이 1인시위에 나섰다.
<사진6>가수 윤도현
국회 정문 앞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팬에게서 선물 받았다는 'STOP THE WAR'라는 글씨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피켓을 들고 등장한 가수 윤도현씨는 "정부가 현실을 고려해 생각하신다고 하는데, 틀린 것은 분명히 틀린 것이다"며 "전쟁은 어떠한 이유로든 합리화 될 수 없고, 이를 지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고 했다.
윤씨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한 마디 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세계인이 (반전을 외치며) 들고 일어나도 꿈쩍 않는 부시가 내가 얘기한다고 뭐 한마디 제대로 듣겠냐"며 현재 미국 정부의 국제 여론을 무시한 채 진행중인 이라크전을 비꼬았다.
윤씨는 이라크 위기가 고조되던 시기에 반전가요 '죽든지 말든지'라는 곡을 이미 만들었다고 했다. 이 곡은 전쟁을 동네 아이들의 골목싸움에 빗대 풍자한 노래라고 한다. 지난 월드컵에 '오! 필승 코리아', '아리랑'을 전국민의 응원가로 만들었던 가수 윤도현씨의 반전노래가 다시 한 번 거리 곳곳에 울려 퍼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7>가수 윤도현
***'反戰 2시의 데이트'**
윤씨는 방송에서도 '반전방송'을 하고 있다. 너무나 많은 반전 얘기를 해 PD와 작가에게 그지람도 듣는다는 윤씨는 25일 방송에서도 자신이 입은 반전 티셔츠를 자랑하는가 하면 이날 참석한 1인시위에 대해 청취자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윤씨는 또, "오늘 아침 신문에서 폭격으로 다리가 잘려나간 끔찍한 이라크 소녀의 사진을 봤다"며 "그 사진을 보며 전쟁이 이념, 정권, 경제 등의 모든 걸 떠나서 단 하나, 인간적으로 너무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다"고 했다.
***"고마해라"**
윤씨는 또,"아무리 명분이 있어도 전쟁만큼은 안된다"고 말하며 "더군다나 지금 전쟁은 명분도 없지 않나"라며 강하게 이라크전을 비난했다.
윤씨는 최근에 제일 맘에 드는 얘기가 "고마해라"라며 "평화를 원하는 '2시의 데이트' 청취자"들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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