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반전시위의 물결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주말인 22일 토요일 대규모 반전·파병반대 집회가 곳곳에서 열렸다.
미군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으로 본격화된 촛불시위가 반전의 열기와 함께 다시 광화문에서 대규모로 열렸다. 22일 토요일 저녁 서울 광화문에는 7천여명의 시민이 모여 ‘전쟁 반대’, ‘파병 반대’의 구호를 외치며 미국의 일방적인 이라크전쟁을 규탄하고, 한국 정부의 전쟁 지지와 파병 결정을 반대했다.
<사진1>촛불시위
***"전쟁 반대! 파병반대"**
이날 시민들은 한 손에는 촛불을, 다른 손에는 피켓을 들고 한 목소리로 국제사회의 동의 없이 석유와 패권을 위해 무고한 이라크 국민들을 희생시키는 미국의 이라크 침략은 지금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또한 국민적 동의 없이 전쟁을 지지하고 파병하려 하는 정부의 정책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연말 촛불시위와 마찬가지로 이날 촛불시위에는 가족단위 참가자들과 청소년들이 눈에 많이 띄었고, 반전을 외치는 외국인들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미국 워싱턴에서 왔다는 평화 활동가 닐 캠커씨는 연단 위 자유발언에 나서 “많은 미국인들이 이라크에 더 많은 시간을 주고 유엔을 통한 평화적 해결을 원하고 있다”고 했다.
캠커씨는 한국의 반전 촛불시위에 대해 “지난 1년 동안 많은 집회에 참여해 왔지만, 서울 만큼 역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집회는 처음 본다”며 “한 블록 떨어져 있는 미국 대사관에 들리도록 ‘Stop the war’를 외치자”고 했다.
***"이라크에 필요한 것은 폭탄이 아닌 식량과 의약품"**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국장은 “이라크는 지난 91년 걸프전으로 인해 백혈병과 전염병이 퍼져있고, 경제제재로 의약품과 식량이 부족해 신생아의 4분의 1이 2.5킬로그램 미만의 저체중아이고 40% 어린이가 만성영양실조에 걸려있다”며 “이라크에 폭탄이 아닌 식량과 의약품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정책국장은 또, “미국은 정밀폭탄으로 민간인을 피해 공격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표적이 되고 있는 발전소와 도로, 항만이 공습당하면 당장 병원이 기능을 못하고 식수 공급과 식량 배급이 끊겨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며 “민간인에게 필수불가결한 시설을 파괴하는 것은 제네바 협정 위반이다”고 지적했다.
최열 환경재단 상임이사는 "여러분이 한 명 한 명이 모두 참여해 한 목소리를 낼 때, 정부의 파병 결정이 철회될 수 있다"며 "앞으로 매일같이 집회와 촛불시위에 참여할 것"을 호소했다.
이날 반전평화 촛불집회는 큰 충돌없이 평화롭게 열렸으며, 앞으로 국회 의결 저지 투쟁, 노무현 정부에 강력하게 항의, 매일 저녁 광화문 촛불시위, 백악관과 청와대에 이메일 보내기 등의 사이버 시위 등을 결의하고 밤 9시경 해산했다.
<사진2>시청앞에 모인 시민들
***시청·종묘에서 7천여명 반전 집회**
이에 앞서 22일 낮에는 시청과 종묘에서 대규모 반전 집회가 열렸다.
시청 앞에서는 2천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오후 2시부터 환경재단,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여성연합 등의 시민단체가 주관하는 ‘틱낫한 스님 방한기념 평화염원대회’가 열렸다.
퍼포먼스 그룹 난타의 공연과 함께 탤런트 유인촌의 사회로 시작한 이날 행사에는 평화운동을 위해 한국에 방문한 틱낫한 스님을 비롯해 영화배우 안성기, 문소리, 가수 안치환, 이은미, 장사익, 시인 김용택 등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3>안성기 문소리
안성기, 문소리씨는 ‘평화선언문’을 낭독하며 “이라크전은 명백한 미국의 침략전쟁”이라며 “미국이 저지르는 일을 눈을 부릅또고 똑똑히 보자”고 강조했다.
특히, 안씨는 “유니세프(UNICEF) 활동을 하며 헐벗고 굶주린 많은 어린이들을 봐왔는데, 그 무고한 어린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어디선가 날아오는 미사일에 죄 없이 희생당할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며 “지금의 이라크전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또, “현재 비쳐지는 전쟁의 모습은 미사일이 발사되고, 탱크들이 질주하는 등 헐리우드 영화를 보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어 아이들이 전쟁을 너무나 쉽게 생각할까 우려된다”며 “실제 전쟁의 참상을 그것보다 훨씬 참혹할 것인데, 그런 모습들이 진실되게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또한, “불법 침략 전쟁에 대한 지지와 파병 결정은 국익을 고려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침략전쟁을 지지하고 지원하려는 우리 정부의 파병 결정을 반드시 저지하자”고 호소했다.
박원순 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는 “단언컨대 미국은 전쟁에 이길 수 없다”며 “바그다드를 점령해도 이라크 국민들의 분노를 점령할 수 없고, 후세인을 무릎 꿇려도 양심과 정의를 무릎 꿇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진4>틱낫한 스님
***"핸드폰 두 개 사서 하나는 김정일에게, 하나는 노무현에게"**
틱낫한 스님은 ‘한반도 평화통일 기원과 세계평화염원 메시지’를 통해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평화의 마음을 가져야 하고, 평화의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동포애가 우선돼야 한다”며 “한국인들이 북한에 대한 동포애로 평화를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틱낫한 스님은 “북한을 적으로 만들기 전에 친구로 만들어야 한며, 한국사람들은 미국도 북한을 친구로 여길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며 “핸드폰을 두 개 사서 하나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주고,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줘서 매일 통화하게 해 한반도에 대화를 통한 평화가 정착될 수 있게 하자”고 해 참석자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틱낫한 스님은 메시지를 전한 후, ‘평화 염원 명상 걷기’를 하기도 했다.
<사진5> 기도
***"이런 식으로라면 과연 노 대통령이 퇴임 때 박수 받을 수 있을런지"**
한편, 종묘에서는 오후 4시부터 전국민중연대가 주도하는 반전평화집회가 5천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특히, 이 자리에는 한국정부의 이라크전 파병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이 많이 참석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는 “한국정부의 이라크전 파병은 명백한 위헌”이라고 비판한뒤, “함께 대선을 치른 사람으로서,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할 때 박수쳐주고 싶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대로라면 곤란할 것 같다”고 했다.
<사진6>종묘집회
***"참여정치 시대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개혁국민정당 김원웅, 민주당 김근태 의원 등도 이 자리에 참석해 “모든 국회의원들이 이라크전 파병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35명 정도의 의원들이 찬반토론 등을 통해 파병 결의안을 통과 저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했다.
김근태 의원은 특히, "참여정치 시대에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며 현 정부가 80%가 넘는 국민들의 반전 여론을 무시하고 있음을 비판했다.
종묘집회에 참가한 5천여명의 시민들은 6시경 집회를 마치고 촛불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가두행진을 펼쳤다.
<사진7>가두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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